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그녀의 매력? “짐작하려 하지마…”
독특한 그녀의 매력? “짐작하려 하지마…”
  • 정소현 
  • 입력 2005-05-31 09:00
  • 승인 2005.05.3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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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여자 배우들은 자신을 예쁘게 포장해줄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길 원한다. 머리가 마구 헝클어지는 장면에서도 좀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 메이크업을 수정하는 배우들도 적지 않다. 나름대로 ‘변신’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긴 하지만 그래봐야 기존 이미지에서 조금 탈피한, 캐릭터가 조금 달라진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영화배우 강혜정(23)은 다르다. 그동안 그녀가 영화에서 보여준 이미지는 매번 달랐다. 또, ‘평범’과도 전혀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세다’는 표현이 맞다. ‘아름다움’과 ‘부끄러움’을 단숨에 삼켜버린 듯한 그녀. 강혜정의 종횡무진이 심상치 않다.

‘돌출형’ 이국적 외모… 외모뿐 아니라 성격·마인드 역시 ‘톡톡!’
‘올드보이’부터 ‘연애의…’까지 평범치 않은 캐릭터로 스크린 종횡무진


크고 맑은 눈, 약간 튀어나온 턱, 가무잡잡한 피부, 그리고 뻣뻣한 보디라인…. 강혜정은 스스로를 ‘특이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돌출형’의 이국적이고 독특한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마인드 자체도 튀기 때문이다. 그런 성격은 영화 속 캐릭터를 선택하는 기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녀를 스타덤에 올린 영화 ‘올드보이’에선 사십대 남자와 화끈한 정사신을 벌이는 ‘미도’였고, ‘나비’에선 바닷물에 애를 ‘순풍’ 낳아버리는 유키였다. 비중이 미미한 몇 작품을 제외하고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는 대부분 범상치 않은 것들이었다. 아이에서부터 성숙한 여인에 이르기까지 전혀 어색함 없이 소화해내는 변화무쌍한 강혜정의 연기력 역시 특별한 데가 있다. “독특하고 특이하고 센 캐릭터들…. 그런 것들이 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봐요. 어쩌면 영화계가 저라는 배우에게 요구하는 기대치가 아닌가 생각해요. 맞는 것 같아요. 평범하지 않은 매력들 때문에 영화를 선택하는 편이니까요.”영화 ‘올드보이’ 이후 최근에 주연을 맡은 ‘연애의 목적’ 역시 도발적이고 강렬한 느낌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

영화 ‘연애의 목적’은 ‘솔직하고 자유로운 연애’에 대한 내용을 그린 작품. 그 과정에서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노골적인 대사와 몸짓은 꽤 자극적이다. “5분만 XX 있을게요” “XX어요?” “우리 같이 자요.” “아니, 제가 뭘 어찌했다고요… 그냥 같이 자자고 밖에 안 했는데.” 강혜정은 영화에서 사랑에 상처를 입고 철저히 자신을 닫아두는 27세 교생 최 홍역. 철저히 방어적이지만 한 켠으로는 호기심 또한 많은 성격의 인물이다. 처음 본 자신에게 노골적으로 “자고 싶다”고 말하는 유림(박해일 분)에게 거리를 두고 싶지만 마냥 싫지만은 않다.“나랑 자고 싶다면서요. 50만 원 주세요.” “섹스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너, 누나 첨 볼 때부터 XX 싶었지?” 겉으로 보기엔 내숭이고 소극적이지만, 실제로는 노골적이고 적극적이기까지 하다. 역시 독특한 캐릭터다. 박해일과의 섹스 신에서도 “너 XX X있다” “너두” 등 깜짝 놀랄만한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즐겁게 찍었다는 후문.

작품에선 배우 강혜정이 아니라, 철저히 극중 인물이 돼야 한다는 게 그녀의 연기 지론이다. “처음 대본을 받으면서 ‘야 도대체 이게 뭐냐’고 생각했어요. 대사는 참 맛깔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캐릭터가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고윤희 작가님께서 ‘여자들조차 인정하기 힘든 캐릭터겠지만 자세히 보면 이런 캐릭터가 상당히 많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공감이 되더군요. 남자나 여자나 영화 속 주인공들과 같은 마음을 속으로는 갖고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는 ‘연애의 목적’에 ‘홍’이라는 인물이 돼버렸죠.” 그래도 그녀는 실제 남자 주인공 같은 남자가 나타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는 “절대 사절!”이라며 웃었다. 연기 만큼이나 사랑에 있어서도 강혜정의 색깔은 정해져 있지 않다.

‘연애’라는 것이 한없이 자유롭거나, 무조건 가둬서는 안된다는 게 그녀의 연애관. 한창 ‘말아톤’의 조승우와 꿈같은 연애에 빠져있는 그녀가 말하는 연애의 목적은 무엇일까. “연애는 목적이 없어요. ‘상대가 나로 인해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애는 마침표나 쉼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거죠.”강혜정은 예쁘지는 않지만 상당히 독특한 매력을 가진 배우다. 아직까지 열 편도 안 되는 영화에 출연, 때문에 천의 얼굴이라고 말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무한 가능성에 대한 점수는 상당히 후하다. 어떤 것이 튀어나올지 가늠할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말이다. 그것이 바로 충무로가 그녀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정소현  coda031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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