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유승민의 선택…백의종군, 무소속출마, 공천탈락
‘기로’에 선 유승민의 선택…백의종군, 무소속출마, 공천탈락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6-03-12 19:44
  • 승인 2016.03.12 19:44
  • 호수 1141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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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김무성 ‘백의종군’…이재오 ‘나홀로 공천’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4.13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간 공천권 다툼이 가관이다. 친박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재임기간 마지막 국회의원 선거라는 점에서 최대한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비박계 솎아내기’에 열중이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현역 40여명의 명단이 담긴 ‘살생부 파문’을 폭로하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무엇보다 영남권 중심의 친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이 ‘배신자’로 낙인찍은 유승민 의원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유 의원이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여당 내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을 뿐만 아니라 TK에서 ‘포스트 박근혜’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생의 ‘기로’에 서 있는 유승민 의원의 선택지를 따라가봤다.

▲ <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l.co.kr

 친박핵심 3인방 수시 회동 ‘비박 쳐내기’ 작업 중

유승민 의원에 대한 청와대와 친박계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배신의 정치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목한 이상 20대 총선에서 ‘유승민 죽이기’는 지상명령처럼 돼버렸다. 그 총대는 ‘돌아온 왕의 남자’ 최경환 의원이 친박계 인사들의 선거를 독려하면서 ‘유 의원 배신의 정치’를 설파하고 있다.

최근에 친박계 기류는 더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아예 대놓고 실명을 거론하면서 공천배제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월말 친박계 인사들이 강남 모처에 회동해 비박계인 유승민, 이종훈, 이혜훈 등 전·현직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반드시 죽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여권내 파문을 일으켰다. ‘죽이겠다’는 표현은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이 자리에는 전·현직 청와대 고위인사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남 모처 청와대 전현직 인사와 친박계 회동

거론된 인사 중 경기성남 분당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종훈 의원은 유 의원과 같은 KDI출신으로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원내대변인으로 유 의원의 최측근 인사다.

친박으로 알려진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과 경선을 벌이고 있다. 이혜훈 전 의원 역시 유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전 의원은 서초갑에 출마를 선언해 청와대 전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후보와 경선을 벌여야 한다. 두 지역 모두 여권 강세지역으로 ‘경선승리=당선’인 지역이다.

이밖에 친박계에서는 재선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구)을 비롯해 초선 권은희(대구북갑), 김상훈(대구서구), 류성걸(대구동갑), 이종훈(분당갑) 민현주(비례대표) 김희국 의원(대구중남구)등이 친유승민계로 알려져 있다.

부산이 지역구인 김 의원을 제외한 초선의원들은 유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당직을 맡으면서 친분을 다져온 인사들이다. 특히 다수의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지역에 몰려 있어 ‘TK 공천살생부 명단’에 오르는 등 동병상련처지다.

특히 최근에는 친박 핵심 3인방(최경환-윤상현-현기환)이 수시로 회동하면서 비박계 쳐내기가 탄력을 받고 있다. 이들 3인방은 서울시내 모처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져 유 의원과 친유승민계를 공천배제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친박계에서는 ▲유 의원만 공천배제 시켜야 한다는 案(안) ▲유 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측근들을 컷오프 시켜야 한다는 안 ▲유 의원뿐만 아니라 친유승민계까지 모두 날려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 배경에는 과거 19대 총선에서 김무성 컷오프 사건과 이재오 ‘나홀로 공천’이 롤모델이 됐다는 후문이다. 2012년 4월 총선을 맞이해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재보선 패배와 디도스 사건으로 당 도덕성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최악의 상황이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얻은 121석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홍준표 당 대표가 물러나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다시피 했고 핵심적인 역할은 김종인 비대위원이 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현역 지역구 의원 144명 중 47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켰고 비례대표 30명 중 20명을 낙천시키는 등 역대급 공천 물갈이를 이뤘다. 현역 의원 중 불출마자만도 13명에 이르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존재했지만 임기말 레임덕으로 친박계가 사실상 칼자루를 쥐고 있어 친이계 공천살생부가 횡행했다.

실제로도 친이계 공천 대학살이 현실화됐다. 친박계에서는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과 친이계에 대한 공천을 탈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친이계 죽이기’라며 강력 반발하면서 친박계는 이 의원을 제외하고 친이재오계인 진수희, 권택기, 유정현 의원 등을 본보기로 낙천시켰다. 또한 친박에서 탈박으로 돌아선 김무성 의원 역시 공천심사에서 탈락시켰다.

결국 이 의원은 금배지를 달았지만 ‘자기만 살았다’고 측근들조차 외면했다. 지도자급 인사에서 원로 정치인으로 전락한 계기가 됐다. 김 대표의 경우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종용받았지만 탈당 대신 ‘백의종군’을 선택해 현재 여당 내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다.

 유승민 ‘킹’이냐 ‘킹메이커’냐 선택 임박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 내에서는 유 의원의 거취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일단 유 의원 앞에는 세 가지 경우수가 있다. 하나는 김무성식 ‘백의종군’이다. 두 번째는 컷오프를 당할 경우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천탈락/나홀로 공천이 되는 경우다. 이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어 양날의 검과 같다. 자칫하면 차기 지도자 반열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는 유 의원의 정치 스타일이 ‘바람 불면 숙이는’ 김 대표의 유연한 리더십보다 '선비형 스타일'로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다. 그러나 친박계 인사들의 ‘유승민과 측근 공천배제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지난 3월2일 유 의원은 측근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유 의원은 “나 자신도 컷오프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위기감을 토로하면서 “우리 식구들이 다 같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백의종군해서라도 측근들은 살리겠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김무성-정두언發’ 살생부 파문이 일면서 비박계의 반격도 있었다. 이른바 친박계 핵심인사가 김무성 대표에게 현역 의원 40여명의 물갈이를 요구했다는 이른바 ‘살생부 파문’이 그것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눈엣가시 같은 ‘배신의 정치인’을 도려내고, 김 대표에게도 부담이 되는 친박 중진을 아웃시키는 것을 전제로 자신과 가까운 비박·친이계의 희생을 감수하는 선에서 타협을 했다는 게 요지다.

살생부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김 대표는 국회출입기자들에게 일일이 문자를 보내어 “김 대표는 그런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정두언 의원과는 정치권에 회자되는 이름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만약 청와대 관계자나 친박계가 당대표를 만나 ‘공천 살생부’를 건넸다면 정권과 친박계 도덕성에 치명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죽여라’는 욕설 녹취록 파문까지 터지면서 친박의 연이은 공세는 주춤해지고 기선을 잡은 비박계는 반격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천’을 둘러싼 전쟁은 단순히 금배지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친박·비박 공천전쟁 차기 대권구도 맞물려

친박계가 김 대표와 유 의원을 비롯해 K(김무성)-Y(유승민) 라인을 겨누고 있는 것은 영남권 패권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구·경북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유력한 인사는 비박계 유승민 의원이다. 또한 부산.경남 역시 김 대표가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이고 실제로 차기 대선지지도 조사에서도 당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 텃밭이지만 차기 유력주자는 모두 비박계인 셈이다. 여기에 ‘포스트 TK·PK’맹주 자리 역시 사실상 두 인사가 잡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총선 이후 정국은 바로 대선정국으로 흘러갈 공산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여야 공히 3김 이후 큰 정치인이 부재한 상황에다 이명박·박근혜 이후 여당 대선 후보군은 ‘도토리 키재기’ 수준으로 경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이를 잘 아는 친박계에서는 총선을 통해 두 인사를 제거해야 TK·PK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구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두 진영의 기세는 팽팽하다. 결과는 총선이 끝난 이후 명확하게 나올 전망이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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