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 사납금처럼…’ 진화된 신종 출장 성매매 조직 덜미
‘골프파트너 원해요’, ‘지금 갑니다’
대화 기록 안 남는 채팅 앱으로 성매매알선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최근 인천을 중심으로 신종 출장 성매매가 기승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application)을 통한 신종 알선·출장 성매매 행위가 급증하고 있다. 앱을 통한 성매매 알선은 알선을 위한 특정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신종 출장 성매매 조직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고 있다. 심지어 성매매 조직이 사용한 채팅 앱은 대화 기록이 남지 않아 성매매 조직과 손님 모두 신원을 쉽게 숨길 수 있다. 더욱이 납치나 청소년 성매매 등 추가적 범죄의 온상지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떳다방보다 더한
신종 출장 성매매
인천에서 SNS를 이용한 신종 출장 성매매 조직이 검거돼 화제다. 이들은 대화 기록이 남지 않는 스마트폰 메신저를 활용해 특정 거점 없이 출장·원정 성매매를 알선했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심지어 조직의 태국인 성매매 여성 A씨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 감염 의심 환자로 밝혀져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인천지검에 따르면, 조직은 A씨가 투약하던 필로폰이 떨어지자 이를 13g을 밀반입하려다 발각돼 덜미가 잡혔다. 이 조직은 포주가 매니저를 두고 조직을 관리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있었다. 포주는 택시회사의 기사가 회사에 지급하듯 매니저와 성매매 여성들에게 사납금을 받아 챙겼다. 이러한 수익 구조를 통해 포주는 최대 하루 사납금으로 90만 원까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9일 “택시회사와 같이 사납금을 받으며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처음 보는 형태" 라고 전했다.
‘즐톡’, ‘앙톡’
범죄의 온상지
성매매 조직이 성매매 알선에 사용한 채팅 앱은 추가 범죄 노출 가능성도 드러났다. 성매매 여성들뿐만 아니라 가출 청소년들까지 성매매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였다.
직접 두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본 결과, 접근성이 용이했다.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가입이 가능해 익명성이 보장됐으며 채팅 내용이 기록되지 않아 추후 법망을 피하기에 수월했다.
이번 출장 성매매 조직이 사용한 것으로 밝혀진 즐톡, 앙톡은 가입 절차가 거의 없었다. ‘주제’라는 배너는 총 12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내용은 ‘ 나만의 채팅친구~, 애인사귀고파~, 골프파트너 원해요~ ’등 만남의 목적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이 성매매를 암시하는 채팅방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즐톡 채팅에 참여한 30세 남성은 이 채팅에선 진정성을 찾기 힘들다며 익명성을 악용하는 경우가 다수이며 개인 토크(채팅)라고 하면 성인사이트 홍보물이나 성매매 광고뿐이라며 종종 가출 청소년을 불러내 성매매하는 경우들도 들어보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지금 갑니다’라는 채팅 제목은 출장 성매매의 비밀 은어로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채팅창 대부분은 성인 및 청소년 성매매 암시글로 이뤄져 성매매·알선의 온상지로 전락한 상태였다. 나아가 철저히 조직화된 성매매 알선의 매개체로 사용되고 있었다.
안전 사각지대
성매매 여성
기존 성매매는 포주가 업소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타 위협에서 구출해 줄 로드(성매매에 나간 여성의 뒤를 봐주는 사람)가 따로 필요 없다. 하지만 성매매 남성이 원하는 장소로 직접 가야 하는 출장 성매매 여성들은 안전의 그림자에 있었다. 출장 성매매를 했던 한 여성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손님이 원하는 장소로 출장을 가는 입장에선 언제나 무서워요. 로드가 있어도 방 안에서는 둘뿐이니까요. 가능한 한 저희가 잘 아는 여관으로 이끌고 손님이 잠들면 새벽에 몰래 돌아오는 식이에요.”라고 말했다. SNS를 통한 출장 성매매가 더욱 안전에 취약한 이유다.
A씨의 에이즈 감염 검사가 양성으로 나올 경우, 감염 우려 성매매 남성은 최대 2천여 명이나 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나 채팅 기록이 없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성매매를 알선해왔기 때문에 신원정보를 파악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A씨의 에이즈 감염 여부가 2천여 명의 건강을 함께 위협한다는 점을 보면 이는 단순히 타인의 일이라 치부하거나 음지에 묻어둘 사안이 아니다.
성매매 근절할 방법은
없나?
경북 성매매 피해 상담 센터 새날(saenal)은 법적 문제, 파산, 심리적 불안 등 고민을 가진 여성들의 상담을 맡고 있다. 경북 새날 사무국장 하은희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0년 정도 장기간 성매매를 해온 여성들은 한순간 일을 그만두기 힘들어요. 그래서 꾸준히 심리 상담을 진행하죠. 그들에게 새로운 사회로 믿고 나올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죠.” 집창촌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새날에는 한 달에 약 500~600건의 전화가 온다고 전했다. 경북지역에서만 하루 약 18명의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 여성인권진흥원’에서는 성매매 피해 여성의 탈 성매매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총 27개의 상담 센터가 전국에 운영되고 있고, 40개의 쉼터에서는 탈 성매매와 자활을 준비하는 여성들이 지내고 있다.
김연주 연세대 젠더연구소 전문 연구원은 '2015년 성매매 피해 청소년 지원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세미나‘에서 "중요한 것은 10대 여성이 성매매로 유입된 이후의 사후적 지원이 아닌 성매매 유입을 방지하는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믿음, 애정 등 정서적인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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