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부활 노리던 대한제분 앞과 뒤
명가 부활 노리던 대한제분 앞과 뒤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3-14 09:53
  • 승인 2016.03.14 09:53
  • 호수 1141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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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2세 단독 경영 가능성 열렸는데…직원은 도둑질?

대한제분 오너 2세 이건영 부회장의 단독 경영 체제 가능성이 열린 가운데, 계열사 대한사료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대한제분은 오는 18일 대한제분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해 이사 선임 등을 마무리할 계획으로, 현재 공동대표로 있는 이건영 부회장의 단독 경영 체제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를 앞두고 얼마 전 계열사 대한사료의 직원들이 한 축산농가에서 사료를 훔쳤던 사실이 알려져 분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칫 명가부활을 목표로 출범하게 될 이건영 부회장의 경영 리더십 부담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경영인 임기만료로 새로운 체제 구축 분위기 높아
실적 하락·사료 도둑 사건…이건영 부회장 리더십 도마

대한제분은 오는 18일 오전 9시 인천 중구 월미로 대한제분 인천공장 대강당 3층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선임, 이사·감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다.

대한제분은 같은 날 이건영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이건영 부회장은 대한제분의 창업주인 이종각 회장의 장남으로 2세 경영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그동안 이건영 부회장과 각자대표체제의 한 축으로 대한제분 경영을 총괄하던 전문경영인 송영석 사장이 이달 임기 만료로 퇴임한다. 자연스럽게 이건영 부회장이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16일로 임기 만료되는 송영석 사장 대신 박현용 영업1부 상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대한제분 지주회사인 디앤비컴퍼니 대표이사를 맞고 있는 이종민 부사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대한제분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하면서 2세 지분 승계 작업을 마무리한 바 있다. 지난해 이종각 회장은 대한제분 지분 전량을 이건영 부회장 등이 주주로 있는 디앤컴퍼니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넘겼다.

디앤컴퍼니는 이종각 회장 장녀 이혜영씨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81%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비상장사로 특수 관계인 면면을 확인할 수 없다. 알려진 바로는 이건영 부회장 등 2세들이 지분을 분배해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한제분 그룹의 지배구조는 디앤비컴퍼니가 핵심 계열사인 대한제분의 주식을 소유하는 구조를 갖게 됐다. 주요 계열사 지분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대한제분 위에 지주회사 디앤비컴퍼니가 올라가는 옥상옥 구조를 띤 것이다.

이건영 부회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뒤 1997년 대한제분에 입사했다. 2009년 부친 이종각 회장이 물러나면서 부회장으로 승진, 송영석 사장과 각자대표로 경영에 참여해왔다.

제분과 사료 등 주력사업을 비롯해 경영 전반은 송영석 사장이 담당했고 이건영 부회장은 반려동물서비스(디비에스), 커피·베이커리(보나비), 해양심층수(글로벌심층수) 등 신사업 부문을 맡았다.

결국 대한제분이 또 다른 대표이사를 내세우지 않는 이상 이건영 부회장의 단독경영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향후 대한제분의 실적을 어떻게 올리는지, 맞닥뜨린 악재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에 따라 이건영 회장에 대한 평가와 명가부활이라는 목표의 성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전망

다만 현재 시점 상으로는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은 모습이다. 대한제분은 CJ제일제당, 한국제분과 함께 제분업계 3강으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경기침체와 신사업 부진의 영향으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실적을 개선해 명가부활이라는 타이틀을 가져와야 하는 셈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제분의 지난해 매출액(연결기준)은 825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5.0%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10.7% 떨어진 473억 원에 그쳤다.

대한제분 계열사에서 벌어진 사료 도둑사건도 이건영 부회장의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려놨다. 이를 경영인으로서 어떻게 마무리할지 역시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앞서 MBC 뉴스는 대한사료의 간부와 직원이 한 농가가 개발 중인 사료를 훔쳐갔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대한사료 직원 2명은 절도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는데, 경기도 안성의 한 한우 축사에 몰래 들어가 이곳 농장주가 개발 중인 사료를 가져갔다.

해당 사료는 농장 주인이 중소업체에 의뢰해 자체 개발한 배합 사료였는데 아직 출시도 안 된 시제품이었다. 그러나 대한사료의 직원과 회사는 “경쟁사 제품을 한번 보려고 했던 것 뿐, 분석하고 했던 건 아니다”는 해명만 할 뿐이었다. 때문에 사료 배합 기술 정보를 빼돌린 게 아니라서, 산업기술이나 영업비밀 보호 관련 법률로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결국 대한제분은 이건영 부회장 단독 경영체제로 올라서고, 새로운 목표와 성과를 얻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서 두 가지 악재를 만난 것이다. 시작부터 힘을 얻지 못하면 앞으로도 계속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한제분은 “송영석 사장이 퇴임하고, 이건영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는 것은 맞지만, 아직 정확히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 “새로운 전문경영인이 와 또 다시 각자대표체제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안 된다”고 설명했다.

대한사료에서 벌어진 사건은 “우리도 알고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할 말도, 대응할 것도 없다. 대한사료에 직접 물어봐도 별 다른 답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선긋기에 나섰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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