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임기 만료되는 사외이사 전원을 재선임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집권 2기 이사회 구성에서 안정을 택한 것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쇄신 의지에 대한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지주가 내놨던 지배구조 개선안 내용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앞서 KB금융지주는 이른바 KB사태 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 임기 축소, 평가 후 하위권 사외이사 연임 제외 등을 제시한 바 있다.

“특수상황 및 모범규정 준수한 결정”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년간 함께해온 사외이사를 모두 재선임하며 이사회 구성에서 ‘안정’을 택했다. KB금융지주는 최영휘, 최운열, 유석렬, 이병남, 박재하, 김유니스, 한종수 등 7명의 사외이사 임기를 모두 1년 연장했다.
이 같은 결정을 놓고 금융권은 윤종규 회장의 2기 이사회가 안정을 택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조직을 그대로 구성하는 선택을 통해 이사회 운영은 물론 조직의 안정을 유지하려는 결정이란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KB금융지주의 쇄신 의지에 대한 아쉬움의 눈길이 나온다. 이른바 ‘KB사태’ 후 쇄신을 다짐했던 내용과 현재의 흐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재선임된 사외이사들은 모두 KB사태 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된 인물들이다.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벌어진 KB사태는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사외이사들의 전문성을 놓고 여러 논란을 낳았다.
해당 논란으로 당시 사외이사진들은 전원 퇴임했고, KB금융지주는 윤종규 회장 체제와 함께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했다. 새로운 사외이사진들은 주주대표성, 전문성, 다양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외부 헤드헌팅회사와 주주로부터 추천받은 후보군 85명 중에서 선별했다.
이 결과 금융업, 회계, 재무, 법률·규제, 리스크 관리, HR·IT 등 부문별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선임됐다. 특히 최영휘 이사는 경쟁사인 신한은행 전 부행장이었다는 점에서 파격인사란 평가를 받았다.
이와 더불어 KB금융지주는 KB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했다. 사외이사들의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매년 평가를 통해 하위 2명의 사외이사를 연임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주 골자다.
명분 만들기였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7명 모두를 1년 더 연임시키면서 말을 바꿨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4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 마무리를 위한 지배구조 개혁안 제시였다는 의혹도 있다. LIG손해보험 인수 추진 과정에서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받았던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 전원 사퇴 방침과 더불어 지배구조 개혁안을 밝힌 바 있다. 즉 인수 마무리를 위한 명분으로 개혁안을 내놓고, 교체 시점에 와서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재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모두 일괄적으로 선임된 후 1년의 임기를 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윤종규 회장체제 출범 당시 최우선 과제가 안정적인 지배구조 유지로 손꼽혔던 만큼 잦은 이사회 구성원 변화보다 안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평가 하위 2인 연임대상 제외 조항이 제외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사외이사들이 모두 지난해 3월 선임됐고, 안정적으로 이사회가 운영되고 있어 재선임 결정이 내려졌다”며 “현재 사외이사들이 KB사태 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선발해 구성돼 있다. 성과 역시 당시 불거졌던 문제들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는 초임 2년, 재선임 1년으로 임기가 정해지며 최장 5년까지 재임할 수 있다”며 “모범규준을 어긴 것이 아니다. LIG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명분 내세우기였다는 점은 시기상으로도 연결지을 수 없는 사실무근의 얘기다”고 덧붙였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