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없다’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물론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박근혜 전대표의 격차가 좁혀지는 가운데 극우보수 진영에서 MB측을 향한 공격이 연이어지고 있다. 중심축은 시스템미래당의 지만원 총재.
이미 출생문제를 놓고 MB 진영과 맞고소 상황에 몰린 지 총재는 최근 이 전시장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지 총재와 친박진영의 관계에 의혹의 시선을 던지는 동시에 이번 논란이 어디로 번질지를 놓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시스템미래당의 지만원 총재는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군사평론가였다.
그런 그가 국민의 정부 후반기와 참여정부를 거치며 보수그룹을 대변하는 논객으로 떠오르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육사 22기인 지 총재는 관측장교와 작전장교, 포대장으로 월남전에 참전한 뒤 국방연구원 책임연구 위원을 역임했다.
1987년 대령으로 예편한 지 총재는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으로 군사평론가와 우익보수 논객의 두 가지 역할을 해 온 인물이다. 최근에는 ‘보수
우익’을 표방한 시스템미래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지 총재는 또 이 전시장의 ‘검증’ 문제를 강하게 요구해 주목 받아왔다.
“자서전은 대국민 사기”
그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기자실에서 보도자료를 내고 이 전시장의 자서전인 ‘신화는 없다’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지 총재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 책에는 거짓 내용과 도저히 상식으로 이해될 수 없는 황당한 내용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문제를 삼지 않겠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기 때문에 황당한 내용으로 자신을 미화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요, 대국민 사기라는 게 지 총재의 주장이다.
지 총재가 이날 제출한 가처분 소장은 ▲양반스타일이었다는 부친 서술 내용 ▲선친 가문의 일본 시절 ▲출생 문제 ▲학창시절 미화 의혹 ▲병역 문제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앞서서도 지 총재는 이 전시장의 출생, 병역 문제를 제기한 것과 관련, 이 전시장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뒤 무고를 이유로 맞고소를 한 상황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이 전시장의 부친인 이충우씨의 호적등본을 입수해 ‘호적세탁’ 의혹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지 총재는 호적 등본 입수 경위와 관련, “이 전시장측의 고소에 우리 회원들이 화도 내고 걱정도 많이 했다”면서 “한 회원이 등본을 구해줬다”고 설명했다.
“필요시 일본 현지 조사”
지 총재는 자신이 공개한 호적등본과 관련, “‘가로’체로 작성된 등본이었다”면서 “모든 가족들의 기록들이 ‘서기’로 돼 있다는 점에서 1960년대에 새로 제작됐다는 것을 믿게 됐다”고 주장했다.
지 총재가 이를 ‘호적세탁’이라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전시장의 부친인 이충우씨의 개명 사실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이충우씨의 원래 이름은 이덕쇠였는데 1930년대 중반 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구호적에는 개명 기록이 분명하게 있는데 새 호적에는 이 같은 사항이 빠져 있다는 게 지 총재의 주장이다. 부친을 양반으로 묘사한 이 전시장이라면 ‘덕쇠’라는 이름도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
지 총재는 또 1968년 주민등록법이 시행되며 등본에 있는 모든 식구에게 주민등록을 부여하는 고무도장을 찍었는데 유독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이 전시장이 있는 페이지의 식구들은 고무도장이 찍히지 않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와 관련 “1968년 호적을 담당했던 서기는 모든 식구들에게 고무도장을 다 찍어주었을 테지만 그 후의 어느 날 무슨 필요 때문에 고무도장이 찍혀 있던 2개의 페이지를 뽑아 파기하고 새로운 페이지를 대신 끼워 넣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운한 박근혜, 검증할 수도”
하지만 이 전시장측은 지 총재의 주장에 대해 “명백하게 허위사실”이라며 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에는 결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이 전시장의 이름인 ‘명박’에 관한 설명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 총재측은 명치시대의 ‘명’(明)과 이등박문의 ‘박’(博)을 따왔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일본에서 흔한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이 전시장측은 모친이 커다란 달이 몸 안에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한다.
지 총재는 본지에 “최소한 이 전시장이 부친의 개명 문제를 숨겨왔다는 사실은 이번에 명백하게 밝혀졌다”면서 “현재 회원들이 포항에서 학교 생활 등에 대한 또 다른 자료들을 수집중”이라고 밝혔다. 필요하면 일본 현지 조사도 가능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하지만 친박진영과의 관계에 대해선 일축했다. 그는 “박 전대표는 박 전대표대로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다”면서 “한나라당 이기라고 그렇게 싸워주고 고생했는데도 고맙다는 말 한 번 못들어봤다. 오히려 지만원 같은 극우가 오면 표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상황에서 박 전대표에 대한 검증 문제를 걸고 넘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지 총재는 MB측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기에 사실대로 밝히면 되는 일을 왜 왜곡하는지 모르겠다”며 “의혹을 제기하면 해명하는 게 중요하지 고소 남발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지 총재에 따르면 판매금지 가처분신청 첫 공판은 오는 5월 4일 예정돼 있다.
한편, 이 전시장 측 관계자는 “책에서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했다거나 잘못된 내용을 실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보팀 관계자도 “지씨의 이야기는 전혀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만원 총재 일문일답
- 호적 등본의 가장 큰 문제점은.
▲ 구 호적에는 부친의 개명이 표시돼 있는데 이후 호적에는 이게 없다. 원칙적으로 말이 안 된다.
- 도장 문제도 제기했는데.
▲ 이상하게 훗날 정치인들이 된 두 형제 페이지만 그렇다. 무언가 필요성에 의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 호적 등본은 어떻게 구했나.
▲ 소송이 제기됐다고 하니 전국에 있는 회원들이 걱정하기도 했고 화를 내기도 했다. 우리 회원들의 출신 성분들은 다양하다. 한 회원이 구해 줬다.
-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대표와의 관계를 거론하기도 한다.
▲ 박근혜 전대표는 박 전대표대로 오히려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다. 박 전대표도 그렇고 이회창 전총재도 그렇고 결코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 대선과 지난 2004년 총선 때도 한나라당을 위해 싸우고 노력했지만 고맙다는 소리 한 번 듣지 못했다. 박 전대표측에서도 나같은 극우가 오면 표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고맙다고 사람을 보내 인사를 하든지 전화라도 해야 하는데…. 박 전대표가 결코 만족스러워서 이 전시장 검증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 상황이 되면 박 전대표도 검증할 수 있다는 건가.
▲ 당연하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박 전대표가 결정적인 하자가 발견된다면 마땅히 할 것이다.
- 이 전시장과 맞고소 상황이다.
▲ 과거 이야기, 특히 어렸을 적 상황은 본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었다. 의혹을 제기하면 해명하면 된다. 그런데 왜 거짓말 하고 고소를 남발하는지 모르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우리 회원들이 포항에서 학교 생활 등 자료를 얻고 있다. 일본에 가 조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5월 4일 판매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한 공판이 잡혔다. 이례적으로 빨리 잡힌 것이다.
##또 다른 ‘이명박 X파일’도 정조준
이명박 전시장과 관련, 정치권에 나도는 또 다른 X파일 존재설은 현대그룹과 관련된다.
이른바 ‘정주영 파일’로도 불리는데 과거 정주영 현대 회장이 국민당 후보로 대선에 출정하면서 이 전시장에게 합류를 요청했지만 이 전시장이 거부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상당히 불쾌해했던 정 회장은 측근들에게 이 전시장의 개인비리를 비롯, 파일을 만들게 했는데 이 문건이 범여권과 친박 진영에 흘러들어갔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사실 여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출간된 <만화 이명박>도 양측의 불편한 관계를 적지 않게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MB가 직접 쓴 ‘신화는 없다’와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등을 기본 텍스트로 삼았다.
이 책의 ‘TV 드라마 야망의 세월’ 부분에는 정 회장과 이 전시장의 30년 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던 계기가 소개된다. 1990년 ‘야망의 세월’이 방영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정치적 야심을 갖고 있던 정 회장이 자신이 아닌 이 전시장이 주인공으로 채택된 것에 대해 분개한 것으로 나왔다.
당시 정 회장은 “주인공이 내가 아니잖아! 이제껏 이명박이 설득해서 안 되는 일이 없었는데 이건 못해요?”라며 이 전시장을 다그친 것으로 묘사됐다. 이 한편의 드라마로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 전시장이 현대를 떠나야 할 시점을 정해준 계기가 됐다는 게 책의 내용이다.
한편 <만화이명박>은 정 회장의 경영스타일과 관련 “개발주도형 국가정책과 맞아 떨어져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 빛을 발했으나 노태우 시절 문화일보 창간, 국민당 창당 등으로 노태우 김영삼 정권까지 정부와 소원해져 경영 위기를 맞기도 했다”며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이후 햇볕정책에 편승, 재기하는 듯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현대사태의 원인이 됐고 정 회장의 사후 3개 소그룹으로 분리되는 운명을 맞았다”고 서술했다.
한편, 지난 10일 <이명박리포트>를 출간한 김유찬씨는 두 사람의 결별 이유에 대해 이 전 시장이 인천제철을 자신에게 떼어달라며 ‘빅딜’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승현 okkdoll@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