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습격, 한국 사회 강타한 ‘알파고’
AI의 습격, 한국 사회 강타한 ‘알파고’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03-21 10:21
  • 승인 2016.03.21 10:21
  • 호수 1142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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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윤리적 문제도 고민해야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이세돌 9단과 겨룬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우리 사회에 인공지능 신드롬을 확산시키고 있다. 대국은 끝났지만 알파고가 보여준 능력으로 인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 인공지능의 진화와 더불어 인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 향후 5년간 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까지 나오는 등 그야말로 인공지능 이슈는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세기의 대결이 막을 내렸다. 인류의 대표 이세돌과 구글(Google)사가 만들어낸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의 숙명적인 바둑대결이었다. 결과는 이세돌의 ‘1 4 완패’.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대결은 인공지능’,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인류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인간의 삶에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제기했다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물음을 던진다. 특히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해 미래 인간들은 AI에게 일자리를 내주고 삶의 기본권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등 인류가 심각한 위협에 빠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견하고 있다.
 
2045년에 이르면 AI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까지 제기되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곧 도래하게 될 AI 만능세계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증폭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직 우려 수준 아냐?
곧 도래할 현실
 
이번 대국이 시작되기 전 이세돌 9단은 내가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세돌 9단뿐만 아니라 국내외 바둑전문가들과 과학자들 역시 그의 승리를 점쳤다. 현재까지 발전해 온 AI 수준으로서는 아직 인간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AI가 극도로 발달하면 인류에 위협이 된다. 인공지능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경고가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특히나 영화 <터미네이터>가 보여줬듯 가까운 미래 AI가 인간을 노예화하고 대규모의 인명살상까지 자행하는, 그야말로 인류의 적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인간과 컴퓨터의 대국이라는 사상 초유의 이번 대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놀란 것은 인공지능에게 학습이 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물론 SF영화들에서 보여주는 완벽한 인공지능처럼 스스로 자발적으로 학습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는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며 자기의지는 없다. 단지 학습하는 기능이 포함된 정교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일 뿐이라며 알파고에 대해 현재까지의 바둑 기보를 보고 통계적으로 처리해 수학적으로 최적의 수를 산출하는 기술을 가진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대국은 인류가 새로운 차원의 시대로 들어섰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에 이의를 달 이는 없을 것이다. 알파고는 이 우주 안에서 오로지 인간만이 갖고 있다고 여겨졌던 직감까지 흉내냄으로써 바둑계는 물론 컴퓨터전문가들과 일반인들까지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공지능의 진보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실제로 이번 대국을 지켜 본 시민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이러한 알파고 쇼크를 긍정적 에너지로 받아들였다.
 
대국이 종료된 후 동아일보와 설문조사 업체 엠브레인이 2040대 남녀 2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AI에 대한 느낌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약 절반에 가까운 45%긍정적혹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으로 답한 이는 25.4%에 불과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이번 대국을 계기로 AI와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AI,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AI인간이 가진 지적 능력을 컴퓨터를 통해 구현하는 기술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공지능은 개념적으로 강 인공지능(Strong AI)’약 인공지능(Weak AI)’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강AI는 사람처럼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한 자아를 지닌 인공지능을 말하며 약AI는 자의식이 없는 인공지능을 이른다.
 
이번 대국에 참여한 알파고의 경우 약AI로 분류하고 있는데 약AI는 주로 특정 분야에 특화된 형태로 개발되어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된다. 현재까지 개발된 인공지능은 모두 약AI에 속하며, 자아를 가진 강AI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F영화들에서 보여주는 완벽한 사고체계를 갖춘 강AI는 인간처럼 사고를 통해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해서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라고도 한다.
 
AI 분야는 현재까지 많은 진전을 이뤘고 인간의 삶에 다양한 형태의 편리함을 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초고밀도 집적회로(VLSI, Very-Large-Scale Integration) 분야와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큰 진전을 보여 왔으며 고밀도 집적회로 기술의 경우 진정한 의미의 지능형 기계인 강AI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미래는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지 컴퓨팅은 인간의 뇌가 가진 인식과 행동, 인지능력을 재현하는 기술을 의미하며 스스로 판단할 뿐만 아니라 외부와도 소통하며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기술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스스로 가설을 세우기도 한다. 이 정도면 거의 인간과 유사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 즈음에서 인류는 이 새로운 피조물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앞으로 계속될 인공지능의 진보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간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이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쪽으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이 첨단기술이 윤리적으로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일정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난 20144, 신생 벤처기업이었던 딥마인드가 구글에 인수될 때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가 인공지능 윤리위원회설치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에피소드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인류가 인공지능과 공생하기 위한 대비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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