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버리고 ‘독기’품은 여인… 그래도 그녀는 예뻤다
‘산소’버리고 ‘독기’품은 여인… 그래도 그녀는 예뻤다
  • 이수향 
  • 입력 2005-08-03 09:00
  • 승인 2005.08.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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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친절해보일까봐”, “너나 잘 하세요”가 최고의 유행어로 자리잡고 있다. 7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올여름 최고의 화제작 ‘친절한 금자씨’에서 주인공 ‘금자’가 내뱉는 대사 중 일부가 젊은층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과 이영애가 만난 이 작품은 인터넷 영화 예매사이트에서 올해 최고의 예매율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영원히 ‘산소같은 여자’로 남아있을 것만 같았던 이영애의 충격적인 연기변신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영애의 변신은 무죄

“‘친절한 금자씨’는 운명같은 작품이에요.”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연기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고 싶었다는 이영애의 말이다.연기생활 13년째로 자신만의 확실한 영역을 구축한 이영애의 이번 변신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것은 자기 스스로에게나 팬들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오랜 기간 동안 연기를 해온 배우가 이미지 변신을 한다는 것이 크게 이상할 법도 없지만 모두들 이영애의 변신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그동안 이영애가 구축해놓은 그만의 분위기가 너무도 완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 누구도 그 틀과 기준을 넘어선 이영애의 ‘험한’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이영애는 자기 관리가 철저한 배우다.

의도적이건 아니건간에 그는 줄곧 청아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고수해왔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그의 이미지만큼은 부숴지지 않은 채 빛을 발해왔다. 그는 아무리 싸구려 옷을 입고 천박한 역할을 해도 결코 흉하지 않을 것 같은 ‘고결함’을 간직하고 있는 보기드문 배우다. 그의 차분하고 단아한 얼굴에는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언성 한번 높이지 못할 것 같은 기품과 고고함이 배어있다. 또 다소 차가워보이는 외모의 이면에는 사람들의 가슴을 녹여버리는 이영애만의 나긋나긋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간직하고 있다.그런 이영애가 잔혹한 복수극을 펼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친절한 금자씨’는 크게 화제가 되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이영애가?’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었을 터. ‘복수녀로 과연 이영애가 어울릴까’에 대해 사람들은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과 우려를 나타냈다.

그 이유는 당연히 그동안 그가 쌓아온 정갈한 이미지에 대한 두터운 신뢰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그의 ‘아름다운’ 면만 보고 싶어한 사람들은 그에게 배신당할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그 역시 오랫동안 구축해놓은 이미지를 스스로 깨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터. 실제로 그는 “걱정이 있었다면 제 이미지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실망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었어요”라며 그간의 고뇌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배우로서 발전하는 제 모습을 보아왔고, 또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분명 좋아하실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라는 생각을 밝혔다. “성격파 배우로서 다양한 각도와 에너지를 가진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어떤 일정한 틀에 갇힌 정형화된 연기가 아니라 ‘이번에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라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완벽한 ‘금자’로 다시 태어나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금자’라는 인물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연기자로서의 또다른 면모를 구축해내는데 성공했다. “원없이 변신했다”는 그의 말처럼 사람들에게 ‘이영애에게도 저런 면이 있구나’, ‘이영애같은 사람도 저런 역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으니 말이다.그의 생글거리는 눈매와 나긋나긋한 말투, 단아하고 청초한 아름다움에 익숙해져있는 사람들에게 그의 변신은 확실히 충격적이다. 그와는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표정과 말투, 행동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은 경악할만하다. 더구나 개미 한 마리 못 죽일 것 같은 그의 입에서 거칠고 쌍스러운 욕이 툭툭 튀어나올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왠지 모르게 그 누구보다 예의바르고 교양있게 행동해야 할 것 같은 그가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뱉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냉소적인 표정으로 거친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그의 뻔뻔스러움에 사람들은 소름끼쳐한다. 그는 확실히 배우로서의 끼와 재능을 타고 났음에 틀림없다. 또 고정되고 규격화된 틀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고 해방시켜 새로운 연기영역을 구축하려는 과감한 시도와 끊임없는 노력이 지금의 이영애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금자’라는 인물에서는 과거의 이영애를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 희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영애의 처절한 ‘배신’에 사람들은 오히려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셈이다.

이제 그가 그 어떤 배역이라도 완벽히 소화시킬 수 있는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13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그가 갈고 닦고 터득한 연기관이 그가 출연하는 작품속에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한결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뿌리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떠한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정진해 나가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자신의 연기생활 13년을 ‘금자’라는 캐릭터에 녹여냈다는 이영애가 이번 영화로 관객들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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