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신한금융그룹 인사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후계구도 때문이다. 한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또 곧 7명의 신한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때문에 이번 인사가 후계구도 마련의 장이 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앞서 열린 이사회 개편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례적으로 기타비상무이사를 선임한 것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임기 만료 앞둔 7명 CEO 연임 여부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 이성량 동국대 교수와 이정일 재일한국상공회의소 부회장, 이흔야 마루신 대표이사그룹를 신규 사회이사로 선임했다. 또 남궁훈 전 금융통화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추천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수는 10명에서 9명으로 줄고, 재일동포 사외이사 수는 4명이 유지됐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남궁훈 이사 등 총 2명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변화가 주목을 받는 것은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임기가 2017년 3월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1948년생으로 올해 69세를 맞았다. 신한금융은 회장 나이를 만 70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2011년 벌어진 신한사태 이후 회장 나이를 만 70세 이하로 제한한 것이다. 따라서 연임이 어려운 한 회장은 사실상 올해 후임을 결정지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이사회 결과는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교두보로 해석되고 있다. 사외이사는 자회사 CEO 외에도 차기 회장 선출권을 보유하고 있어 한동우 회장의 후계구도 마련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례적으로 2명을 선임한 것도 후계구도와 연관이 있다는 시선이다. 신한금융이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한동우 회장의 권력을 집중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기타비상무이사는 지주 소속은 아니지만 지주의 이사로 등기돼 경영과 인사 결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한다. 지주사 CEO 부재 시 그 역할이 부각되기도 한다.
일례로 임영록 KB회장이 2014년 9월 대표이사에서 해임될 때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가 아무도 없어 직무대행을 즉시 선임하지 못했고, 20일 이상 경영공백을 겪은 바 있다.
때문에 남궁훈 이사가 기존 기타비상무이사가 존재함에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오른 것은 한동우 회장의 후계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또한 남궁훈 기타비상무이사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멤버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사외이사에서는 물러났지만 신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회장 결정 과정에서 한동우 회장의 의중을 다른 사외이사들에게 전달하고 절충하는 등의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예고돼 있는 자회사 CEO 인사도 후계구도 선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요 계열사 CEO들의 경우 자동으로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후보군 윤곽
한동우 회장은 2011년 6월 후계자 양성과 관련해 “그룹경영회의 구성원인 은행장과 카드·금융투자·생명 사장 중에서 자연스럽게 후계자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자회사 CEO들이 이사회에 중요한 사안을 보고하는 과정을 통해 능력을 검증 받고, 이사회는 이들 중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압축하겠다는 설명이다.
신한금융그룹의 12개의 자회사 중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자회사 CEO들은 7명이다.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과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이동대 제주은행장, 오세일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 설영오 신한아이타스 사장, 이원호 신한신용정보 사장 등이다.
이 중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등의 연임 여부에 따라 신한금융그룹의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한동우 회장의 후계자 후보로 점쳐지는 인물은 서진원 고문과 조용병 신한은행장이다. 또 임영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도 떠오르는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우선 서진원 고문은 백혈병으로 회사를 떠난 지 10개월 만에 복귀한 상태다. 서 고문은 사내에서는 부회장으로 불리며 경제 전반에 대한 조언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1983년 신한은행에 입사 후 인사부장, 영업추진본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2007년 신한생명 사장 재직 당시에는 업계 8~9위였던 신한생명을 4위로 끌어올렸다.
2010년 신한은행장에 오른 뒤 4년 동안에는 신한사태를 수습하고 조직화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 대신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조직을 운용했다는 것이다.
임원들은 서 고문이 복귀하자 직접 감사패를 전달하며 그동안 노고에 대한 감사와 건강을 회복한 것을 축하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1984년 신한은행에 들어온 후 신한은행 인사부장, 뉴욕지점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1년부터는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활동했으며, 2012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전임이었던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의 경영 바통을 갑작스럽게 이어받았다. 그는 갑작스러운 경영 바통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실적을 내면서 리딩뱅크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영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신한은행 부행장은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금융권은 이를 신한금융그룹의 세대교체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1951년생인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과 1957년생인 조용병 신한은행장에 비해 1960년생이란 다소 젊은 나이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동우 회장 후임 선정과정에서 세대교체가 이슈화될 경우 임 부사장의 강점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또 지주 부사장은 그룹의 내외 전략은 물론 계열사 동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유력한 회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