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감] 고려불화 ‘물방울 관음’
[문화 공감] 고려불화 ‘물방울 관음’
  • 김정아 기자
  • 입력 2016-03-21 10:47
  • 승인 2016.03.21 10:47
  • 호수 1142
  • 5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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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고려불화는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뛰어난 장르의 하나로 평가 받고 있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약 160점의 고려 불화는 대개 근래에 와서 새롭게 고증된 것으로 그 역사는 반세기도 안 된다. 다만 일본의 센소지에 소장된 <수월관음도>만은 ‘해동치납 혜허’의 작품이라고 적혀 있어 일찍이 우현 고유섭 선생의 <고려 시대 화작에 대해서>라는 논문에도 언급되었다.

그러나 센소지는 ‘물방울 관음’ 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불화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았다. 1978년 야마토분카칸에서 처음으로 열린 특별전에는 고려불화 52점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이 작품만은 출품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1981년에 아사히 신문에서 발간한 <고려불화> 호화도록에도 실리지 못했다. 2010년 국립중앙박물관이 ‘700년 만의 해후’라는 기치 아래 ‘고려불화대전’을 기획할 때도 출품을 거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단지 유물의 존재를 확인하게 해달라는 요청에 억지로 응했는데, 이 불화를 꺼내왔을 때 박물관장과 학예원이 작품에 큰절을 올리는 것을 보고 감복하여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그리하여 평생에 볼 수 없을 것이라 포기했던 이 전설적인 명작을 실견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 ‘물방울 관음’은 과연 명작이었다.

다른 수월관음도는 법을 구하기 위하여 찾아온 선재동자를 앉아서 맞이하는데 이 물방울 관음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엔 버들가지, 왼손엔 정병을 들고 서있는 구조다. 그 자세가 너무도 고아한데 신비롭게도 관음보살의 전신이 물방울에 감싸여 있다. 혹자는 이것을 버들잎으로 보기도 하고 관음보살이 아니라 정취보살이라고도 하지만 본래의 도상이 무엇이든 현재의 시점에서는 ‘물방울 관음’이라는 것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본래 명작이란 사진 도판으로 익혀온 탓에 실제 작품을 보면 무덤덤하기 일쑤다. 그러나 ‘물방울 관음’은 달랐다. 예리한 선묘와 품위있는 채색은 도판에선 전혀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일으킨다. 

<정리=김정아 기자>
<출처=눌와│지은이 유홍준 >

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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