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제약사의 부끄러운 민낯이 또다시 드러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제약업계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이미 동화약품이 올 초 리베이트 수사로 유죄를 받은 데 이어 외국계 제약사인 '한국노바티스'도 최근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올 하반기 제약사 최대 이슈로 리베이트 수사설이 주목받는 이유다.
“다국적사 ‘리베이트 무풍지대’는 옛말”
업계 “먼지 털어도 문제 없도록 대비 중”
업계에서는 검찰이 ‘수사 목록’, 일종의 ‘살생부’를 이미 작성한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이 국내사 9곳, 일본계 제약사 1곳의 리베이트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어 제약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제는 오래전부터 은밀히 진행되어온 것들이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로 버젓이 등장하면서 수사관들도 혀를 내두르고 있다. 게다가 다국적 제약사들은 그동안 겉으로는 윤리경영 운운 하면서 리베이트 파문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척 했으나 결과적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잠잠한 사이에 변칙 리베이트 제공으로 처방약 시장 지배를 강화 하는 마케팅 활동으로 둔갑시켜 왔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법조계 한 인사는 “(검찰)이 그간 충분히 자료를 수집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우회적인 리베이트 제공 방법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수법은 ?
제약업계에서는 현재도 리베이트 수사가 진행되며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2일 한국노바티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한국노바티스는 마케팅 대행업체 등을 통해 의사들에게 우회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대 교수와 의사에게 기고문을 받거나 학술좌담회 등을 빙자해 불법 리베이트성 거마비와 원고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내부고발로 촉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제2, 제3의 수사로 확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검찰은 정확한 리베이트 규모와 조사대상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바티스 관계자 역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있는 사안이 없다”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수법은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지며 공공연하게 이뤄져왔다. 제약사들은 의약 전문지 등 학술지등을 동원해 좌담회 등을 열어 참석 의대 교수들에게 원고료, 거마비 형식으로 ‘변칙 리베이트’를 제공 하는 수법으로 마케팅을 전개해 왔으며, 이러한 수법들은 이미 10여년 전 부터 시도 돼 왔다.
극히 일부 학술지들은 저명한 임상 교수들을 끌어들여 좌담회 등을 주최 하고 다국적 제약사들의 심부름을 통해 변칙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해온 것으로 추정 되고 있으며, 일부 의대 교수들은 가까운 지방의 타 대학 교수 지인들을 끌어들여 세력화(?) 하여 제약사에 권위를 과시하기도 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다국적 제약사 전반으로 리베이트 수사가 확대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수사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리베이트로 복지부의 행정 처분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바티스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자 국내 제약사에 국한됐던 리베이트 조사가 글로벌 제약사로 넘어올 것 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에 리베이트가 관행으로 자리한 국내 제약업계의 상황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합동수사반이 나선다는 것은 리베이트와 관련된 정황이 어느 정도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로 글로벌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확인되면 관련 업계의 리베이트 수사는 글로벌 제약사로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다국적 제약업계에서는 아직은 조사 단계이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를 대상으로 하는 압수수색이 흔한 일은 아닌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조사는 언제든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섣불리 얘기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