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드러난 롯데家 신격호 가정사
법정에서 드러난 롯데家 신격호 가정사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6-03-14 09:59
  • 승인 2016.03.14 09:59
  • 호수 1141
  • 6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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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게미쓰 하츠코 법적 부인 아냐…상속·후계 구도는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롯데家집안 얘기가 밝혀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다. 세 번째 부인인 서미경씨와 똑같은 사실혼 관계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있을 상속문제도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치열한 법정 싸움에 미칠 영향도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원톱체제’가 굳혀져가고 있지만 여전히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미경·서유미·신영자 거취, 상속·경영권 어디로?
신동빈 회장 잇따른 주주총회 승리…치열 공방 예고

신격호 총괄회장과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가 사실혼 관계라는 것이 밝혀져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상속문제가 기존과는 다른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시게미쓰 하츠코는 신 총괄회장의 첫째부인 노순화 씨가 1951년 사망한 후 신 총괄회장의 부인으로 알려져왔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형제의 모친이며, 신 총괄회장과는 하숙생과 하숙집 딸로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신 총괄회장과 시게미쓰 하츠코가 한국과 일본에서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게미쓰 하츠코는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재판에서 후견인 후보 명단에서도 빠져 있다.

또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상속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은 2006년 “사실혼 관계가 한 사람의 사망으로 종료될 경우 상대방에게 재산분할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는 판례를 남긴 바 있다. 즉, 신 총괄회장이 사망할 시 자녀들만 상속 대상에 오르고 시게미쓰 하츠코는 상속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게미쓰 하츠코가 경영권 분쟁 중재보다 재산 분할 등의 상속문제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그가 한국에 들어오는 이유도 두 친아들의 경영권 분쟁 중재가 목적이 아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사실혼 관계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게미쓰 하츠코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이란 추측은 잠재워지고, 맏딸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과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첫째부인 노순화 씨 사이에서 태어난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 최근 신동빈 회장 쪽에 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지정 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볼 때 이를 반대해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닌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신 이사장은 경영권 분쟁 초기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신 총괄회장을 모시고 일본으로 출장을 가는 등 신 전 부회장 지지 인사로 분류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 전 부회장과 거리를 두고 오히려 신동빈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셋째부인으로 알려진 서미경 씨도 시게미쓰 하츠코와 같은 사실혼 관계여서 서 씨의 상속문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흔들리는 위치 ‘꿋꿋’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측은 “남편과 아들이 엮여 있는 사건에 의견을 내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성년후견인 후보 명단에서 빠졌다”며 “법률혼 관계가 아니더라도 경영권 분쟁이나 성년후견인 지정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최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요청으로 열린 일본 롯데 임시 주주총회는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6일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 전 부회장이 제기한 신동빈 회장 이사직 해임 등에 대한 안건을 부결시켰다. 이 밖에 현 경영진 해임안을 비롯한 4가지 안건 모두 주주 과반이 반대해 부결됐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그룹 직원들에게 1인당 최대 25억 원의 주식을 나눠주는 종업원 주식보장제와 사재 1조 원 출연을 약속했다. 하지만 주주총회 안건이 부결되면서 사실상 롯데그룹 경영권은 신동빈 회장의 ‘원톱체제’로 굳혀졌다는 반응이다.

롯데그룹은 주주총회 후 “신동빈 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지지가 확고하다고 확인됐다”면서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가치를 훼손하고 경영활동의 발목을 잡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관계법령에 의거해 적법하게 진행된 주주총회의 결과이며, 더 이상의 분란 조성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현 경영진의 반발이 강해 설득과 교섭이 잘 되지 않았다”며 “오는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시 한번 이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부당한 압력으로 인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주장과 함께 경영권을 향한 의지를 꺾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다. 지난해 10월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근거로 광윤사 보유 지분 50%에 신 총괄회장의 지분 1주를 더해 절대적 과반 주주이자 광윤사 대표이사로 올라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하고 있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개인 지분 1.6%를 더해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로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오는 6월 정기 주주총회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위치도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월 말 신동빈 회장이 광윤사를 상대로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소송에서 신 회장이 이길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 대표이사직과 최대주주 지위를 모두 잃게 된다.

더불어 지금처럼 롯데홀딩스에서 광윤사 지분을 확실한 우호지분으로 내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주거니 받거니 ‘팽팽’

이런 가운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보이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과 호텔롯데 회계장부 건은 각각 오는 4월 이후, 4월께 법원의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때문에 롯데그룹 경영권 행방은 아직 변수로 지목되는 문제들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알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정으로 옮겨간 분쟁 핵심 내용들이 여전히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일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와 호텔롯데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서로 한 대씩 주고받는 형국으로 진행됐다.

우선,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는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 씨의 신청으로 시작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 정신감정 기관을 서울대병원으로 할 것으로 주장했다. 반면, 신정숙 씨와 신동빈 회장 측은 객관성 측면을 우려해 삼성서울병원을 요구해왔다.

당초 2차심리에서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붙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서울대병원을 지정병원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다만 출장 감정을 요구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의 요구 대신 입원 감정으로 결정됐다.

이날 신 전 부회장 측 김수창 변호사는 “흡족하다”며 “신 총괄회장은 건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정숙 씨 측 대리인 이현곤 변호사는 “이전에 진료받은 기관에서 감정을 하는 것은 원칙은 아니다. 의사와 환자 간에 형성된 유대관계 등의 이유로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 문제로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아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신 총괄회장이 기존에 진료를 받았던 기관은 분당 서울대병원이나 이번에 감정 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혜화동에 있는 서울대병원이다”며 “우려하는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합의로 신 총괄회장은 오는 4월 말까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감정 방법은 오는 23일 심리에서 결정된다.

같은 날 열린 호텔롯데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중국사업 실패와 해외호텔 고가 인수 등으로 회사에 해를 끼쳤다”며 호텔롯데의 사업실적을 기록한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했다.

이날 호텔롯데 측은 “회사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순전히 개인의 경영권을 회복할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며 “회사를 개인 소유물로 인식하는 전근대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호텔롯데의 부채비율은 국내 경쟁사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상장을 하면 신규 자금 유입이 예상돼 재무구조는 더욱 안정될 것”이라며 “신 전 부회장의 잇따른 소송제기가 회사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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