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정규리그를 약 보름도 채 남기지 않은 메이저리그에 한국인 루키들이 속속 안착하면서 때 아닌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KBO 홈런왕이었던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는 연일 홈런과 안타를 때리며 눈도장을 받은 지 오래고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대호(34·세인트 매리너스)도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주전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도 차츰 자신의 기량을 되찾아가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마이너리거 최지만(25·LA 에인절스)이 존재감을 확실시하며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등 연일 경사소식이 한국 야구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시범경기로 입증된 KBO 경쟁력…선수들 안착에 구단들 화색
강정호·류현진 복귀 이후 본격 코리안 투타 대결 기대만발
올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출신 선수들이 대거 메이저리그에 합류하면서 대한민국은 온통 메이저리그 신바람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열풍은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는 MBC가 정규 프로그램을 편성할 정도로 야구팬들의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높음을 입증하고 있다.
선수들 역시 고국 팬들의 기대에 화답하듯 각자가 구단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어 야구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명불허전 홈런왕의 위용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KBO 홈런왕을 지켜온 박병호는 현지 언론들의 우려와 달리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인상깊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그는 17일까지 기준으로 팀 내 시범경기 타율 1위, 홈런 1위, 타점 1위에 오르며 적응기를 거쳐 자신감이 붙은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은 “박병호가 갈수록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 상대에게 압도당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영리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도 “그간 박병호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데뷔전에서 3연타석 삼진을 당한 후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의 경기능력은 인상적이다. 박병호는 지난 17일 플로리다 주 포트마이어스 센추리 링크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일본인 투수 우에하라를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박병호는 지난 7일 템파베이 레이스 전을 시작으로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을 7경기로 늘렸다. 또 이날 주자가 출루하자 특유의 장타력을 과시하며 2타점을 올려 시범경기 타점을 9개로 늘리는 등 거침없는 타격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매 경기마다 몰리터 감독의 신임은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박병호가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더욱이 홈런 등 장타가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끝판왕 여러 무기로
불펜 진입
돌부처 오승환은 5경기 만에 첫 피홈런을 기록하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전 4경기 연속 철벽 불펜진의 위용을 과시하며 청신호를 켰다.
그는 지난 18일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랜드 조커머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3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0대 2로 뒤지던 3회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4회 말 1사 후 네이트 슈어홀츠에게 우측 담장이 넘어가는 솔로포를 맞았다. 이후 오승환은 흔들리며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타자 앤서니 고즈를 삼진으로 잡았고 이어 저스틴 업튼을 1루 땅볼로 처리해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오승환은 비록 시범 경기 동안 짧게 등판하고 있지만 순항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세인트루이스 현지 언론도 오승환의 별명인 ‘끝판대장’을 언급하며 “오승환이 매우 매끄러운 안착을 했다”고 평가했고 마이크 매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도 “오승환은 여러 가지 무기를 가지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코너를 공략할 수 있는 구종들이 정말 좋다”고 호평했다.
특히 이 같은 활약은 당초 필승조 진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진입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빅보이 수비도 일품…
합격점은?
가장 불안한 출발을 알렸던 이대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본 구단의 러브콜을 사양하고 험난한 빅 리그에 진출한 만큼 먹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특히 그는 메이저 진출 계약이 아닌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진출한 경우여서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한 스프링캠프가 어느 선수보다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 같은 이대호의 절실함은 시범경기에서 착실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려를 기대로 바꾸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18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호호캄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시범경기에서 1루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그는 앞서 16일 LA 에인절스 전에서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하는 등 시범경기 타율 0.292(24타수 7안타)를 기록하며 전 재팬시리즈 MVP의 자존심을 발휘하고 있다.
더욱이 ‘빅보이’ 이대호가 타격감에 이어 수비에서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현지 언론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이대호는 2경기 연속 2루타를 기록함과 동시에 1루수로서의 돋보이는 수비능력을 발휘했다.
경기 후 ‘시애틀 타임즈’는 “이대호가 예상보다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수비에서 발 빠른 움직임으로 어려운 타구를 처리하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특유의 운동 신경을 발휘해 멋진 활약을 선보였다”고 극찬했다.
다만 이대호는 인상 깊은 활약에도 불구하고 경쟁자들 역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대호가 지금처럼 꾸준히 활약상을 보여준다면 메이저리그 개막전 25인 로스터 진입에 경쟁자들보다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제자리 찾아가는
‘타격기계’
한국인 선수들 중 가장 일찍 계약을 마치고 미국에서 몸을 만들어왔던 김현수는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초반 23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는 등 아직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들어 조금씩 출루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7일 시원하지는 않지만 첫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등 늦은 시동을 걸고 있어 반등의 기회를 잡을지를 두고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스프링캠프 이후 가장 좋은 타격감”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쇼월터 감독은 그간 꾸준히 김현수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계속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현수의 부진에 대해 쇼월터 감독의 판단착오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역 언론사인 ‘볼티모어 선’은 “쇼월터 감독이 김현수를 볼티모어의 몇몇 장거리 타자와 짝을 이뤄 타격 그룹에 넣은 것에 대해 실수가 아닌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김현수가 시범경기 초반 타구를 강하게 맞히려는 욕심이 강했고 그러다보니 타구를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모습이 많이 연출됐다고 분석했다. 쇼월터 감독도 김현수에 대해 “(김현수 훈련을)돌아보면 아마도 좋은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스스로 판단 착오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수는 뒷심을 발휘해 꾸준히 안타와 출루를 이어가고 있다. 18일 미네소타와의 경기에서 시원하게 외야로 나가는 안타를 치며 상승세를 알렸다. 그러나 아직 김현수가 확고히 주전자리를 꿰차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평가다.
최지만 진출…
좌익수가 관건
이외에도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는 최지만은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의 솔트리버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경기에서 5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하는 등 팀 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고 있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날 최지만은 좌익수로 5이닝 수비를 소화했고 6회말 수비 때는 1루로 자리를 옮겨 나머지 경기를 치렀다. 더욱이 이날 경기 선발 출전한 선수 중 교체 없이 경기를 치른 선수는 최지만과 제프리 마르테 단 두 명뿐이다.
또 에인절스의 취약 포지션인 좌익수에 투입됐다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에인절스는 그간 취약한 좌익수 부분을 위해 트레이드, FA영입 등을 추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에 최지만이 좌익수 자리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의 입지는 더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후반기 놀라운 활약을 펼쳤던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는 시범경기 7경기 만에 첫 장타·첫 타점을 신고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난 13일 오클랜드 전 이후 등 쪽 근육 통증을 호소하며 4경기째 결정했다. 그는 텍사스 이적 뒤 스프링캠프에서 팔 통증, 등 통증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어 신중하게 컨디션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는 본격적인 베이스러닝 훈련에 들어가 시즌 초반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강정호는 지난해 입은 부상과정에서 수비플레이 도중 주자와 출동해 큰 부상으로 이어진 만큼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어 베이스러닝 훈련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구단 트레이너는 “강정호가 정말 최선을 다해 재활을 하고 있다. 초조해 하지 않고 차분하게 잘 견뎌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건너뛴 류현진(29·LA 다저스)은 빠르면 6월쯤 복귀가 예상된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5월내 복귀는 비현실적인 일이 될 것 같다. 또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피칭을 하지 않을 것이고 복귀 시점도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올 6월경에는 부상선수들이 리그에 모두 복귀할 것으로 전망돼 본격적인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투타 대결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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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