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이색경력 사내·외이사 영입, 왜?
재계 이색경력 사내·외이사 영입, 왜?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6-03-14 10:13
  • 승인 2016.03.14 10:13
  • 호수 1141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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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관료부터 오너 모친까지…눈에 띄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기업별 주주총회가 시작되면서 이색 경력을 지닌 사내·외 이사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새로 선임됐거나 재선임된 이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고위관료는 물론 재벌가 오너의 모친 등 특이한 경력을 지닌 이사들이 곳곳에서 포진해 있다.

이렇다보니 과연 이들이 기업 감시 역할자인 사내외이사직을 제대로 수행할지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즐비하다.

특정 관료 출신 편중 심각…이해상충 가능성 커
거수기 논란 여전…제도 개편 필요성 또 등장

▲ <뉴시스>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해 10대 그룹 상장사가 공시한 주총안건을 분석한 결과 신규 또는 재선임 예정인 사외이사 135명 중 ‘권력기관’출신인 인사가 60명으로 전체 사외 이사의 4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차관 출신 등 고위관료 출신이 28명이었고, 판사·검사 출신이 각각 16명, 국세청 출신 7명, 금감원 출신 6명, 공정위 출신 3명이었다.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과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어 기획재정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박재완 전 장관은 삼성전자와 롯데쇼핑 등 두 회사에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삼성중공업,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GS건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두산 인프라코어에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또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은 삼성증권과 GS의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판·검사 출신은 박용석 전 대검찰청 차장이 롯데케미칼에, 노환균 전 대구고검장이 현대미포조선, 천성관 전 서울지검장이 두산건설, 채동헌 전 춘천지법 부장판사가 코스모 신소재에 신규 사외이사가 됐다.

▲ <정대웅 기자>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삼성전자와 두산 두 곳에, 문효남 전 부산고검장은 삼성화재, 차동민 전 서울지검장은 두산중공업, 노영보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LG, 이석우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대한항공, 석호철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한화테크윈의 사외 이사로 재선임됐다.

통신 3사 또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제히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오대식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오 고문은 국세청 조사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조세 전문가다. 오 고문은 지난 2013년 3년 임기로 SK텔레콤 사외이사에 선임됐고, 이번에 임기가 끝나 재선임되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정병두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정 변호사는 대검 공판송무부장, 법무부 법무실장, 인천지검장을 지낸 검사 출신이다. 한때 대법관 후보 물망에도 오른 인물이다.

KT는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송 고문은 한국방송협회 회장,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방송 전문가로, 2013년부터 KT 사외이사로 활동해왔다.
재선임되는 이사들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인물이 있다.

▲ <정대웅 기자>
지송죽 남양유업 고문과 김인순 매일유업 명예회장이다. 이들은 모두 총수의 모친이다.
지난 4일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에 따르면 남양은 오는 25일, 매일은 24일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에 지 고문과 김 명예회장을 각각 사내이사 후보로 주총 의안에 올렸다. 별 다른 이변이 없는 한 이들의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남양유업의 한 관계자는 “지 고문은 지금까지 홍 회장의 경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법 개정 시급

이런 이유 때문에 사외이사가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경영진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경영진 견제와 감시를 위해서는 외부 추천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사외이사 선임요건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사회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사외이사의 활동성과 효용성을 제고하는 등 운영방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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