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던진 김종인 안철수 국민의당 ‘적전분열’
‘핵폭탄’던진 김종인 안철수 국민의당 ‘적전분열’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6-03-07 09:36
  • 승인 2016.03.07 09:36
  • 호수 1140
  • 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로 있는 국민의당에 핵폭탄을 던졌다. 김 대표는 최근 “4.13총선에서 야권이 단합해 여소야대를 만들어 201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자”며 ‘야권대통합론’을 제안했다. 당장 안 대표는 ‘정치공작’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선대위원장과 최근 입당한 박지원 의원은 ‘긍정적’ 신호를 보내면서 국민의당이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합에 반대하는 안철수계와는 달리 6개 정파의 수장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발 ‘야권통합론’이  성사되지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안철수와 각 계파 사이를 사분오열 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김종인 발 야권통합론에 숨겨진 정치방정식을 풀어봤다.

- 김종인 야권통합론은 ‘1타4피 전략’ 神의 한 수
- 국민의당, 현역 18명에 계파는 7개…‘가관’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더민주당의 김종인 발 ‘야권통합론’ 주장은 당 안팎에서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원을 지낸 조국 서울대 교수는 김 대표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김종인 대표는 ‘선수’다”라며 “더민주 입장에서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을 것이 없는 제안이다. 필리버스터 종료 논란 국면도 전환시킬 수 있고...”라고 혀를 내둘렀다.

조국 교수, “김종인 대표 역시 선수” 평가

실제로 더민주당 내에서도 김 대표의 ‘야권통합론’은 호남 내 주도권 다툼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선명 제1야당으로서 입지 확보를 통한 여야 1대1구도 구축, 나아가 적전분열 및 국면전환 등 ‘1타4피 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김 대표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최소 적전분열과 국면전환 효과는 톡톡히 보고 있다.

우선 안 대표를 비롯해 김한길·천정배 그리고 박지원 의원까지 가세해 야권통합 제안에 즉각 반응했다. 김 대표의 발언에 “비겁한 정치공작”이라고 강력 반발한 것은 안 대표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자 공작”이라며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우뚝 서는 것을 방해하는 정치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심지어 저 안철수만 빼고 다 오라 다 받겠다, 이런 오만한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며 “도대체 우리 당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면 이런 막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안 대표는 대권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반대 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고 혹평했다. 실제로 안 대표 진영은 ‘야권통합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당내 친노 패권주의에 반발해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이를 접을 경우 또다시 ‘철수(撤收) 정치’라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

또한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안 대표에게 리더십에 있어 회복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나아가 당 대표지만 당내에서 ‘왕따’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한몫하고 있다. 안 대표로선 ‘통합’논의에 쐐기를 박고 다른 의원들이 자신을 따르도록 만들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하지만 차기 대권주자인 안 대표의 극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대권 출마보다 금배지에 더 관심이 있는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위원장, 박지원 의원의 입장은 달랐다. 천 대표는 “원낙 중대한 것이고 좀더 상황을 지켜보고 의논도 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새누리당의 과반은 반드시 저지해야 하는 것이고, 통합문제에 대해서는 목표에 관한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모든 문제를 그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뒀다.

김 선대위원장 역시 “깊은 고민과 뜨거운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며 “우리 당이 양당중심 정치를 극복해 보려다가 오히려 일당독주를 허용하게 돼서는 안되겠다 하는 데 깊은 고민들이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봉숭아 학당으로 전락한 ‘국민의당’

최근 국민의당에 입당한 박지원 의원 역시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면서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반드시 단일화라도 해서 총선에 임하고, 총선 후에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 국민의당 지도부에서 좀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국민의당은 현역 의원이 18명이지만 계파는 7개로 나뉘어 있다. 일단 2012년 대선캠프시절부터 함께한 안철수 직계를 비롯해 ▲ 김한길계와 더민주 탈당파 ▲ 박지원·권노갑 옛 동교동계 ▲ 정동영계 ▲ 천정배계 ▲ 박주선계 ▲ 전문가 그룹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당의 주류 세력인 안철수계로는 박선숙·김성식·이상돈·이태규 등 측근 인사가 포진해 있다. 김동철·박주선·신학용·문병호 의원도 안 의원에 동조하고 있다.

반면 김 대표의 ‘통합 제안’에 긍정적인 계파로는 김한길·천정배를 비롯해 더민주당 탈당파 다수 그리고 박지원·권노갑 옛 동교동계 등이 찬성이거나 조건부 찬성(패권주의 청산, 수도권 연대 전제)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인사가 김한길 선대위 위원장의 행보다.

김 위원장은 김종인 대표와 물밑접촉을 통해 ‘당대당 통합’을 전제로 한 공천기구 설치 ‘이면합의설’과 지역구 ‘빅딜설’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전자는 김 대표와 김 위원장 사이에 ‘당대당’ 통합을 조건으로 야권 단일후보를 뽑을 별도의 공천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면 합의설’이 나돌고 있다.

별도 기구를 통해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기위해 독립적인 공천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양당 대표를 비롯해 학계,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들도 참여시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후자는 김 위원장의 지역구에는 더민주의 전혜숙 비례대표 의원이 출마하고 있다. 야권 분열로는 김 위원장의 승리가 요원하다. 정가에서는  김 위원장과 가까운 최재천 의원이 김 대표를 접촉해 더민주에서 ‘광진갑 무공천’소문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통합’에 반대하는 안 대표와 결별하고 당을 이탈할 가능성도 나왔다.

통합에 긍정적인 천 의원 역시 더민주당의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와 지역구에서 대결을 벌여야 하는 만큼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뇌물수수 혐의’로 출마가 불투명했던 박 의원의 경우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목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통합이 물 건너갈 경우 국민의당에서 경선을 치러야 하고 본선에서 더민주당 후보와 맞대결을 벌여야 하는 만큼 당선을 장담하기 힘들다.

김종인 통합 제안 흔들리는 안철수 리더십

결국 야권 내에서 김 대표의 통합 제안에 국민의당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배경으로 차기대권을 노리는 안 대표와 대권과 무관한 현역 의원들 간 이해관계가 충돌해 아군이지만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열의 지점을 송곳처럼 파고든 김종인 대표의 ‘통합 제안’이 신의 한 수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한편 김 대표가 ‘통합의 시간은 남아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총선이 40여일도 남지 않은 상황인 데다 후보자 등록일까지는 불과 20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성사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 예비후보들은 호남과 수도권 등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천작업을 원점으로 돌려 별도기구에서 정하든 다시 통합후보를 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분명하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