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Hot ISSUE] 위기의 지상파… 최대 적 종편 아닌 ‘CJ’
[Weekly Hot ISSUE] 위기의 지상파… 최대 적 종편 아닌 ‘CJ’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6-03-21 09:56
  • 승인 2016.03.21 09:56
  • 호수 1142
  • 3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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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tvN 드라마 ‘미생’을 비롯해 ‘응답하라 시리즈’, ‘막돼먹은 영애씨’ 등 지상파로부터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CJ E&M이 최근 ‘시그널’, ‘치즈 인 더 트랩’, ‘두 번째 스무살’, ‘동네의 영웅’, ‘피리 부는 사나이’ 등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선보이며 지상파 드라마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연달아 히트작을 내놓으며 어느새 광고수익에서도 지상파를 추격하고 있고 일명 금손으로 분류되는 스타작가들을 비롯해 스타 PD들이 잇달아 CJ왕국에 입성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뉴시스>

2011년 12월 1일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하면서 방송가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특히 기존의 방송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지상파 3사에 대해 종편은 막강한 경쟁자로 급부상하며 지상파 인력이 대거 이동하는 등 한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여전히 지상파와 종편은 광고총량제 등을 놓고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양측이 서로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 사이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tvN을 앞세워 다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CJ E&M이 히트 예능프로그램을 비롯해 드라마 성공시나리오를 완성하며 실질적 지상파의 경쟁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CJ E&M이 선보인 일부 프로그램은 지상파의 프로그램을 압도할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며 과거 지상파 방송사들이 누려왔던 드라마왕국 타이틀을 정조준하고 있다

덕분에 대박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스타 작가들이 지상파를 떠나 CJ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방송된 ‘두 번째 스무살’의 소현경 작가를 비롯해 최근 종영한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 오는 5월 방송을 준비 중인 ‘디어 마이 프렌즈’의 노희경 작가뿐만 아니라 박지은, 김은숙, 진수완 작가까지 CJ 행을 확정했다.

진수완 작가의 경우 지난 9일 tvN과 차기작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김은숙 작가도 앞서 CJ E&M과 차기작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수완 작가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 등을 통해 대중에게 사랑을 받은 대표 스타작가로 꼽힌다. 김은숙 작가도 요즘 한류열풍의 주인공인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집필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더욱이 이들 두 작가가 소속된 회사가 사실상 CJ E&M 소유라는 점에서 차기작은 CJ 발이 확실한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이 처럼 스타작가들의 CJ행이 이어지자 톱스타들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탄생시킨 신원호 PD는 지난달 KBS방송아카데미가 개최한 강연에서 “응답하라 1997 주연배우를 캐스팅할 때 A+부터 C。까지 거의 모든 급의 배우들에게 거절당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케이블 드라마는 스타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스타 PD와 작가가 뭉쳐 걸출한 작품을 탄생시키고 이를 통해 스타배우들이 탄생하는가 하면 기존의 스타들이 변신과 재발견의 기회로 작용하면서 이제는 톱스타들도 줄을 서야 할 정도라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 김성수 CJ E&M 대표이사 <뉴시스>
이러는 사이 지상파의 걱정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스타 제작진들의 유출과 더불어 시청자들 역시 지상파 드라마에 대해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광고수익에서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달 2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2014년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에 따르면 CJ E&M 산하 케이블TV사업자의 2014년 연간광고 매출은 2868억 원으로 10년 전인 2005년(650억 원)에 비해 3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냈다.

반면 지상파 방송3사의 광고매출은 매년 감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광고매출은 2005년 2조4359억 원에서 2014년에는 1조8976억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CJ 측은 이 기세를 몰아 조만간 CJ E&M 드라마제작 부분을 분사할 계획까지 내놓았다. 여기에 자사가 보유한 케이블 채널과 제작사들까지 합세해 신흥 드라마왕국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상파의 끝나지 않는 드라마 막장 논란, 관료적 제작환경, 촉박한 제작시스템 등 여전히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는 부분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스타 제작진을 비롯해 작가, 스타들의 케이블 행은 지속될 것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CJ E&M으로 드라마 콘텐츠가 집중되면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CJ 측은 드라마 OST 계약을 놓고 홍역을 치렀다.

발단은 인디밴드 ‘슈가볼’의 멤버 고창인이 자신의 SNS에 글을 남기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나에게 녹음 믹스 마스터 세션비는 알아서 하시고 우리가 OST로 좀 쓰게 남는 곡 하냐 없냐고 물었던 게 ‘치즈 인 더 트랩’이었다. 아, 곡비도 없고”라는 폭로성 글을 남기면서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해당 드라마 음악감독인 인디밴드 디어라이너가 “그런 조건에 참여한다는 건, 저라도 힘들었을 것 같다. 다음에 좋은 기회에 함께 하게 되면 직접 연락드리겠다”고 댓글을 달면서 갑질 논란은 확산됐다.

물론 이에 대해 CJ E&M 관계자는 “‘치즈 인 더 트랩’ OST는 기존 OST와 달리 컨셉트 자체의 인디음악을 풍부하게 쓰는 것을 제작진과 기획했다. 계약 자체도 OST 제작팀과 인디아티스트, 소속사 모두 음원 수익을 균등하게 나누는 계약으로 함께 하자는 좋은 취지로 진행돼왔다. OST에 참여한 모든 아티스트, 소속사와 계약은 원만히 진행됐고 음악 결과 또한 좋아서 모두 만족한 분위기”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무명의 인디밴드에게 소위 ‘잘 나가는’ CJ E&M표 드라마에 자신의 노래 한 곡이 실려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것은 달콤한 유혹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자칫 갑질 횡포가 급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방송시장 역시 적절한 경쟁이 없는 독과점으로 이어질 경우 대중의 기대보다 후유증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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