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에 오른 ‘불공정 논란’
홍창선, “청년 비례대표 수준 미달”
“복권 추첨하듯”…재검토 주장도 고개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6일 특정 후보에 대한 특혜의혹이 제기되는 등 잇따른 불공정 논란을 일으킨 청년 비례대표 후보 선출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특히 이대로는 선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 아래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직접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일각에서는 청년 비례대표제가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와 동떨어진 채 ‘애물단지’로 전락,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됐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더민주는 이날부터 진행할 예정이었던 비례대표 예비후보들에 대한 ARS 투표를 전면 중단했다.
후보들을 둘러싼 각종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자 김 대표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선발 절차를 중단시키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후보에 청년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헌(黨憲)에 명기돼 있는 만큼 선발을 당장 백지화할 수는 없으나, 경선 방식을 아예 새롭게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고 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더민주의 이번 청년 비례대표 심사는 각종 불공정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15일 김규완 예비후보는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비서로 일한 경력과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이 문제가 돼 사퇴했다.
최유진 예비후보 역시 이날 비례대표 심사 담당 실무자가 면접 준비를 도왔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예비후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 안팎의 비판도 이어졌다.
4선의 원혜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논란이 많은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며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청년문제를 책임지는 정당이 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시스템에 입각해 투명한 공천제도를 만들겠다는 우리당의 정치혁신 의지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자, 공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즉각 (공천작업을) 무효화하고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부정 의혹에 관련된 이들에게는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지지자를 동요하게 만든 공천 결과에 대해서도 지도부가 책임있는 (수습)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과거 한명숙 대표 시절 만든 청년비례대표 제도가 지금에 와서는 전혀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예전에는 ‘슈퍼스타K’ 방식까지 차용해 나름대로 청년들의 참여를 늘리고자 노력했다”며 “그러나 지금 모습을 두고는 의정활동 능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복권 추첨하듯 진행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녹취록 유출·공개사과
요구…기성 정치인 뺨치는 행태”
홍창선 공관위원장은 지난 18일 청년비례대표제 재검토 방침과 관련, “청년비례대표라는 게 19대에 도입됐는데 취지와 달리 막상 심사를 해보니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공관위원들 사이에 수준 미달이라는 의견이 나왔는데, 그날 SNS상에서 녹취록이 유출됐더라”면서 “기성 정치인 뺨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어떤 직장이라도 사회경험을 쌓고 들어와야지, 국회가 청년 일자리 하나 구해주는 곳은 아니다”라고 강경발언을 이어갔다.
홍 위원장은 또 19대 비례대표 출신인 김광진, 장하나 의원이 ‘청년비례를 무능하게 여겼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자세히 내막도 모르고 덮어놓고 사과부터 하라니 그 정도 수준인 것"이라면서 “언론에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구태 스타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울러 “청년비례대표제는 일단 비대위와 논의한 결과 중단한 상태”라면서 “전문직으로 신청한 우수한 청년들도 많아서 이에 대한 검토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 위원장의 전 보좌진 출신으로 새누리당 근무 경력으로 논란이 된 후보에 대해 “그 후보는 일자리 구하러 새누리당에 갔고 그 이후로 저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면서 “그렇게 따지면 저는 카이스트 총장 출신으로 연관 있는 사람이 매우 많은데 괜히 제 이름을 끄집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중연합당, “청년정치
왜곡 말라” 사과 촉구
한편, 민중연합당은 “흙수저는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청년비례대표”라며 “청년정치를 왜곡하지 말고 청년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민중연합당은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스승과 제자의 관계,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통해 청년비례대표로 가는 티켓을 잡은 것처럼 얼룩진 더민주당의 혼란으로 청년정치는 희화화 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리고 “참가비만 100만 원, 짧은 시간에 스펙경쟁을 벌여야 하고 수천만 원이 들지도 모를 경선비용도 자부담이었다”는 김광진 더민주당 의원의 말을 빌려 “애초 흙수저에게 더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는 결코 오를 수 없는 벽”이라고 힐난했다.
민중연합당은 “토론캠프를 열어 청년들끼리 열띤 토의와 공방을 통해 선출한 19대 때와는 달리, 당의 기성정치인이 마치 낙점하듯 한 절차부터 뒤틀린 것”이라며 “지금은 더민주당 지도부가 경선 진행을 아예 중단시켜 버려, 청년비례대표라는 제도의 생존 자체가 흔들리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청년비례대표는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각각 도입해 국민적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두 당은 당시 전체 비례대표 후보 중 당선 가능한 수준의 앞순위에 청년후보를 배치하고, 자체로 후보를 선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더민주당에서는 김광진, 장하나 의원이 배출됐고 통합진보당에서는 김재연 의원이 배출됐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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