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장 비판’ 교수 직위해제 파문
동국대 ‘총장 비판’ 교수 직위해제 파문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6-03-14 11:12
  • 승인 2016.03.14 11:12
  • 호수 1141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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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라운드 돌입? 학내 갈등 ‘최고조’

 

 
이사 교체 진행 중....껍데기만 바뀐다?
중요한 것은 한 개인의 직위해제가 아닌 이사회의 상식적 재편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조계종 학교법인 동국대학교(총장 보광스님)는 지난해 총장·이사장의 비윤리적 문제와 이사회 구조의 민주화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인 한만수 교수(57·교수협의회 회장)를 직위해제했다. 동국대 정상화를 위한 범동국인 비상대책위원회(총학생회,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교수협의회, 총동창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징계에 대한 해결을 촉구했다. 15일 한 교수에 대한 3차 징계위원회가 예정돼 있어 갈등이 보다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는 9일 오전 11시 본관에서 한만수 교수(57·교수협의회 회장)에 대한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국대는 지난달 23일 교원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를 들어 한 교수를 직위 해제했다. 일 년 넘게 지속해온 학교와 학내 구성원 간의 첨예한 갈등이 또 다시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 측이 한 교수를 직위해제한 사유는 세 가지다. 동료교수 상해 합법적인 이사장과 총장선임 과정의 부정의견 확산 대학에 대한 직접적 비방. 대학 당국은 3개의 사유 중에서 동료교수 상해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수와 학생 측은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과 이사장의 탱화 절도 사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한 교수에게 보복성 징계가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동국대는 9학교법인 동국대학교와 대학 당국의 입장을 통해 최근 일부 언론 등을 통해 대학이 보복성 징계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며 학교 정관 및 학칙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 중인 사안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이 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 받았지만 불복해 현재 1심 재판 중에 있다. 그는 이번 직위해제 징계로 강의권이 박탈돼 현재 수업을 가르칠 수 없는 상태다. 그는 명백한 부당 징계라는 판례가 많기 때문에 곧 강의실로 돌아갈 것이라며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줄 주요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직위해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출했다면서 조속한 결과를 기대했다.
 
다음 포털의 아고라 이슈 청원 코너에서는 한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 처분을 성토하는 온라인서명운동이 지난 3일부터 진행 중이다. 5000명을 목표로 한 서명운동에는 11일 오후 5시 현재, 1544명이 참여했다.
 
학습권 침해 논란
뒤늦게 소식 접한 학생들 불편 잇따라
 
강사가 바뀔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일부 학생들은 뒤늦게 수강취소를 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현재 수업은 한 교수를 대신해 국문과 출신의 대학원생이 2과목, 후배 교수가 1과목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한 교수는 혹시 모를 수업 재개를 대비해 강의실 뒤편에 앉아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강사 교체를 나사못 하나 바꿔치는 것으로 생각해선 안된다대학은 최소한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 수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원하는 것은 학생들 앞에 다시 서는 것이라며 징계가 확정되기도 전에 직위해제 처분으로 강의권이 박탈돼 내 존재 의미를 잃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4월부터 옥외수업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학생들의 또랑또랑한 눈빛을 볼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는 정규수업만 수업이 아니다동국대 사태를 계기로 부처의 가르침을 통해 젊은이들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 것인가에 대한 열린 대화의 장으로 만들 예정이라 말했다.
 
이사진 사퇴 중 껍데기만 바뀌고 알맹이는 그대로?
 
지난해 12월 동국대 이사회는 이사 전원사퇴를 발표했고 현재까지 이사 4명이 교체됐다. 최근 총장 보광스님과 이사 일면스님까지 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지난해 123일 임원 전원사퇴 결의를 신속하게 이행 중이라며 의결정족수를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이사진 교체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체된 스님이사 4명 중 3명이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어 껍데기만 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새로 이사로 임명된 지원, 세영, 법산스님은 각각 종단외압, 비리승려 비호, 학력 위조 등으로 논란을 겪었다.
 
현재 이사회 구성은 9:4 구조다. 9명이 종내이사고 4명이 종외이사다. 종내이사의 수가 3분의 2를 넘는다. 어떤 조직이든 특정 집단이 3분의 2를 넘으면 민주적인 조직이라 보기 어렵다. 상반기에 이사장 성타스님이 교체될 예정으로 알려져 누가 이사장에 새로 임명될지가 앞으로의 동국대 사태 해결을 위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부처의 자비는 학생들 이야기를 듣는 것
 
국어교육과 재학생 이모양은 이번 동국대 사태에 대해 학교 측의 행동이 예전과 똑같은 것 같아 점점 지친다학생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도 많고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는 것 같다라고 씁쓸해 했다.
 
한 교수는 그런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자비는 본래 벗의 신음소리, 내 이웃의 신음소리란 뜻으로 그걸 들으면 내 마음이 자비로워지게 된다총장과 이사회는 내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학생들의 신음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외면한다면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대학이 아니다면서 그것이 진정한 자비고 부처의 가르침이라고 덧붙였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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