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유승준의 다큐 방송을 반대하는 ‘더 많은’ 네티즌들의 승리로 사태는 마무리 됐지만, 소수 네티즌들의 방송을 볼 수 있는 권리와 선택권 따위는 철저히 무시당한 셈이 됐다. 비단 유승준 방송 취소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일부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크게 확대시켜 그것이 마치 대중 전체의 공통된 의사인양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여기에는 언론과 인터넷이 상호작용을 해 상승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강도 얼짱’은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기형적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연예기획사와 대형포털사이트 사이에 커넥션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기획사에서 대형포털사이트에 거액을 주고 악플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즉 ‘듣기 좋은 소리’로만, 또는 상대방에게 ‘해가 되는 소리로만’ 의도적으로 여론을 형성시킬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소리다.
한 연예 관계자는 “연예계 일을 하면서 기자 못지 않게 신경 쓰이는 사람들이 바로 네티즌”이라면서 “익명성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루머를 퍼트릴 경우, 사실 여부를 떠나 해당 연예인에게는 치명타가 된다. 일단 맘먹고 ‘죽이려’ 한다면 그건 시간문제다. 인터넷이 갖는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자신의 개인적 의견이 순식간에 분위기를 조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승연이나 황수정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컴백 여부는 모두 네티즌 손에 달려있다.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바꾸거나 캐스팅 자체에 네티즌이 관여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물론 중요한 사회문제에 있어 범인을 검거하는데 발빠른 정보력으로 수사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점점 더 거세지는 네티즌 파워에 대해 부정적 문제점들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인터넷의 정당한 힘이 아니라 못된 폐단만 키울 수도 있다는 것. “술 한잔을 하더라도 디지털 아닌 아날로그형 술집으로 가야 좀 편할 것 같다”는 한 연예관계자의 농담은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 대목이다.
정소현 coda031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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