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금 몸으로 말해요” 게임하고 잘 모르는 선배와 껴안기도
건국대(총장 송희영)는 최근 신입생 OT 성추행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논란은 지난 달 26일 건국대 커뮤니티 ‘대나무숲’에 올라온 신입생 글에서 시작됐다.
생명환경과학대학 신입생의 글은 OT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고 이는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내용은 OT 술자리에서 “25금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 중, 펠라XX와 비아그라, 69와 같은 선정적 단어들이 나왔고 이를 설명하는 선배들의 모습에 충격과 수치심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여자들이 한 방에 있었고, 남자 선배 여럿이 돌아가며 방에 들어와 러브샷을 하거나 남자의 무릎에 앉아 술을 받아먹는 행동이 ‘방팅’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출석체크만 하면 되더라, 껍데기뿐인 성교육?
신입생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순간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 선배 들과 껴안는 등의 신체 접촉을 하며 술자리를 가져야 했다며 성추행 문제를 제기했다.
여론을 의식한 듯 생명환경과학대 게시판에는 3월9일에 재학생 및 신입생에 대한 성희롱 교육을 각각 시행하겠다는 공지문이 붙어 있었다. 공지글 밑에는 붉은 글씨로 “출석체크 합니다 참석필수” 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체의 MT, OT 금지
아랫돌 빼내 윗돌 막는 꼴
영어영문과 졸업생 임모씨는 지난 2009년 오리엔테이션에 갔을 때 아무런 사전 성교육이 없었다고 전했다. 자신이 OT에 참여할 때에는 성교육을 받지도 못했지만 이후 신입생들은 사전에 성교육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변화된 바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이후 학교에서 ‘일체의 MT 및 OT를 제한’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것이 선정적 술게임을 뿌리 뽑는 것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어느 순간부터 자극적인 술문화가 대학 내외에 자리 잡힌 것 같다고 전했다. 3월2일 건국대 행정관 앞의 잔디밭에서도 삼삼오오 신입생과 선배들이 동그랗게 둘러 앉아 술 마시는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3학년 이모씨는 “어디서건 터질 일이 우리학교에서 운 나쁘게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스트레스 해소의 장이 없잖아요. 술 마시는 것 빼고는요.” 라고 덧붙였다. 동국대 철학과 유흔우 교수는 대학의 변질된 술문화는 억압된 입시를 거치고 성인이 된 대학생들의 비뚤어진 자유 표출법이라고 진단했다. 자유의 상징을 마냥 술을 마시는 것으로 착각하며 점점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변질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OT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일체의 OT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대학 문화 활동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측에서도 개선의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립대에서는 ‘술 없는 OT’를 진행했고, 고려대 한문학과에서는 ‘음주’대신 ‘교양’이라는 이름의 토론 시간을 마련했다.
교육부에서도 OT 논란과 관련해 지침을 내놓았다. 앞으로의 행사는 되도록 하루 이내로 진행하고 이틀 이상 진행 할 경우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했다.
또 별도의 OT 비용을 강제 징수하는 것도 금지했다. 마지막으로 OT 행사는 반드시 대학이 주관해 실시할 것을 강조했다.
성교육 주관한 총학생회, 학교에 책임 떠넘기기?
3월 1일, 건국대 총학생회 ‘한울’, 제 51대 중앙운영위원회 및 생환대의 학생회장(이호준)과 부학생회장(신혜린)은 각각 대자보를 학내에 게재했다.
총학생회장 박우주 씨는 “총학생회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징계를 내리기에는 어려운 입장이다. 같은 학생이 어떻게 다른 학생을 처벌하겠느냐 미숙한 처리로 인해 피해학생에게 추가 피해가 가지 않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관련자를 처벌하기 위해 OT 성추행 사건에 관련한 조사 및 징계 권한을 양성평등상담실에 전적으로 위임한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양성평등상담실은 교내 성희롱 및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된 학교기관으로, 학교 측에서는 이 기관에 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배치돼 있으며 전문적인 대처방법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총학생회와 학교기관 두 곳 모두 관련학생의 모든 정보를 함구에 붙이며, OT와 외부 MT에 대한 규제만을 내세우고 있었다.
학기를 시작한 신입생부터 복학생 및 다수의 건국대 학생들은 ‘양성평등상담실’의 존재유무조차 모르거나 대자보에 붙은 글로 기관이 존재하는지 처음 알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해당 기관의 실장은 “현재 조사 상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관련자 조사가 이루어졌는지도, 징계의 방법 및 절차조차 철저히 입을 다문 상황이다. 오매불망 기관 전문가들(?)의 판단을 기다려야만 하는 것이다.
조용하게 사안이 지나가게 두지 않겠다는 총학생회의 언급은 공허한 메아리로만 들릴 뿐이다.
bjy-0211@ilyoseoul.co.kr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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