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당국 vs 대기업로펌 힘겨루기
과세당국 vs 대기업로펌 힘겨루기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3-07 10:11
  • 승인 2016.03.07 10:11
  • 호수 1040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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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2월 승소율 86%, 과세논리가 기업을 이겼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세금문제를 놓고 조사당국과 대기업 간 힘겨루기는 매해, 매달 볼 수 있다. 그럴 때 세무당국이 연이어 패하면 ‘당국의 과세 행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거나 ‘로펌으로 무장한 대기업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등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반대로 기업들이 당할 경우에는 ‘세무당국의 당위성이 승리했다’거나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기업들은 심판받아 마땅하다’는 여론이 조성된다. 그야말로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조세불복 승패 따라 여론도 엇갈려 ‘물러설 수 없다’
율촌·김앤장·태평양 등 법률대리인 대결도 ‘눈길’

올해초만 해도 국세청이 기업과 조세 소송전을 벌인 몇몇 판결에서 패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소송가액이 50억 원이 넘는 고액 조세 소송에서 패소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소 밀렸다.

1월 세무당국을 상대로 승리의 기쁨을 맛본 대기업들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종합상사, CJ,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두산, 동국제강,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등이었다. 또 이들은 수십억 원의 환급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 외에는 삼성카드, 롯데카드, 벤츠, BMW, 도요타파이낸셜 등 6개 여신회사도 남대문, 영등포, 역삼 세무서장을 상대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일부에서는 유명 변호사와 대형 로펌으로 무장한 대형법인을 세무당국이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많은 대기업들은 법무법인 율촌, 김앤장, 태평양 등 대형로펌에 소송을 맡긴 바 있다.

그러나 2월 들어서 상황은 완벽히 역전됐다. 1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국세청이 2월에는 86%의 높은 승소율을 기록하며 과세논리의 당위성을 상당부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높다.
 
비즈니스워치가 발표한 2월 택스랭킹에서 관세청은 1건의 선고사건에서 승소해 100% 승소율을 유지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11월에 94%, 12월에 100% 승소율을 보였고, 1월에는 관련 선고사건이 없었다.

특히 같은 조사에서 국세청은 2월 한 달간 서울행정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진 7건의 조세소송에서 단 1건을 제외하고 모두 승소했다. 특히 이들 모두 대형로펌이 대리인으로 나섰던 소송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율촌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넥스트플로어의 법인세 취소소송과 김앤장이 대리인으로 나선 엠투엠기획의 기타소득세 소송, 필립모리스브랜즈 에스에이알엘의 증권거래세 소송 등에서 모두 승소한 것이다. 국세청이 승소한 6건의 총 법정 소송가액은 27억3322만 원이다.

국세청이 패소한 사건은 메트라이프생명보험이 제기한 법인세 소송뿐인데 상대 대리인은 김앤장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2월에 김앤장을 상대로만 3건의 소송을 진행했는데 3건 중에 1건만 패소해 2대 1을 기록했다.

그마저도 패소한 1건은 국세청이 법률대리인을 고용했다. 7건의 조세소송 사건 중 승소한 6건에서는 대리인 없이 국세청 내부 법률 수행 인력만 동원됐다. 관세청도 삼성전기를 상대로 한 관세소송에서 법률대리인 없이 내부 수행인력으로 승소했다. 삼성전기는 광장이 전담했다.

끝나지 않는 대립 

올해만 국한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과세당국의 힘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아울러 이들은 스스로 내부 법률 수행 인력만으로도 과세의 당위성을 지키고, 대형법인과 로펌에도 밀리지 않는 힘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 조사4국의 경우 사전예고도 없이 들이닥쳐 기업들 사이에선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로 군림하기도 한다.

한편 서울시의 기업들 사이에서는 국세청보다 서울시가 더하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해 눈길을 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시와 산하 25개 자치구들이 올해 세무조사 대상으로 삼은 법인이 2만453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법인세 등 국세를 징수하는 국세청이 매년 세무조사를 벌이는 기업은 전체의 1% 내외에서 정해진다. 100개 기업 중 한 곳 정도가 매년 돌아가며 세무조사를 받는 꼴이다. 2014년에는 전체 등록 법인(57만6138개)의 0.9% 수준인 5443개 기업을 세무조사했다.

당장 국세청이 벌이는 세무조사 대상 법인 수와 비교했을 때 4~5배가 넘는 수치다. 서울시 세무조사 건수는 국세청은 물론, 여타 지자체보다도 훨씬 많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의 시·군·구청들은 지역 내 전체 법인의 3.6% 수준인 6703개 기업을 올해 세무조사할 계획이다. 부산시와 산하 자치구는 지역 기업의 3.5% 정도인 1070개 기업을 세무조사 대상에 올렸다.

실제 서울시와 국세청에 따르면 서울시의 세무조사 대상은 올해 60개 기업, 25개 서울의 자치구들은 2만4476개 기업을 삼았다. 서울시 전체 법인이 9만7895개임을 감안하면 25%정도의 규모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청이 4831개로 가장 많다. 다음은 서초구청(3470개), 영등포구청(2028개), 중구청(1476개), 종로구청(1411개) 순이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규모로 세무조사를 실시해 25개 자치구가 1586억6100만 원의 세금을 추징한 점을 비춰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만 서울시도 국세청, 관세청이 대기업과 힘겨루기를 하듯, 올해 내내 기업들의 조세 불복과 대립할 수 있다.

앞서 서울 지역의 지방세 과세에 불복한 납세자들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해 세금을 돌려받은 비율(인용률)은 2009년 10.2%에서 2014년 24.5%로 급증했다는 조사도 나온 바 있다. 결국 세금을 걷으려는 쪽과 내지 않으려는 이의 싸움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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