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영화 ‘연애술사’(감독 천세환·제작 필름지)는 바람둥이 마술사 연정훈(우지훈 역)과 화끈한 미술교사 박진희(구희원 역)가 과거 연애시절 자신들의 러브 플레이가 담긴 몰카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로맨틱 섹시 코미디물. 이미 헤어진 연인 사이지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과거에 함께 머물렀던 모텔들을 순례(?)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모텔에서 사랑을 나누는 자신의 모습이 몰카에 촬영돼 인터넷에 떠돈다? 영화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던 소재에 대해 그녀의 생각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박진희는 이 질문에 대해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제가 연예인이다 보니 아마 영화 속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상대 남자와 바로 결혼해 버려야겠죠? 사슬에 묶든지, 밧줄로 묶어서라도 결혼하게 만들 것 같아요. 이미 헤어진 사이라 하더라도 만나서 ‘오래 전부터 사랑했던 사이’라고 박박 우기면서 반드시 결혼했을 거예요.”그녀는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거 남자친구와 뽀뽀를 하기 위해 비디오방에 가자고 직접 제안했다”고 털어놨을 정도로 ‘솔직한’ 여자다. 평소 성격도 털털하고 시원시원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적극적인 해결방법을 찾는 편이라고. “영화 속 인물이 저를 닮았다고 하는 이유를 아시겠죠? 극중 희원이처럼 저도 술 좋아하고(웃음),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적극적이고, 표현에 솔직한데다 낯가림이 없어 내숭과는 거리가 좀 멀다고나 할까? 나이트클럽에서의 막춤, 소주 한잔을 걸치고 귀엽게 술주정하는 캐릭터까지 많이 닮았죠. 뭐~ 이제야 제 본색을 드러낸 거죠(웃음).”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던 그녀의 모습에 너무 각인된 탓일까. 기자 역시 박진희를 떠올리면 ‘인내와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으니 말이다. 하긴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준 것이 늘씬한 각선미를 드러내는 ‘걸리버걸’이었으며, 완벽한 모범생이지만 뒤에서 담배를 지그시 물던 ‘여고괴담’의 당돌한 여고생이었음을 떠올려보면 영화 속 모습, 그리고 인터뷰 과정에서 보여준 솔직한 모습이 그다지 색다른 것도 아닌 듯 싶다. 영화에서 박진희는 돈 많고 외모도 괜찮은 성형외과 의사의 프로포즈를 받는다. 바람둥이지만 사랑했던 옛 애인과 조건 좋은 남자.
만약 실제라면 박진희는 둘 중 어떤 사람을 선택할까?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단 일초의 생각할 여유도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내두른다.“어휴~ 난 정말 둘 다 싫어요. 돈 많은 남자도 싫고, 바람둥이는 더 질색이고…. 돈 많은 남자? 글쎄… 돈은 제가 남자 먹여 살릴 만큼 벌면 되지 않을까요?(웃음). 그러려면 영화 많이 찍어야 하는데…호호.”박진희는 무엇보다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착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면 더 바랄게 없다면서. 그녀는 영화 ‘연애술사’를 통해 활발한 생기를 품고 돌아온 것이 사실이다. 슬픈 운명을 극복해 가는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며 변신의 폭도 넓혔다는 평이다. “배우라는 직업은 세월이 지나면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누군가의 딸, 엄마, 할머니로 변해가잖아요. 저 역시 세월이 흐를수록 제게 어울리는, 또 주어지는 배역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지켜봐주세요!”인터뷰 말미에 “영화 대박나면 제가 술 한잔 쏠게요”라고 인사하는 그녀. 본색을 드러낸 그녀의 ‘변신’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보다 그녀와 술잔을 기울일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것은 왜일까.
정소현 coda0314@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