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 때는 잠시 엎드려 있다가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려 일어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재기’를 기약했다. 이상열 당선자도 “민주당을 다시 살려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태어나도록 노력하자”며 “빠른 시간 내에 웃는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양윤녕 홍보국장은 “이 자리에 있는 당직자들은 청년 시절을 민주당을 위해 헌신하며 보낸 분들이고, 80년대에 버스 토큰을 나눠 쓰면서 지금까지 당을 지켜왔다”며 “조속히 당을 정상화해 달라”고 지도부에 호소했다.총선 참패의 원인에 대한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기운 민원국장은 “50년 전통을 주장하기에 앞서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며 “전통에 미래와 희망을 접목시키지 않고서는 정통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고, 전자정당추진위 김상호 부장은 “민주당을 재건하기 위해 대학생 등 참신하고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주당이 현재 머물고 있는 ‘매머드 당사’를 떠나 내달 3일까지 당세에 걸맞는 소규모 당사로 옮길 예정이다.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회의를 갖고 후보지 3곳을 비교해 오늘 중으로 새 당사를 결정하기로 했다. 후보지는 구 한나라당사 인근의 삼한커뮤빌딩(160평)과 민주당사 인근의 미주빌딩(205평), 민주노동당사(여의도 한양빌딩 4층) 맞은편의 대하빌딩(230평)으로, 현재로서는 대하빌딩이 유력하다.대하빌딩이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는 데는 민주당이 9석의 ‘미니정당’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각 언론사 기자들이 속속 출입처를 민주노동당으로 옮기자 차라리 민주노동당 인근으로 옮기는 게 편하지 않겠냐는 계산도 깔려 있다. 또한 대하빌딩의 소유주가 평민당 전국구 의원(13대)을 지낸 김영도씨라는 것도 임대협상에서 이점으로 작용한다.
“지도부 욕심버려야 당 부활”
민주당 사무처 해단식 이후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16년간 함께 일해 온 식구들과 이별하고 떠나는 민주당 대변인실의 최축호 국장. 지난 29일 민주당 당사에서 만난 최국장은 “처음 겪는 일이라 마음의 준비도 못한 상태여서 대책조차 세울 수 없었다”고 토로하며, 현지도부에 “민주당을 다시 부활시키려면, 욕심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들의 마음속으로 다가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16년간 일해온 민주당을 떠나는 심정은.▲처음 정치판에 입문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88년 새정치국민회의 출범시절에 민주당에 들어왔다.총선 전 공천문제 등 당내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선거가 힘들 것으로 봤지만 이렇게까지 무너질지 몰랐다. 사실 주변사람들에게 찍어달라고 부탁할 염치도 없었다. 국민의 뜻이니까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50년 역사의 정통야당을 누구라도 지켜줄 것으로 믿었었다.
-일괄 사표를 제출할 때의 마음은 어떠했나.▲사직서라는 것이 형식이야 다들 같지만 거기에 이름을 한자 한자 쓰면서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것이다. 지도부에 대해서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분들 마음이야 오죽하겠냐만은 너무 억울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최소한 우리가 이렇게 사직서를 내고 있는데 대표님이라도 오셔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해 주셔야 하지 않는가 하는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당 차원에서 퇴직자들에 대한 보상은 있나.▲지도부로부터 지난달 월급과 퇴직금을 준다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대책이 없는 상태여서 앞일이 막막하다. 나부터도 아이들 교육비를 걱정하게 됐고, 대변인실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의 경우 의대에 다니는 남편과 노모를 뒷바라지 해야하는 상황인데 안타깝게 됐다. 다들 실업자로 전락한 신세라서 뭐라 할 말이 없다.
-16년 동안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탈당, 분당으로 시끄럽긴 했지만 노무현 정부가 탄생했을 때도 그랬고, 김대중 전대통령이 당선돼 정권교체를 이뤄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막내아들이 유치원 다니던 시절 그런 일이 있었다. 당시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를 찍어달라고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부탁하고 다녔다고 한다. 아버지와 같이 일하는 사람이니 선거 끝나고 나면 사인을 받아다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엔 노무현 대통령이 보냈던 연하장에 그려진 서명을 아내한테 똑 같이 그려달라고 해서 선생님들에게 나눠줬다고 전해 들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을 하고 열린우리당과 분당을 했을 때 아이들이 “아빠, 이제는 대통령하고 같이 일 안해?”라고 물었을 때 정말 답답한 심정이었다.
김종민 kjl9416@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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