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l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들어선 이후 친노 패권주의 청산에 칼을 뽑았다는 자평을 하고 있다. 친노 진영의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을 컷오프하고 문희상, 유인태, 정청래, 김현 의원 역시 공천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본지는 더불어민주당 현역 국회의원 104명 중 공천을 받은 범친노계 공천결과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총44명 중 35명이 공천을 받았고 친노로 분류되는 상징적인 인사만 공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영입한 인사들 중 과반수 이상이 공천을 받았고 비례대표 신청한 인사까지 더할 경우 50여명이 넘게 공천을 받게 됐다. 여기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표의 고향인 부산/경남에 출마한 친노 인사들을 제외한 것으로 모두 생환할 경우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야당 내 최대 계파가 될 전망이다.
文, “양향자 등 친문 두 명 구제” 김,“이해찬은…”
친노 45명 중 29명 공천, ‘영입인사+비례’ 최대 계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표 공천결과가 속속 드러나면서 당내 친노 인사들의 물갈이가 현실화됐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단수 공천을 받던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은 인사들을 보면 범친노 현역 의원들이 80% 가까이 공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표 참조]
친노 컷오프?
“차·포 빼면 다 살아남아”
당초 친노계 인사들은 6선의 이해찬 의원이 컷오프(공천배제)되자 ‘친노계 죽이기’라고 반발했지만 상징적일 뿐 소장 범친노 20명 현역이 단수공천을 받았고 여론조사 경선에서 승리한 9명까지 합할 경우 29명이 공천을 받았다.
범친노계 인사 중에서 불출마 선언을 했거나 컷오프 그리고 경선 탈락한 인사들은 16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 의원인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최재성, 김용익, 홍종학 노영민 의원은 아예 공천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친노 물갈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문희상, 유인태, 이미경, 정청래, 김현, 윤후덕, 백군기 의원이 컷오프돼 친노 죽이기라는 평이 나오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는 평이다.
이 의원을 비롯해 문희상, 유인태, 이미경 의원은 다선에 고령 탓으로 ‘후진양성’을 위해 진작부터 ‘2선 후퇴’를 종용받았다. 특히 친노계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의 경우 문재인-김종인 빅딜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내용인즉 문재인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김 대표에게 여성 영입인사 1호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와 소장 친노 2명에 대해 사적으로 공천을 부탁했고 이에 대해 김종인 대표가 이해찬 거취에 대해서 묻자 ‘침묵’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의 컷오프는 이미 친노계에서는 상징적으로 쳐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정청래 의원의 경우 야권 내에서는 친노로 분류되고 있지만 문 전 대표와 수시로 ‘각’을 세웠던 점을 들어 ‘돈키호테 식’ 강경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현 의원은 이해찬계로 분류되고 있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부적절한 ‘처신’으로 논란이 됐고 3군사령관 출신 백군기 의원은 비례대표로 범친노지만 계파색이 엷을 수밖에 없다. 반면 유일하게 남는 친노 주류 윤후덕 의원은 컷오프됐다가 비대위에서 재심이 받아들여지면서 공천을 받았다.
결국 경선에서 탈락한 범친노 현역 3인방(김기준, 장하나, 최동익)을 제외하고 인위적으로 소장 친노를 공천에서 배제한 인사는 별로 없는 셈이다. 오히려 여론조사 경선에서 승리해 돌아온 친노계 인사만 9명이나 될 만큼 범친노계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체제 하에서 선전했다. 상징적인 친노 인사들만 쳐내고 진짜 친노들은 살려달라는 ‘문재인-김종인 빅딜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배경이다.

文 영입인사 다수
전략공천에 비례대표로
문재인 전 대표가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해 끌어들인 인사들도 범친노이자 정확하게는 친문 인사들이다. 이미 10명이 야권 핵심 지역에 경선도 거치지 않고 전략공천을 받았다.
대표적인 인사가 남성 영입1호인 표창원 전 범죄과학연구소장이 용인정에 여성 영입 1호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가 광주서을에 전략공천됐다. 이 밖에도 하정열 전북 정읍·고창, 박희승 전북 남원·임실·순창, 오기형 서울 도봉을 김정우 경기군포갑, 조응천 남양주갑 등은 당선이 유력한 지역에 전략공천을 받았다.
문 전 대표가 비공개로 인재 영입한 인사 중 유일하게 경선에서 떨어진 인사는 성남중원 안성욱 전 동부지청장으로 ‘필리버스터’ 스타로 떠오른 친노 은수미 의원에게 패한 게 전부다. 또한 영입 인사중 비례대표로 신청한 인사들도 남아있다. 이수현 전 6자회담 수석대표, 권미혁 전 여연 상임대표, 문미옥 전 한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 정책실장,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 양보민 서울대 교수 등이 상위에 배치될 경우 친노계 인사들은 현역과 원외 인사들을 합쳐 40명을 훌쩍 넘게 된다.
비례대표 신청자 중 청년몫으로 문 전 대표가 영입한 김빈 빈컴퍼지 대표는 컷오프됐지만 합격한 청년비례 최유진 후보가 ‘첨삭지도’ 구설수에 올라 자진사퇴 하면서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돼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나마 몇석이라도 건질 수 있는 지역이 낙동강 전선과 경남 진보 진영 벨트가 있다. 노무현-문재인 고향으로 친노 직계 인사들이 다수 출마해 단수공천을 받았다. 하지만 문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했고 거물급 친노 인사들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의석수 확보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단 부산 지역에 출마한 친노직계 인사들을 보면 영도구에 김비오, 북강서갑 전재수 북강서을, 유영민 해운대갑, 최인호 사하갑, 오창석 사하을, 배재정 사상구 후보가 대표적이다. 경남 지역에는 민홍철 김해시갑, 김경수 김해시을, 송인배 양산갑 등이 공천을 받아 뛰고 있다. 더민주당 내에서도 현역인 민홍철 의원을 제외하고 당선을 확신하는 후보가 드물다.
그러나 부산/경남 벨트의 경우 총선보다는 내년 12월 치러질 대통령선거 경선과 본선에서 문 전 대표 측근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는 친노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볼수 있다.
이 밖에도 전직 의원이나 전 참여정부 시절 복무했던 친노계 원외 인사들도 단수 공천을 받아 뛰고 있어 친노계는 더 불어날 공산이 높다. 대표적인 인사가 경기 시흥갑 백원우 전 의원, 은평을 강병원 후보, 양천갑 황희, 관악을 정태호 후보 등이다. 마포을 손혜원 후보는 문 전 대표가 대표직에 있을 당시 홍보위원장으로 영입한 외부 인사다.
김종인표 ‘친노 패권 청산’ 평가 ‘미흡’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종인 대표 체제 하에서 ‘친노 패권.운동권 문화’가 청산됐다는 평가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해찬 의원의 경우 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를 선언했다. 만약 이 의원이 당선돼 당에 복귀할 경우 친노 위상은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야권통합 정국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절대 불가’를 외치며 친노 패권주의 청산이 미흡하다고 주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김종인표 공천이 오는 4.13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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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