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모 기업이 직원 불륜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배우자의 불륜 사실 확인 후 SNS 등에 배우자와 상대방의 이름, 직업 등을 공개적으로 ‘고발’해 망신을 줬다.
이는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판결로 배우자의 불륜을 처벌할 법적 수단이 사라지자 불륜 피해자들이 직접 응징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며 다수의 기업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법보다 빠른 입소문…제주 폭설 당시 사내커플 발각
무차별 신상털기… 자칫하다간 법적다툼 휩싸여
가장 최근에는 32년 만의 제주도 폭설로 비행기가 결항되면서 회사 출근이 늦어진 남녀 직원 간의 불미스러운 만남(?)이 발각되는 일이 있었다.
복수의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쉬쉬하며 남몰래 사랑을 나누던 일부 직원들이 이틀씩 회사에 나오지 않아 생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제주도에 발이 묶인 사실을 확인하게 됐고, 이들 중 일부는 부적절한 관계를 확인하게 됐다고 한다. 이들의 관계를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SNS라는 부연설명을 하기도 했다.
A기업 관계자는 “여행 사진이 올라오는 등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여 의심을 하고 관계여부를 캐묻다 보면 대부분 시인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비공식적으로 헤어질 것을 종용하거나 징계위 회부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모 기업에서는 회계사 출신 과장과 여사원이 업무 시간에 은밀한 만남을 가졌으며, 주말에도 비밀리에 만나 관계를 가진 사실이 여사원 남편의 제보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불륜 남성도 기혼자라는 것이다.
확인된 모바일 메신저 내용에서도 해당 과장은 “어제 왜 그랬어? 사랑 나눌 때”라고 묻자 여사원은 “오빠를 너무 사랑해서”라고 대답했다. 뚜렷한 증거확보로 발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여사원의 남편은 아내의 핸드폰에 등록된 연락처 전원에 불륜 사실을 알리고, 직장 게시판을 통해 “불륜으로 인해 청렴결백한 직장 이미지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니 처벌을 부탁한다”며 해당 과장과 여사원 해고를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해당 과장과 여사원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륜 내용을 담은 글과 이들의 사진, 카톡 내용 등은 지금도 퍼지고 있다.
낯 뜨거운 사실들?
지난해 9월 27일에는 30대 여성 A씨가 페이스북에 자신의 남편과 그가 사귄 여대생을 고발하는 장문의 글을 SNS에 올려 공분을 샀다.
게시글에는 “○○○, 네가 바람을 피운 걸 알게 됐던 날, 눈앞이 캄캄했다.”, “25세 때부터 8년간 만나 결혼 생활 7개월째인데, 네가 그 엔조이(여대생)랑 놀아난 게 3개월…”, “이혼녀 딱지가 붙는 게 억울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여성의 글에 많은 네티즌이 호응하며 남편과 여대생을 욕하는 댓글을 달았다. 일부 네티즌은 A씨 남편과 여대생의 신상털이를 했고, 심지어 여대생 학교 홈페이지를 찾아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여대생은 자기 신상이 노출되자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했다.
4월에도 자신을 임신 34주차라고 소개한 여성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내가 임신한 동안 남편이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졌는데, 그 여자가 임신 6주차라고 한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라고 밝혔다. 이 여성 또한 남편과 내연녀가 주고받은 메시지들을 공개하며 실명을 공개했다.
해외에서도 불륜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18일(한국시간) 홍콩 매체 ‘오리엔탈 선데이’는 중국 상하이의 20대 여성이 자신의 회사 사장과 저지르고 있는 불륜을 SNS로 중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몰리’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이 여성은 헐벗은 차림으로 호텔 침대나 화장실 등에서 셀카를 찍어 자신의 SNS에 게재해 왔다.
또한 ‘사장 덕분에 보너스 두둑히 챙겼다’라는 글을 올리는 등 조심하거나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랑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매체는 한 가정의 가장을 꼬드겨 잠자리를 가진 뒤 돈을 챙기는 것도 모자라 온라인으로 이를 중계하는 여성의 뻔뻔함에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형사상 벌금 물수도…
이런 일들은 지난해 간통제가 폐지되면서 달라진 풍속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간통죄가 형법에 규정됐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을 각오하면서 ‘불법 사랑’을 해야 했지만, 법이 폐지되면서 남녀의 사랑이 대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민사상 책임이 남아있지만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받을 수 있는 위자료 한도는 1000만~3000만 원 정도로, 간통제 폐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SNS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온라인 불륜 폭로로 신상이 공개된 당사자들이 불륜 피해자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고, 불륜 피해자는 이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고 맞소송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설령 불륜이 사실이어도 불륜 당사자 신상을 폭로한 사람은 명예훼손으로 형사상 벌금을 물게 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불륜 피해자도 불륜 당사자로부터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
법조계에선 미국처럼 몇 개월 바람피우면 위자료를 얼마 지급하라는 ‘위자료 기준표’를 만들어 재판에 적용하고, 이혼 시 재산분할 때도 불륜을 한 사람이 상대에게 일정 부분 재산을 더 주는 방식으로 법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