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저유가시대 대형세단이 인기를 모으면서 덩달아 사기사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유명포털을 통해 벤츠차량 공동구매가 진행됐는데 이 역시도 실상은 다단계 사기로 드러나 충격을 안긴다.
피해자도 100여 명이 넘는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부산경찰청이 조사에 나서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았다지만 10일 현재도 인터넷을 통해 일부 광고문구가 남아있어 피해가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사건의 내막을 재구성해본다.
회원 데려오면 혜택 준다 속여…전국에서 기승, 부산 첫 적발
회원 176명 모집 61억 원 거둬 27억 원 편취. 피해자 117명
광고는 ‘벤츠가 1790만원! 공동구매 프로그램 드림카 솔루션으로 벤츠를 장만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구체적으로 어떻게 차를 가질 수 있는지 그럴 듯하게 설명돼 있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처음 가입 때 먼저 1790만원을 낸 뒤 두 사람을 데려오고, 이후 이들이 또 두 사람을 데려와 모두 7명만 모이면 자신이 낸 4분의 1 값에 벤츠를 받거나 현금 58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A씨는 지인 B씨 등 2명을 데리고 갔고, B씨 등은 또 다른 이들을 끌어 모아 이른바 ‘포지션박스(그룹)’를 완성했다.
앞서도 일부 다른 품목을 공동구매를 통해 저렴하게 구입하고 나름의 만족을 느낀 터라 의심 없이 동의했다. 그리고는 차랑이 인도되기만을 기다렸지만 이내 망연자실했다.
갑작스레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업체에 대한 조사를 벌이면서 외제차나 현금 5800만 원을 받을 수 없게 됐고 이후 실상을 알고보니 A씨는 물론 지인들까지도 사기사건의 피해자가 돼 있었다.
사건의 내막은
이 사건은 부산경찰청의 수사로 실체가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벤츠 승용차를 주겠다고 홍보해 27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은 다단계 조직이 붙잡혔다.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만을 재구성해보면 경남 거제시의 수입차 판매법인 소속인 이들 일당은 지난해 11월께 유명 포털사이트에 ‘벤츠 공동구매 프로그램’ 모임방을 개설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회원을 모집했다.
이들은 최초 가입자가 1750만 원을 일시금으로 내고 다른 회원 6명을 모집해 ‘7명 구성박스’가 되면 시가 6800만 원짜리 벤츠 E클래스 승용차를 준다고 홍보했다.
고급 외제차를 싼값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회원은 금세 늘었다.
이들은 서울, 대전, 광주광역시 등지에 회원을 모집·관리하는 ‘지역총판’을 뒀고 김씨 등은 지역총판을 관리했다.
이 불법다단계에 가입한 회원 상당수는 고급 외제차를 타고 싶어하는 대학생, 회사원, 유흥업소 종사자였으며 주부 등 여성도 다수 포함됐다. 고급 외제차를 선호하는 젊은층도 상당수였다.
특히, 한 50대 여성은 군대간 아들의 등록금을 업체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못 받을 처지에 놓였고, 직장인들은 7명 그룹을 완성하기 위해 차명으로 구좌를 몇개씩 만들어 투자했다가 빚더미에 오른 사례도 있었다.
김씨 등은 회원 176명에게서 61억 원 상당의 돈을 입금받았다. 이 가운데 실제로 1750만 원에 벤츠를 산 사람은 없었다. 일부 회원이 7명 구성박스를 완성했지만 다단계 조직은 벤츠가 아닌 현금 5800만 원을 줬다.
김씨 등은 회원에게 “외제차 공식 딜러사와 계약해 벤츠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런 계약은 애초에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회원 중 60명은 큰 손해를 보지 않고 탈퇴했지만 117명은 가입비 전액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다단계 조직 계좌에 있던 돈이 최근 전액 인출돼 돌려줄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자 이들은 범죄수익금 2억8000만 원을 숨기고, 골드바를 매입하기도 했다.
김상동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허영심에 외제차를 타고 싶어하는 젊은층을 공략해 다단계 영업을 하는 조직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실제 조직을 적발해 처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국에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 조사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다단계 조직이 계좌에 있던 돈을 모두 현금화해 숨겼다”며 “계좌 잔액이 0원이어서 회원 117명의 가입비 27억 원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전 중구지역에서도 이러한 홍보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리며 회원모집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실제 지역에 내걸린 현수막에서는 ‘자동차공동구매 회원 모집’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단돈 1790만 원에 벤츠 승용차를 살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수법도 다단계 사기의 일종이라면 향후 이에 따른 지역민의 피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대전경찰은 이날 현재까지 수입차 다단계 사기에 따른 피해 접수는 없다고 밝혔다.
피해 우려가 계속되자 공정정위도 해당업체에 대한 실태 조사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유사 사례의 피해가 없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수입차 공동구매를 내건 이 같은 영업방식이 방문판매법상 사행적 판매원 모집 행위에 해당하고 유사수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수입차 공동구매 업체가 문을 닫으면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유사수신행위는 다른 법령에 따른 인·허가나 등록신고를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원금 이상의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로 엄연한 불법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이하의 징역, 50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