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면세점 전쟁…갈등 폭발
다시 불붙는 면세점 전쟁…갈등 폭발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3-21 09:50
  • 승인 2016.03.21 09:50
  • 호수 1142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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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 장벽 낮추려는 기존업체 vs 도성 성벽 쌓으려는 신규업체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정부가 특허 연장 소급적용과 신규 특허 추가 등을 통해 서울 시내면세점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신세계DF, 두산 등 신규 면세점 사업자들과 롯데그룹,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등 기존 사업자, 면세점 진출 희망 업체들의 마찰이 심상치 않다. 신규 업체들은 단체 행동으로 신규추가와 소급적용 등을 반대하고 있다. 기존 업체들과 면세점 사업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은 국내 면세점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맞서고 있다. [일요서울]은 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지 들여다봤다. 

롯데·현대백화점 등 관광활성화 자율경쟁 주장
HDC신라·한화갤러리아·두산 등 시장 포화 호소

이번 면세점 전쟁 패자부활전은 정부가 탈락한 업체를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시작됐다. 면세점 제도 개선안 중 신규 특허를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 신규 특허 발급 요건 및 시장진입 완화 ▲ 특허기간 연장 및 갱신 허용 여부 ▲ 특허수수료 수준 변경 여부 ▲ 독과점적 시장구조 개선 방안 등이다.

그룹별로도 대립 구도는 명확해지는 모양새다. 현실적으로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롯데, SK, 현대백화점, 이랜드 등 대 성벽을 공고히 쌓으려는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신세계DF, 두산 등의 구도다.

당연히 신규 특허가 시행되면 기존 사업자들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지도가 높고, 매장 등이 이미 확보된 터라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또 22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고용불안 문제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반대로 지난해 특허를 받아 이제 막 오픈했거나 오픈을 앞둔 사업자들에게는 신규 특허가 굉장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물론, 브랜드 유치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 신규면세점 대표들은 지난 16일 개최된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에 총출동해 반대 의견을 확고히 했다. 권희석 SM면세점 대표,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대표,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 이천우 두산 부사장 등 면세점 신규 업체의 수장들이 모두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권희석 SM면세점 대표는 공청회가 시작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규면세점) 5개가 동시에 시작하다 보니 인력난이 심하다”면서 “하반기에 (신규 특허 추가 발급을) 검토하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청회 질의응답 시간에는“경력직 전문사원도 모자라고 브랜드들이 협상을 중단하고 있어 입점도 잘 안 되는 상황에서 2월 오픈 뒤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한국 면세점이 포화상태라는 것을 증명하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대표는 “면세점 정책을 졸속으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이번에 또 (졸속 행정을) 반복하게 됐다”면서 “불확실한 부분을 조금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도 “면세 사업권을 얻지 못한 롯데와 SK가 감정에 호소하면서 투자가 물거품이 됐다고 하니 새로 시작한 업체들의 노력보다 탈락 업체에 정책 초점이 맞춰졌다”고 거들었다.

특허를 찬성하는 측의 주장도 만만치는 않다. 지난해 면세점전쟁에서 탈락한 현대백화점은 지난 15일 “서울 시내 면세점 수를 10개 정도로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현행 면세점 허가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신규 면세점 5개사가 주장하는 면세시장의 공급과잉 우려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신고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경쟁력이 없는 기업이 무리하게 진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전망은?

롯데면세점 측은 반대하는 의견에 대해 “지난해 신규 사업권 때는 시장의 독과점 해소, 자율경쟁을 위해 면세점 사업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업체들이 지금은 사업 진입 장벽을 만들어 달라는 것 자체가 정부의 규제 완화의 정책과 상반된다”면서 신규업체들의 자사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시내면세점이 많아질수록 관광객 편의성은 높아지겠지만 면세점의 이익률은 악화된다는 단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주요 5개 면세점 사업자의 영업이익률이 6.3%를 기록, 2014년(7.29%)보다 약 1%포인트가량 빠져나갔다. 그런데 경쟁이 더 심화되면 이익률이 더 나빠지는 것은 자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소비자의 입장에서 면세산업의 품목, 쇼핑하기 좋은 환경 등에 대한 부분을 고려해 면세점을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면세점 시장 자체의 크기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이번 면세점 제도 개선 가능성만으로도 나비효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면세점 1위 사업자의 부지였던 송파구나, 새로운 사업지로 홍대입구역 부근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롯데쇼핑, SK네트웍스 등의 주가 역시 면세점이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등에 업고 상승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논란이 확산될 수 있지만 특허기간 10년 연장안과 특허수수료 소폭 인상안은 긍정적”이라면서 호텔·레저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다만 정부가 공청회 내용 등을 반영해서 이번 달 말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기로 해 아직까지 확신은 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결과에 따라 지난해 일었던 면세점 전쟁의 판도가 또 한 번 뒤흔들릴 수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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