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이냐 군대냐 그것이 문제로다…
시민권이냐 군대냐 그것이 문제로다…
  • 정소현 
  • 입력 2005-05-31 09:00
  • 승인 2005.05.3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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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룹 god의 멤버 손호영의 ‘국적상실’ 파문에 이어 m.net의 ‘유승준 다큐’ 방송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예인들의 국적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4일 국적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이중 국적 상태이거나, 미국 영주권을 가진 일부 연예인들은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됐다. 새로 바뀐 국적법 개정안에 따라 한국국적을 포기하거나, 병역의무를 반드시 치러야 하는 상황인 것.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의 의지지만 사회적 시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들의 선택의 무게는 더없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들이 갈등하는 이유…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에게 ‘병역’은 ‘생명 끝’이나 다름없다. 설령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연예계에 복귀한다하더라도 예전의 인기를 되찾기란 쉽지 않다. 물론 홍경민 이훈 등 몇몇 연예인들은 복귀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들과 같은 사례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의 공백과 컴백 후 성공에 대한 불안감은 그들로 하여금 병역회피라는 고민을 갖게 한다. 특히 화려한 생활과 대중의 인기 속에 머물렀던 이들이 군대라는 엄격히 통제된 곳에서의 생활을 두려워하는 것도 걸림돌 중 하나. “다른 남자들도 똑같이 겪는 것”이라고 하나같이 말하겠지만, 이들에게 고된 훈련과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 공백 등은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중국적을 갖고 있는 경우엔 더욱 난감하다. 새로 바뀐 국적법에 따르면 이중 국적자가 한국국적을 포기하면 병역의 의무는 없지만, 앞으로는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으면 한국국적을 포기할 수 없다. 다른 나라 사람이 되거나, 한국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군대를 가라는 의미다. 골치가 아파질 수밖에 없다. 대중의 시선은 더욱 두려운 존재다. ‘미친 척’하고 한국국적을 포기한다면 연예계 생활을 꾸준히 누릴 수 있지만, ‘병역=애국심’이라는 공식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비난을 면키는 어렵다.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다는 것 역시 치명타. 결국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적을 포기하면 활동은 어떻게?

만약 이중국적자가 한국 국적을 포기했을 경우 사회적 통념이나 윤리적인 측면에서 비난의 소지가 있다는 점 외에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다만 한국국적을 포기하면 ‘외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게 돼 연예계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여러 난관을 겪어야만 한다. 일단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진다. 국내 체류가 현재보다 더 어려워 진다는 뜻이다. 사실 그동안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대부분의 스타들이 연예계 활동을 하며 겪는 불편함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적 포기자가 국내에 거주하려면 30일 이내에 외국인 체류자격을 부여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반기간에 따라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또한 외국인이기 때문에 형사상 범죄를 저지르면 국외로 강제 퇴거 대상이 될 수 있다. 비자의 종류에 따라 국내에 머무를 수 있는 체류 기간과 세금 또한 달라진다.

그만큼 연예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제약이 심해지는 것.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정도 음반을 발매하는 가수들의 경우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체류기간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수개월씩 연속 촬영을 해야할 정도로 스케줄이 빡빡한 영화배우나 탤런트들의 경우 체류기간을 의식해 해외를 오가며 연기 활동을 하기는 상당히 무리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늬만 한국인’인 그들이 맞닥뜨릴 가장 큰 불편은 ‘진짜 한국인’의 따가운 시선이다. 이미 유승준은 지난 2002년 1월 한국국적을 포기한 뒤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괘씸죄’로 현재까지 입국금지 처분을 받고 있는 등 연예활동은 물론 국내 입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적을 선택하는 건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의지다. 하지만 ‘병역’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는 새 국적법 앞에서, 또 ‘진짜 한국인’ 앞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연예인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정소현  coda031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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