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두산 청사진 제시는 플러스 알파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박용만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박정원 현 주식회사 두산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천거하면서 세간의 시선이 두산그룹으로 몰렸다. 대부분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예정돼 있던 인사가 진행됐다는 평가다. 다만 두산그룹은 주요계열사 실적개선과 유동성위기 타개, 자금 유입 해결 등 선결과제가 쌓여 있는 터라 박정원 회장의 행보가 더욱 중요한 시기다. [일요서울]은 4세 경영의 개막을 알린 두산그룹의 전망과 과제를 둘러봤다.
계열사 살리기, 유동성위기 극복 등 이미 움직임 보여
친동생과 사촌지간 관계 유지도 사업 못지않게 중요
당장 해결해야 하는 현안만 해도 수두룩하다.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그룹의 주요계열사들을 살려내는 것이 처음 선행되어야 할 목표다.
건설기계 등을 생산·판매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만 7000억 원(별도 기준)을 까먹었다. 두산중공업은 순손실 규모가 4500억 원이다. 두산건설도 마찬가지다. 두산건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600억 원이다.
현재까지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용퇴의사를 공식화한 지난 2일 매각 협상이 난항에 빠져 있던 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문의 매각을 매듭지어 도움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를 두고도 평가는 엇갈린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유동성확보는 자회사 지원 가능성을 낮춰준다는 의미에서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에 긍정적”이라면서 “양호한 수주실적과 더불어 자회사리스크까지 진정되면 주가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는 “박용만 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을 놓지 않고 실적 회복 등을 책임지는 모습이지만 중국의 경기침체와 세계 경기부진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을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는 의견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재무구조 개선은 박정원 회장이 박용만 회장의 도움 없이 선제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다. 두산밥캣의 국내 증시 상장이 관건인데,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연내 상장하기 위해 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증시 악화나 원화 약세 등이 계속될 경우 상장 실익이 줄고, 성공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는 위험이 도사린다.
또 두산그룹은 올해 1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4.99% 전량을 3000억 원에 팔았다. 두산 자회사 DSP홀딩스는 방산업체인 두산DST의 지분 51%에 대한 매각도 진행 하고 있다. 주변의 평가는 시장에서 최소한 5000억~60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르면 상반기 중 박정원 회장이 낸 첫 성과가 나오는 셈이다.
두산건설의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감자가 이뤄지면 잉여금이 늘어나 재무구조가 개선된다. 하지만 이런 방법만으로 그룹의 재무구조를 안정화 단계로 앉혀놓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박정원 회장이 앞으로 어떤 승부수를 내놓을지가 중요해 보인다.
선택과 집중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주요계열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것이 과거 청산이라면, 새로운 사업들을 성공시키는 일은 그룹 미래의 제시다. 박정원 회장이 직접 주도했던 연료전지 사업과 두산그룹이 처음으로 따낸 면세점 사업이 그것이다.
두산은 연료전지를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료전지 사업은 지난해 매출 1600억 원, 영업이익 55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0%, 220% 증가했다.
지난해 사업권을 얻은 면세점 사업의 경우, 연간 매출액 1조 원과 영업이익률 10%가 기대되는 사업이고, 올해 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에서 제외된 수치라는 점도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지난해 희망퇴직 논란을 일으키면서 내려간 기업신뢰도 회복이란 과제도 신임 회장으로서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이는 영업이나 사업의 성과가 아닌 도의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박정원 회장의 개인적인 능력이 여실히 드러날 수 있다.
한편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내 체질개선과 신사업 성장이 어느 정도만 성과를 내도 박정원 회장의 입지는 확고해질 수 있다”면서도 “진정한 박정원시대를 선포하기 위해선 자신의 색채를 드러내는 ‘플러스 알파(α)’가 필요할 것”라고 말하기도 한다.
플러스 알파란 예를 들어 박용만 회장이 소비재 위주의 사업구조를 중공업 중심으로 재편했던 것 정도의 ‘신(新)두산’인 것이다. 박정원 회장이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두산그룹의 형제경영 전통을 잇기 위해서는 수많은 형제들과 박정원 회장이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미 2005년 3남인 박용성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추대되자 차남인 박용오 회장이 일가의 비리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는 등 아픈 기억이 있었던 만큼 본인 세대에서 이를 반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친동생인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사장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사촌지간이자 박용성 전 회장의 아들인 박진원 전 두산 사장·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 박용현 전 회장의 아들인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박인원 두산중공업 전무, 박용만 회장의 아들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등은 모두 미래의 두산그룹이 발전하기 위해 박정원 회장이 잘 어우러져야 하는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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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