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한국전력이 일반인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지난해 큰 폭의 이익증가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최근 임원들의 고배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국전력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알아본다.
영업이익 11조3470억 원 전년 대비 96% 증가
조 사장 “투자 시점, 전기료 내리는 건 ‘교각살우’”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회사가 국민을 모른 척한다니 당혹스럽다. 그런데 임원은 돈잔치, 이거는 더 이해 안 된다”
“전기료 인하는 어려운데 임직원은 배당금을 두둑히 챙긴다. 자기 식구만 챙기면 된다는 것인가?”라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전력(이하 한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4일 전력거래소와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의 지난해 전기 소매가격은 kWh당 111.57원으로 전년(111.28원)보다 상승했다. 반면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한 도매가격인 정산단가는 kWh당 84.05원으로 전년(90.53원) 대비 7.16% 하락했다. 84원에 전기를 사들여 국민에게 111.6원에 판매했다는 말이 된다. 마진율은 24.7%에 달한다.
더불어 한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조3470억 원으로 전년(5조7890억 원) 대비 96% 증가했다. 별도 순이익에 신규 투자액 4조7000억 원을 감안한 배당성향은 36.7%로 평가된다. 전년(30.9%) 대비 5.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사상 최대의 실적으로 주가도 6만 원대로 뛰었다.
부지 매각에 대한 차익도 챙겼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에 대한 매각이익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9월 말 기준으로 잔금이 완료돼 3분기에 매각차액이 인식됐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사업적 풍년을 기록한 한 해였음을 자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한전의 전기료 인하 방침을 기대했다.
그러나 한전과 정부는 과거 물가관리를 위해 전기료를 올리지 않아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당장 수익이 났다고 전기요금을 내리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투자에도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다, 전기요금 인하로 국민이 입을 수혜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기료를 내리는 건 ‘교각살우’와 같다”고 말해 일반인들의 공분을 샀다.
최대 수혜자 정부·산은
이런 가운데 복수의 소식을 통해 한전의 고배당 소식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재무구조 개선, 전기요금 인하 등을 뒤로한 채 이른바 배당파티를 벌일 시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호실적이 급격한 전기요금 인하로 이어지기보다는 주주가치 제고로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안정적인 배당주로서 투자 매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돈의 최대 수혜자로 산업은행과 정부가 꼽히면서 비난의 화살이 더해졌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억1124만주(32.9%)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도 1억1684만주(18.2%)를 갖고 있다. 역대 최대수준인 현금배당을 통해 각 6500억 원, 3600억 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의 재정난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재무상황이 한전의 배당확대라는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는 “이 경우 재정난에 처한 정부가 국민이 낸 전기료로 얻은 이익을 손쉽게 끌어간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고 전한다.
한편,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전기요금 체납으로 전기공급이 제한된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2009년 10만9000가구(체납액 123억 원)였던 제한공급가구는 2014년 22만4000가구(207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7월까지 12만5000가구(11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