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광주패권 쟁탈전이 불을 뿜고 있다. 호남정치의 심장부인 광주에 확실한 깃발을 꽂아야 4·13 총선 이후에도 ‘DJ(김대중 전 대통령) 적통’을 자임하며 호남 전체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까닭이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1월 25일 ‘광주선언’을 통해 “능력 있고 새로운 인물을 과감하게 등용해 제2, 제3의 김대중으로 자라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자 국민의당은 더민주를 탈당해 제3지대에 머물러 있던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전 의원과 DJ의 마지막 비서실장 박지원 의원을 입당시키며 맞불을 놨다.
광주 8곳, 전남 10곳, 전북 10곳에서 양당 사이에 치열한 고지전이 펼쳐지겠지만 현 시점에서 볼 때 최전방은 광주 서구을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버티고 있는 이곳에 더민주 영입 인사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가 도전장을 냈다. 이곳의 선거는 가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릴 만하다.
천 공동대표는 목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15대부터 18대까지 경기 안산에서 내리 4선을 했으며, 지난해 4·29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이곳에 출마해 둥지를 틀면서 5선 배지를 달았다. 지금은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함께 국민의당을 이끌고 있다.
양 전 상무는 전남 화순 출신으로, 광주여상을 졸업한 뒤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SRAM설계팀 책임연구원, DRAM설계팀 수석연구원, 플래시설계팀 부장 등을 거쳐 2014년 고졸 여사원으론 처음으로 임원인 상무로 승진했다.
양 전 상무는 2월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치인의 귀향은 금도가 있어야 한다. 호남이 키워낸 최고의 엘리트들이 세상과 맞서 호남의 유리천장을 깨지 못하고 다시 호남의 품을 파고드는 것이 제 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았다”며 천 의원에게 도발을 했다. 호남에 안주하지 말고 수도권의 어려운 지역으로 가라는 주장이다.
국민의당 안에서도 천 의원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야권의 분열로 특히 수도권 선거가 어려워진 만큼 천 의원이 총대를 메고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천 공동대표는 이를 일축했다. 그는 언론에 입장발표문까지 배포하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호남을 떠나는 일은 없다. 나의 가장 큰 정치적 목적은 호남정치의 부활과 복원”이라고 밝혔다.
결국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승자는 누가 될지 알 수 없다. 더민주 측은 ‘천정배 저격수’로 양 전 상무를 투입하기 전에 여론조사를 실시해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호남맹주’를 노리는 천 공동대표의 전투력은 만만찮다. 그럼에도 만일 ‘다윗’이 ‘골리앗’을 잡는다면 총선 후 호남패권의 상당부분은 더민주로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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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