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이한구 위원장 체제의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 의원 컷오프 1호’의 희생양으로 삼은 인물은 친박계 3선 중진인 김태환 의원(구미을)이었다.
공관위는 지난 4일 전국의 9곳을 ‘단수추천지역’으로 선정했는데, 8곳은 현역이 추천됐다. 나머지 한 곳인 구미을에서만 김 의원을 탈락시키고 장석춘 전 한국노총위원장을 추천했다. 사실상의 전략공천 신호탄이었다.
이 때 정가에선 김무성 대표의 반응에 주목했다. 김 대표가 그동안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고 누차 말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7일 열린 최고위원회 의결에서 김 대표가 크게 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 대표의 대응은 예상 밖이었다. 최고위에서 김태환 컷 오프 안은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김 의원을 만나 “만약 1차 공천 발표를 뒤집어 엎는다거나 하면 공관위의 다음 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추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은 김 대표가 이한구 위원장과 크게 한 판 붙을 기회였다. 오래전부터 찌라시(사설정보지)에 나돌던 친박계의 비박계 학살 시나리오가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찌라시엔 “이한구 위원장은 공관위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강하게, 현역의원 컷오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박 중심의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겠다는 명분을 위해 친박 중진들을 먼저 칠 생각”이라고 돼 있다.
친박계 희생양으론 김태환 의원을 비롯한 몇 명의 이름이 적시됐다. 실제 찌라시대로 시나리오가 진행됐다. 추가 실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김 대표가 나서야 할 시점이었다.
하지만 침묵을 지켰다. 왜 그랬을까. 김 대표 주변에 따르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찌라시에 ‘친박 희생양’ 내용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그걸 이유로 비박계 학살 시나리오가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엔 명분이 너무 약했다.
가뜩이나 본인이 ‘살생부 찌라시’를 측근 교수와 정두언 의원에게 얘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과까지 한 마당이었다. 따라서 찌라시에 나온 내용을 근거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하나는 공관위가 제시한 자료를 보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들린다. 당의 클린공천위원회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그날 ‘단수추천지역’으로 발표된 9곳에 공천신청을 한 예비후보 가운데 결정적 하자가 있는 사람이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클린공천지원단은 김회선 공관위 산하 자격심사위원장이 겸직하고 있다. 검찰 출신으로 국정원 2차장을 지낸 김 위원장은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개별후보에 대해 ‘깨알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들이 ‘김회선의 X파일’에 떨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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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