대학들 ‘기업 현장실습 강화 추진’
특성화고교·대학생 기업과 학교 오가며 직업 중심 교육 받아
직무능력 향상만이 학교와 산업현장 미스매치 해소
대학을 나와도 취업을 하지 못한 탓에 ‘제2의 수험생’ 인생을 보내고 있는 취업준비생이 100만 명을 넘고 있다. 이들은 전공이 각기 다른데도 기업에서 요구하는, 전공과 무관한 스펙을 쌓기 위해 모두 똑같은 공부를 하고 있다. 이는 대학에서 이론 중심으로 지나친 학문 위주의 일방적인 교육을 하다 보니 기업현장의 직무와 동떨어져 취업 후 재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직업과 전공불일치 80%달해
한국노동연구원의 2013년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자신의 학교 전공과 일치하는 생애 첫 일자리를 구한 비율은 4년제 대학 졸업자가 19.3%, 전문대학 21.9%, 고교 31.9%에 그치고 있다. 다시 말해 4년제 대졸의 경우 10명 중 8명은 취업을 해도 회사에서 직무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기업에서는 실제 일을 하는 데 있어 학벌보다는 직무능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학교 교육은 학생들이 경쟁과 성적 중심으로 자신의 적성과 상관없이 진학하는 곳이 아니라 각자의 꿈과 끼를 키워나가는 교육의 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능력 중심 사회는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바꿔나가는 것이며, 직업 중심의 교육이 그 밑바탕이 돼야 한다. 우리 교육도 풍부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과감하게 학벌 중심에서 능력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능력과 동떨어진 교육·취업준비→능력과 동떨어진 채용 과정→능력과 동떨어진 인사관리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능력중심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산업계와 함께 준비한 게 NCS다. NCS는 각 산업체에서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의 능력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직무능력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학습교재를 만들고 교육과정을 바꾸면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능력 위주 교육이 가능해지고 노동시장과 교육시장 간의 괴리도 좁히게 된다.
NCS는 직무능력 지침서
실제로 NCS를 활용해 훈련과정을 개편한 돈보스코 직업전문학교는 NCS 도입 이후 취업률 100%(2011), 96%(2012년)의 높은 성과를 냈다. 뿐만 아니라 취업 후 6개월 안에 이직하는 비율이 2011년 79%에서 2013년 40%로 줄었다. 돈보스코 학교는 학업중단,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직업훈련을 실시해 자립을 지원하는 취업사관학교다.
창의인재양성 시범학교인 광주공고의 경우 2013년부터 현장 기술인력 양성을 목표로 모든 학과를 NCS 교육과정으로 개편했고, 충남기계공고는 NCS 기반으로 프레스금형 사출금형 CAM기술자를 양성함으로써 이들의 진로 걱정이 없도록 하고 있다.
두원공과대학은 NCS 기반 현장 맞춤형 교육으로 현장의 요구와 훈련과정의 미스매치가 줄어 중소기업의 재직 근로자 훈련 선호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학교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창원문성대학은 기계, 조선분야에 NCS를 적용해 지식과 기술의 균형 잡힌 교육으로 졸업생을 채용한 기업들의 신입사원 재교육을 없애 지역 산업체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백석문화대학교는 대졸 취업자의 재교육 비용 증가와 산업체의 대학 교육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 산업체 수요에 부응하는 NCS 활용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했다. 그 결과 조기취업이 크게 늘고 산학협력협약 체결이 62개로 증가하는 등 취업률 제고와 산업체 만족도 제고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효과를 보고 있다.
계명문화대학교는 패션분야 NCS 기반 교육과정 및 교재 개발을 통해 전공별 기초/핵심/심화과정으로 학생들의 특화교육과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해지고 수업 만족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대학은 산학협동을 위해 산업수요 맞춤형 교과목 개발이 절실했던 가운데 산업계 수요분석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과 NCS 기반 체계적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특성화 고교와 대학은 NCS를 교육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NCS 기반 학습교재를 사용한다. 70여개 특성화 대학은 교육과정 전반을 NCS 중심으로 개편했다. 고용노동부·교육부·한국산업인력공단·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은 협업체계를 구축해 학교와 직업훈련기관에 NCS 교과과정 도입을 유도하기 위한 학습교재 개발은 물론 교원 연수, 시설·장비 등 인프라 구축, 현장실습 모델 개발·실시 등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평가, 취업률에 높은 가중치
우리는 산업사회를 거쳐 지식·정보화 사회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교육환경도 시대적 요구에 따라 대비하고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교육기관이 예외 없이 직업학교가 될 수는 없겠지만, 고도 산업사회에서는 학교 교육도 일정부분 직업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취업준비를 위해 1인당 6800만 원을 들여야 하는 현실은 학교에도 많은 책임이 있다. 입시경쟁을 치르며 고교와 대학에 진학하는 진짜 이유는 직업을 갖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대학평가 점수가 취업률에 높은 가중치를 두는 건 이런 연유에서다.
학교가 이런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여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고교와 전문대학에 이어 4년제 대학에서도 NCS 교과과정 도입이 늘고 있다. 인하대 가천대 순천향대 숙명여대 등 13개 대학은 교육-산업현장간의 실무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3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전공학과와 관련된 산업현장에서 4개월 이상 근무하는 현장실습제도(IPP: 기업 연계형 현장실습)를 실시하고 있다. 창원기계공고, 광주공고 등 9개 특성화고교 527명은 156개 기업을 오가며 학교에서는 직업교육, 회사에서는 도제식 현장훈련을 받고 있다. 고교와 전문대학이 16개 유니테크 시범사업단을 구성해 전문대학 중심의 고교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해마다 고교졸업생이 줄고 대학진학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비대해진 대학은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학령인구 급감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입학정원은 2013학년도 56만 명에서 2017학년도 52만 명, 2020학년도 47만 명, 2023학년도 40만 명으로 줄게 된다.
다른 한편, 교육부는 취업 중심으로 정원을 조정하고 학과를 개편하는 대학을 산업연계 교육활성화(프라임·PRogram for Industrial needs-Matched Education) 선도대학으로 선정, 2016~2018년 중 해마다 2000억 원씩 지원한다. 이에 따라 취업이 잘되는 이공계 학과의 정원은 늘어나고 취업이 어려운 인문사회계열 정원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사회·경제의 환경변화에 따라 ‘상아탑’에 안주해온 대학들도 혁신의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교육부는 지난 1월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행복 분야 정부 합동 업무보고를 통해 NCS 기반 교육과정을 모든 특성화고·마이스터고와 80개 전문대학으로 확대하고 현재 19% 수준인 고교 직업교육 비중을 2022년까지 30%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송하식 NCS 기업활용 컨설팅 전문가>
송하식 NCS 전문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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