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세로 떠오른 온라인 방송…범죄 도구로 전락?
자극적인 사진 및 소개 글로 입장 유도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개인 콘텐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이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1인 방송’이 청소년들의 ‘은밀한 일탈’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걸러지지 않은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인 방송은 별다른 제재 없이 청소년들의 입장을 허락하고 있었다. 특히 갈수록 대담해지는 노출과 실제 성행위가 담긴 영상이 방영되는가 하면, 심지어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벌인 방송이 생중계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모습이다.
소규모 인터넷 방송국에 불과하던 ‘온라인 방송 사이트’가 최근에는 공중파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성장했다. TV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면서 ‘1인 방송 생중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무분별한 방송 콘텐츠 난립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경쟁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선정적인 방송을 진행하는 게 화근이 됐다.
[일요서울]은 1인 방송 생중계의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 복수의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 직접 가입해 봤다. 먼저 각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하기 위해 아이디와 비밀번호, 생년월일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입력하자 즉시 회원으로 등록됐다.
회원 아이디로 로그인 하자 시청자수, 인기 BJ 등의 순위별로 방송 목록이 화면에 나타났다. ‘게임 플레이’, ‘먹방(먹는 방송)’, ‘화장법’, ‘음악감상’ 등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주제로 다양한 채널이 형성돼 있었다. 평일 오전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BJ들이 실시간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고, 적지 않은 회원들이 해당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음란한 방송’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사이트 곳곳에서 선정적인 방송임을 암시하는 방 소개 글들이 눈에 띄었다. BJ들은 자신의 몸매를 부각하는 프로필 사진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속옷만 입은 사진’,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포즈의 사진’, ‘손으로 은밀한 부위만 겨우 가린 사진’ 등 노출 수위가 도를 넘어선 게시물도 상당수 발견됐다.
BJ가 자신의 방송을 소개하기 위해 올린 글은 충격적이다. ‘눈과 귀가 호강하는 방송’, ‘E컵 OO의 방입니다’, ‘노팬티 노브라 리얼 ㅈㅇ’ 등의 자극적인 단어로 시청자의 입장을 유도했다. 방송 목록 한쪽에는 미리보기 형식으로 해당 BJ의 은밀한 부위를 노출한 화면이 캡쳐돼 있기도 했다.
한 사이트에서는 인기 방송 목록의 절반 가까이가 ‘야동’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애초에 여성 BJ의 노출과 성인들을 위한 방송을 목적으로 개설된 사이트도 일부 있었다.
성행위 방송 등 청소년 피해 심각
콘텐츠의 다양성으로 각광을 받은 만큼 성인을 위한 방송도 존중을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음란 방송에 청소년들의 접근이 너무 쉽다는 점이다. 물론 청소년이 방송을 보려면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 회원가입을 위해서도 생년월일을 입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본인 명의의 휴대폰만 있으면 인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방송을 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른 명의로 인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본인이 아닌 다른 명의로 가입 해 온라인 방송을 시청하는 청소년들도 상당수 있다는 게 한 온라인 방송국 관계자의 전언이다. 더구나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녹화된 방송을 VOD 형태로 아무런 제재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1인 방송 생중계는 점점 청소년 성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원룸에서 미성년자인 18살 A양과 2대1로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20여분간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를 통해 방영한 혐의로 BJ 오모씨 등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013년 10~12월에는 여성 청소년과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6회에 걸쳐 방영한 혐의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BJ도 있었다. 같은 해 가짜 연예 기획사를 만들어 청소년을 모집, 이들을 동원해 음란 방송을 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성범죄 우려 높아”
1인 방송이 대세로 등극하게 된 건 ‘신선한 콘텐츠’와 ‘소통’ 덕분이다. 방송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다양한 콘텐츠를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 시청자들을 모니터 앞으로 불러왔다. 방송은 댓글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BJ와 시청자 간의 소통이 이뤄진다. 궁금한 점들은 시청자가 BJ에게 물어볼 수도 있으며, BJ는 즉각 반응을 해주기 때문에 친밀감이 높아진다.
여기에 BJ에게 짭짤한 수입까지 안겨줘 시장이 커지는 데 한 몫 했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일부 BJ의 경우 연예인 못지않은 팬과 수입을 자랑한다. 시청자들이 보내주는 ‘별풍선’은 BJ들의 주 수입원이다. 많게는 월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BJ도 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1인 생중계가 방송 심의를 받지 않기 때문에 비윤리적이거나 비상식적인 내용이 방송되는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점은 숙제다. 더구나 과거 컴퓨터로만 볼 수 있었던 인터넷 방송은 최근 스마트폰으로 옮겨져 접근성이 한층 높아졌다. 파급력 역시 더 클 수밖에 없다.
청소년성범죄 예방단체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야동을 보는 것이 잘못된 성 의식을 갖게 되는 문제로 지목 된다”면서 “그런데 최근 1인 방송에서 음란한 방송에 청소년이 직접 참여까지 하는 것은 자칫 심각한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