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벼랑끝 전술에, 이한구 작심 배경은?
김무성 벼랑끝 전술에, 이한구 작심 배경은?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6-03-18 20:50
  • 승인 2016.03.18 20:50
  • 호수 1142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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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 이한구의 50일간 공천전쟁 진실
▲ photo@ilyoseoul.co.kr

살생부, 여의도연구원 문건, 윤상현 막말 파동

김무성 명분(상향식공천) 잃고 실리(측근) 챙기고
이한구 청와대 뜻 받들고, 무대 퇴로 열어주고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각각 비박계와 친박계의 사령탑이 되어 벌인 새누리당 공천전쟁이 최근 마지막 ‘푸닥거리’를 했다. 김 대표는 공천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 비박계 학살의 조짐이 보였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현역 의원 가운데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만 확정하지 못하고 있던 시점인 16일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어 “공관위의 현역 컷오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 거부 하겠다. 공관위가 재의해 달라”고 폭탄선언을 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즉각 반박 회견을 갖고 “(김 대표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재의 요구를 거부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공방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 소집을 거부하는 걸로 ‘이한구 표’ 공천안에 대한 추인을 거부했다. 이에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별도로 모임을 갖고 전날 최고위원회 도중에 기자회견을 열었던 김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김용태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는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한구-김무성
치고받은 속사정 보니

공천이 마무리 된 시점에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이 한바탕 충돌을 벌인 속사정은 무엇일까. 일단은 김 대표가 참고 참았던 울분을 막판에 토해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천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선 ‘공멸’(共滅)을 막기 위해 큰 시비를 걸지 않았지만 자신이 ‘이한구 표’ 공천에 찬성하는 건 아니란 입장을 분명히 밝혀두기 위해 ‘거사’를 벌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새누리당 공천은 김 대표와 이 위원장 사이의 암묵적 교감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혹도 없지 않다. ‘이한구 공천위’가 출범한 2월 초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그런 징후를 읽을 수 있다.

새누리당 공천전쟁이 본격적으로 발발하기 전 첫 번 째 의문이 생겼다. 김 대표가 친박계에서 요구한 ‘이한구 카드’를 너무 쉽게 받아들였던 일이다. 이 위원장은 당내에서 ‘외골수’ ‘고집불통’으로 소문난 인물이다.

따라서 청와대의 의지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공천 칼날을 휘두를 걸로 충분히 예상됐다.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그가 청와대의 입맛에 맞도록 공천을 요리한 뒤 다음 국무총리 같은 ‘큰 자리’를 노릴 거란 말도 나돌았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조금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이한구 카드’를 수용했다. 김 대표는 당시 이에 대해 “이미 당헌·당규에 근거해 상향식 공천 룰이 만들어진 만큼 공관위는 공천심사를 하는 게 아니라 관리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한구 카드’를 놓고 계속 실랑이를 할 경우 나중에 친박계가 ‘경선을 할 시간이 없다’며 전략공천을 밀어붙일 걸로 예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이 위원장은 당헌·당규를 깡그리 무시하며 사실상의 전략공천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고비 마다 후퇴를 거듭했다. 새누리당의 50일 공천전쟁 동안 세 차례 큰 변곡점이 있었다. ‘살생부 파동’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자료 유출 사건’이다. 이 때마다 이 위원장은 줄곧 공세를 펼쳤고, 김 대표는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먼저 살생부 파동. ‘김 대표가 친박계 핵심으로부터 현역 의원 40명의 이름이 담긴 명단을 건네받았다’는 요지의 살생부 파동은 비박계 정두언 의원이 2월 27일 언론에 폭로하면서 불이 붙었다.

살생부 덮은 윤상현
뒤늦은 막말 공개

사실 김 대표는 살생부 논란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 정 의원은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이 김 대표에게 들었다며 살생부 얘기를 내게 했다. 내가 김 대표로부터도 직접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의원이 ‘핵심 측근’이라고 언급한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는 “김 대표는 내게 ‘청와대 핵심’, ‘친박 세력’ 운운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살생부’란 표현도 하지 않았다. 정 의원과 만났을 때 나는 그런 말을 전한 적이 없다”고 언론에 밝혔다.

정 의원 역시 “김 대표나 김 교수를 만났을 때 ‘살생부’ ‘청와대’라는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김 대표의 핵심 참모 A씨는 필자에게 “김 교수는 몇 달에 한 번씩 그냥 찾아오는 사람으로, 핵심 측근이 아니다. 내가 직접 확인해 보니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살생부 파문에 대해 즉각 사과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위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선 엄중 조사해 문책한다’고 결의하자 이에 순순히 동의했다. A씨는 “이한구가 ‘살생부’를 빌미로 도발을 일으키는데, 거기에 맞대응하면 경선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걸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의 폭로가 있었던 날 밤에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상현 의원의 취중 막말이 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종편의 보도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형”이라고 호칭한 제3의 인물과 통화하면서 “김무성 죽여버려, 이 XX”라는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윤 의원은 이를 사과하면서도 녹취록 유출 과정에 의혹을 제시하며 ‘음모론’을 폈다.

이 대목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윤 의원의 막말, 다른 하나는 친박계 핵심 의원이 공관위의 공정성을 해친 문제다. 그러나 이때도 김 대표는 침묵했다.

자택으로 찾아온 윤 의원의 사과를 받지 않는 걸로 ‘노기’(怒氣)를 표시했지만 당 윤리위나 클린공천지원단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는 등의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당이 극도로 어수선한 가운데 3월 3일엔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작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 자료가 유포됐다.

전국 공천신청자들의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의 일부였는데, 어떤 지역에선 조사 결과가 언론사 조사와 전혀 달랐다. 김 대표 입장에선 공관위의 책임을 물으며 강공을 펼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또 입을 닫았다.

반면, 세 번의 변곡점을 거치는 동안 이 위원장은 김 대표를 향해 독설을 뿜어냈다.

“과거에 현직 당 대표도 공천에서 탈락한 사례가 있다”(살생부 파동), “취중에 개인적으로 친구나 동생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면 그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윤상현 파문), “공관위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여의도연구원 문건 유출)

이런 상황이 전개되자 공천 주도권이 공관위로 완전히 넘어가고 당 대표는 허수아비가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여권 안에서 나돌았다. 김 대표가 나약한 모습을 계속 보임으로써 총선이 끝난 후엔 ‘김무성 대망론’이 사그라질 거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공천이 마무리된 지금 결과를 꼼꼼히 분석해 보면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이 서로 ‘윈-윈’ 했음을 단번에 읽을 수 있다.

먼저 김 대표는 ‘명분’을 잃었지만 ‘실리’는 얻었다. 일단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했던 100% 상향식 공천은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19대 총선 때 40여 곳에 불과하던 경선지역을 140여 곳으로 끌어올려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자신의 대권가도에 탄탄한 기반이 될 부산에선 15명의 현역 의원 중 단 한 명도 컷오프되지 않는 성과를 거뒀다. 역대 총선의 부산지역 현역 교체율이 50%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김 대표가 자신의 고향 부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과 김성태·권성동·서용교·홍문표 의원 등이 줄줄이 공천을 받았다. 나머지 박민식·강석훈·김영우 의원 등 측근그룹도 경선 기회를 잡았다. 컷오프된 김무성계는 제로다.

김무성-이한구 빅딜설
실체 드러나나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지역인 대구에 대해선 김 대표가 전혀 방어막을 치지 않았다.

그 결과 대구 공천은 순전히 이 위원장의 의도대로 완성됐다. 대구의 친 유승민계인 김희국·류성걸·권은희·홍지만 의원이 줄줄이 날아갔다. 대구 의외의 지역에서도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조해진·이종훈·이이재 의원 등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이 청와대의 지침을 따르기 위해 김 대표에게 ‘선물’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한구 체제 공관위 출범 후 50일 동안 양측이 겉으론 치열한 전투를 벌였지만 뒤에선 모종의 거래가 이뤄졌을 거란 의심도 생긴다.

결국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이 공천 막판에 낙천자들의 최고위 추인 문제를 놓고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건 ‘빅딜 설’을 의식한 의도적 도발과 반박이었을 지도 모른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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