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로바’ 갑질 의혹 누구 말이 진실일까
‘에코로바’ 갑질 의혹 누구 말이 진실일까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6-03-07 10:10
  • 승인 2016.03.07 10:10
  • 호수 1140
  • 38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고 떠넘기기에 택갈이 지시까지 ‘억울한 부분 있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아웃도어 브랜드 에코로바(대표 조병근)가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시련을 겪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1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2580의 ‘안 팔리면 불량?’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면서부터다.

방송에는 에코로바에 거위털 점퍼를 납품했던 유건 엔터프라이즈(이하 유건) 조태일 대표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인터뷰의 주 내용은 에코로바가 자신에게 갑질을 했고 이로 인해 10억에 이르는 큰 빚을 지고 손해를 봤다는 내용이다.

에코로바의 택갈이 내용도 방송을 탔다. 방송 이후 에코로바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을의 갑질 피해 주장…일부 잘못은 인정
사측 “재발 방지 위해 최선의 노력할 터”


방송 이후 에코로바는 전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한때 트래픽 초과로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될 정도였다. 하지만 에코로바는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던 에코로바가 지난달 23일 자사 홈페이지와 블로그, SNS 등 계정에 ‘MBC 보도에 대한 에코로바의 입장’을 발표하고 해명에 나섰다.

먼저 에코로바는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잘못한 점에 대한 질타와 조언 등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고 똑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코로바 측은 “일방적인 방송으로 인해 가려진 진실과 오해할 만한 내용이 너무 많아 당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라고 전했다.

사실 ‘시사매거진2580’의 방송만 놓고 본다면 ‘갑질 논란’에 휩싸인 에코로바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피해를 주장하는 업체와의 마찰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날 방송이 너무 유건 측 이야기만 들어준 편향적인 방송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방송에서 피해를 주장한 조태일 대표는 ‘10억 원의 빚을 졌다’ ‘형제자매의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고 하소연했지만 정작 증명할 만한 자료는 방송에 내놓지 않았다.
에코로바 측은 “유건이 구두로 주장한 사실 내용이 불분명합니다. 당사로 인해 빚을 졌다면 명확한 근거나 문서를 제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방송사에서도 유건 측이 주장하는 10억 빚에 대해 취재했다면 명확한 근거를 제시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가 확인 한 결과, 형제자매 어느 집도 경매로 넘어간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만약 경매로 넘어간 집이 있다면 그 원인이 당사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 또한 명확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라고 해명을 요구했다.

치킨게임 중

이 밖에 조태일 대표는 방송을 통해 에코로바가 대금결제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고 납기지연을 시켰으며 제품 품질 검사를 하고도 반품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에코로바 측은 조태일 대표의 주장이 일방적이라는 반응이다.  
에코로바와 유건 사이 거래액은 총 36억 원이다. 이중 이미 33억 원은 지급 완료된 상태며 남은 잔금은 2억 9000만 원 정도다. 하지만 이 금액도 양사 간 벌이고 있는 재판 결과에 따라 채권 채무액이 정해지면 지급되거나 상계처리 될 예정이다.

납기지연 주장에 대해서도 유건과 법적 분쟁 중인 A사의 준비서면을 살펴보면 ‘신용장을 늦게 개설하여 결국 납품기간을 4개월가량 지체하게 되었다’고 유건 측이 인정했다.
에코로바가 아닌 유건 측이 신용장을 늦게 개설하는 바람에 납기지연이 됐다는 말이다.
그러나 유건 측은 방송에서 에코로바가 타이트한 납기 제시와 제작 진행 중 원단 교체로 인해 지연입고 됐다고  주장했다.

제품 품질 검사를 하고도 반품시켰다는 주장에 대해서 에코로바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상황이다’며 억울해 했다.
에코로바는 제조사인 유건에게 제품 품질 검사 권한을 위임한 상태였다. 유건이 직접 제품에 대한 품질검사를 하고 불량이 아닌 제품에 대해 베트남 제조 공장에서 검사 후 붙이라고 ‘검사필 도장’이 인쇄된 CARE LABEL을 전달한 상황이었다.

이후 에코로바는 유건 측을 믿고 물류센터로 제품이 입고될 때 육안 샘플링 검사만 하고 입고 시켰다.
하지만 유건은 품질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모든 의류에 CARE LABEL을 부착했다. 에코로바 측에 따르면 2차례의 수선을 거쳐 들어온 제품마저도 10% 정도의 불량이 나타났다고 한다. 
유건 측이 주장한 ‘6차례 반품 주장’에 대해서도 에코로바 측은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다.

에코로바와 유건은 지난해 7월 29일 ‘제품 및 대금 지급에 관한 포괄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 내용을 살펴보면 재수선을 하기 위한 반출 및 재입고 일정을 총 5차에 걸쳐 설정했고 재수선 후 재입고를 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건 측은 방송을 통해 일방적으로 반품시켰다고만 주장하며 속 내용을 고의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에코로바는 또 방송에서 시사매거진2580 측이 취재가 진행되자 대금을 지급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에코로바는 유건으로부터 6억5000만 원을 양도 받은 A회사와 2016년 1월 27일 양도금 지급 및 법적 소송 해제에 합의를 했다. 이후 2016년 2월 1일 1차 대금 지급을 완료했고 2016년 2월 5일에 잔여대금 지급을 완료했다.

시사매거진2580팀에서 유건 측을 인터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월 2일이다. 이후 10일 설 연휴에 시사매거진2580팀에서 에코로바로 전화를 걸어와 최초 취재 요청을 해 왔다. 즉, 에코로바는 시사매거진2580팀에서 취재를 시작한 걸 인지하기 이전에 이미 A사와 대금 지급에 대해 합의를 했으며 그에 따라 지급한 것이다.

하지만 시사매거진2580 측은 마치 취재가 시작되자 에코로바가 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방송해 오해의 소지를 불러 일으켰다.

에코로바 고위 관계자는 “34년 동안 순수 토종 브랜드로서 국내 등산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방송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물론 유무형의 손해를 입게 됐다”며 “비록 방송에서는 갑질의 주체로 지목됐지만 실제로는 ‘을의 갑질’로 피해를 입었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고 억울해 했다.

그러면서도 자사에 대해 악의적인 입장을 밝히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함을 전하고 더이상 문제가 발생되지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keon14 keon14 2016-03-07 18:28:04 175.209.244.199
에코로바 홈페이지에 에코로바측의 입장표명에 대해 조목조목 답변을 했는데도 에코로바측에서 일방적으로 반박자료 내용을 삭제하는바람에 에코로바측의 입장표명만을 보시고 혼동을 초래하고 있는거같네요.
주)유건엔터프라이즈의 반박자료를 삭제하지말고 모든분들이 볼수있는 방법은 없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에코로바의 입장표명에 반박자료를 게시했는데도 에코로바측에서 자꾸 삭제를 하는데 그이유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