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해외 화장품 브랜드 맥(MAC)이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 비하·혐오 발언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는 개그맨을 모델로 기용한 것 때문이다. 주된 소비자가 여성인 브랜드를 여성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모델이 광고한다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더불어 맥이 2010년 여성 연쇄살인사건을 연상시키는 제품을 출시했던 것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맥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최근 여성비하·혐오 관련 광고 논란이 잇따르고 있어 이번 문제를 쉽게 넘길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연쇄살인 모티브 제품 출시 과거 충격
맥(MAC)은 해외 화장품 브랜드로 특히 섀도우, 립스틱 등 색조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다. 유명 배우나 가수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제품은 ‘한예슬 섀도우’, ‘수지 립스틱’ 등으로 불리며 품절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색조화장품의 주 사용 층이 여성인 만큼 맥의 주된 소비층도 여성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최근 여성 비하·혐오 발언으로 논란이 된 개그맨이 맥의 광고모델로 기용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맥은 지난 2월 쿠션류 제품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라이트풀 퀵 피니시 컴팩트’로 파운데이션을 퍼프로 찍어 얼굴에 바르는 제품이다. 맥은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원천 기술자들이 존재하는 한국 시장을 공략할 방법을 고민한 끝에 ‘셀피커버쿠션(Selfie Cover Cushion)’이라는 약칭을 정했다. 셀카를 즐기는 한국의 젊은 여성들에게 와 닿기 쉬운 ‘셀카 쿠션’이란 콘셉트를 정하고, 부르기 편한 별명을 붙인 것이다.
이후 맥은 신세계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의 ‘쓱’ 광고를 패러디하기로 결정했다. 신제품 약어인 ‘SCC’를 ‘쓱’이라 읽는 패러디 광고를 통해 ‘쓱 바르면 되는’ 제품의 속성을 알리고, 재미를 동반한 효과를 노린 것이다. 앞서 신세계는 배우 공유와 공효진이 신세계의 이니셜 ‘SSG’를 소리나는 대로 ‘쓱’이라 읽으며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해 인기를 끈 바 있다.
문제는 모델 기용 후 벌어졌다. 개그우먼 장도연과 함께 모델로 기용된 개그맨 유상무가 과거 여성 비하·혐오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유상무는 지난해 개그맨 모임 ‘옹달샘’이 과거 인터넷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여성 비하·혐오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은 일원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멍청하다”, “남자와의 잠자리 경험이 있는 여자는 창녀”등의 여성혐오라고 느껴지는 발언을 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여성을 주 소비층으로 하는 기업이 여성 비하·혐오 관련 논란이 있던 개그맨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사실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복수의 소비자들은 “어떤 논란이 있었던 사람인지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광고 모델로 기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브랜드 가치나 소비자를 생각해서 만든 광고인지 의심스럽다”, “맥 제품에 광고 모델료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면 구매하기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복되는 문제
뿐만 아니라 이번 논란을 계기로 맥의 과거 행보가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충격은 배가 됐다. 멕시코에서 일어났던 집단연쇄살인(시우다드 후아레즈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컬렉션을 제작했던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 사건은 1993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멕시코 국경 부근 후아레즈 도시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벌어졌던 무차별 살해 사건이다. 희생자만 수백 명에 달한다.
당시 맥은 제품명도 ghost Town(유령도시), del Norte(멕시코의 북쪽 도시), B order town(국경도시)의 이름이 붙어 연쇄살인사건을 연상시켜 논란이 됐다.
논란이 전세계로 번지자 맥은 화장품 출시를 취소한 뒤 10만 불을 기부하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재조명받으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오원춘 살인사건’을 화장품으로 제작한 것”이라며 “맥의 이번 광고 모델 기용 논란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SNS를 비롯해 맥의 공식 블로그, 메일 등을 통해 항의를 시작했다. 또 맥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됐을 뿐만 아니라 맥의 한국 수입회사인 엘카코리아가 수입하는 타 브랜드들도 불매운동 대상으로 거론됐다.
논란이 거세지자 맥은 공식 유튜브에 게재했던 영상을 삭제했다. 200만이 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자사 공식 블로그에 올렸던 관련 게시물도 비공개로 바꿨다.
하지만 맥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공식 사과문과 브랜드 차원의 공익 캠페인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 같은 여성 비하·혐오 논란을 일으킨 광고들이 잇따랐던 만큼 이번 문제를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지난해 경우만 살펴보더라도 KFC, 메트라이프생명, 공차, KB국민카드, 공익광고 등에서 여성 비하 혹은 혐오를 조장한다는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들은 ‘자기야~나 기분전환 겸 빽 하나만 사줘’, ‘남자는 보험이 아니다’. ‘식사용 오빠, 쇼핑용 오빠…어장관리? 아니 메시급 멀티플레이’, ‘지루했던 남친 군대로, 나는 어장관리 홍대로’ 등의 문구를 사용해 여성비하 논란이 일어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제작한 피임 캠페인 포스터는 남성에게 많은 짐을 맡긴 여성 옆에 ‘다 맡기더라도 피임까지 맡기진 마세요’라는 문구를 넣어 논란이 됐다. 여성을 남성 의존적인 모습으로 표현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서울 지하철에서 몰카 방지 캠페인에서도 ‘치마는 가려주세요’라는 문구를 넣어 범죄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여성 비하·혐오 논란에 대한 파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맥 측은 사과의 말을 전했다.
맥은 “문제가 된 영상으로 소비자들께서 불편하게 느끼셨던 점에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이를 고려해 해당 영상의 게재가 중지됐다”고 전했다.
한편, 개그맨 유상무의 소속사 코엔스타즈 측은 “과거에 논란이 있었던 부분은 유상무씨가 계속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