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소견밝혔다가 그만…
국내 코미디계의 대부이자 바보 캐릭터의 원조 ‘배실이’로 대표되는 사람. 얼마전 원로코미디언 배삼룡씨가 지난 80년 갑작스레 미국으로 떠났던 이유를 밝혀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배씨는 구봉서에게 매번 당하는 바보역을 맡아 맞고 넘어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인기절정을 누리던 그가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배씨에 따르면 신군부로부터 미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로 김종필씨를 지지한 ‘죄’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눈밖에 나 미국으로 잠적해야 했다는 것.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이 하루아침에 한 개인의 생활터전을 뺏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자행되던 암울한 시절이었다.
국가원수 모독죄?
중견 탤런트 박용식은 ‘이보다 더 억울할 순 없다’의 대표적인 케이스. 5공시절 박씨 역시 하루아침에 방송출연 정지를 당하게 된다. 죄명은 ‘겁도없이’ 높은 분의 외모를 빼닮았다는 것. 그의 벗겨진 머리 자체가 코미디의 희화화되어 국가원수의 권위를 손상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권력에 ‘알아서 기는’ 부하에 의한 조치로 인해 박씨는 5년 동안 방송출연을 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하며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국민정서에 안좋아서
신군부는 국민의 ‘은밀한 웃음’까지 통제했다. 20년 무명생활을 털고 최고스타의 자리에 올라선 고 이주일씨는 6개월만에 방송가에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뼈있는 사회 풍자성 코미디를 국가가 용납할 리 없었던 것. 80년 신군부는 전 전 대통령의 대머리를 빗댄 코미디와 오리궁둥이 춤이 ‘국가원수를 모독하고 건전한 국민정서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이주일의 방송출연을 금지시켰다. 일순간 ‘저질 코미디언’으로 낙인찍혀 쫓겨난 그는 앞에서 언급한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국가권력에 과잉충성하던 심복들에 의한 피해자였다.
유부녀와 놀다 그만...
현재 가수 겸 음반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가수 A는 70년대 돌연 미국 이민을 떠나 구설에 올랐다. 그러나 사실상 도피성 출국이었다는 것은 당시 지나가는 개도 알만큼 유명한 일이었다. 곱상한 외모의 그가 모 재벌가 여자와 간통을 저질러 피소된 것은 당시 정서로 용납될 수 없는 사건이었다. 또 중견 탤런트 B 역시 알만한 재벌가 부인과의 스캔들로 방송활동을 중단했다는 것은 동네 아줌마들이 모이기만하면 나오던 얘기였다. 당시 교포사회에서는 관계를 정리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건네받고 미국으로 건너간 그가 대규모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설이 나돌기도 했다.
고위층과의 스캔들로
1970년대 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배우 C가 갑자기 결혼한 후 외국으로 떠난 것을 두고 국가 최고 권력자와 깊은 관계로 인한 강제성 출국이었다는 루머가 끊임없이 나돌았다. 또 독특한 보조개로 인기를 끌던 탤런트 D는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춰 의문을 자아냈다. 당시 그는 모 재벌 회장과 염문설과 모 방송국 거물급 PD와의 동거설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는 얼마 전 모 재벌 회장의 전 부인이 낸 자서전에 구체적인 이니셜로 등장해 또한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와 소문이 돌았던 PD는 또 다른 탤런트와도 염문설이 있었을만큼 ‘선수’로 알려졌는데, 당시 경찰청의 수사대상에 올라 조사를 받았던 인물이라는 구체적인 신상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인형같은 외모로 주목을 받았던 탤런트 E는 80년 중반 데뷔 3개월만에 벤츠를 몰고 나타나 구설에 올랐는데, 모 전 대통령의 아들과 핸드폰 뒷자리 번호가 같을만큼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증폭시켰다. 유명 가수와 이혼한 것도 그의 과거 때문이라는 것. 그 역시 어느 순간부터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춘 인물. 깨끗한 이미지의 탤런트 F는 지난해 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용씨 비자금 은닉 혐의로 엄청난 곤욕을 치르다 모습을 감췄다. 70~80년대 탤런트 겸 MC로 활동했던 왕년의 스타 G는 75년 방한한 모 국가 대통령과의 하룻밤으로 제주도에서 흑인 혼혈아를 출산한 일로 파혼까지 당했다는 악성 루머에 시달리며 외국으로 잠적, 서서히 잊혀져갔다. 또 80년대 전문 진행자 H역시 재벌회장의 백지수표건과 관련된 루머로 곤욕을 치르다 어느 순간 방송활동을 접은 바 있다.
마약과 변태섹스
파격적일만큼 섹시한 이미지의 I는 대종상 신인상을 받고 화려한 출발을 했지만 90년대 초 마약복용 혐의로 수의를 입은 사진이 보도되면서 은퇴했다. 또 청순가련한 외모로 인기를 얻었던 탤런트 J 역시 재벌 2세들과 호텔방에서 벌인 마약 환각파티가 적나라하게 보도됨에 따라 조용히 사라졌다. 당시 매춘과 마약, 변태섹스가 결합된 일부 연예인들의 난잡한 사생활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고위층 권력의 희생양
이덕화와 동반 출연한 유명 CF로 이름을 알린 K는 ‘정·재계 연예인 성매매’ 스캔들의 희생양으로 연예계를 떠난 비운의 스타. 그는 얼마전 정·재계 거물이 개입된 ‘연예인 성매매’로 자살까지 시도했던 암울한 과거를 털어놓기도 했다. 또 80년대 초 피어리스화장품, 오란씨 등의 CF에 출연하는 동시에 음반을 내 인기를 누렸던 L역시 86년 갑자기 브라운관에서 사라져 궁금증을 자아냈다. 연예인과 정·관계 인사들의 유착관계에 대한 폭로 및 ‘스타 보증수표’를 미끼로 궁정동 무대에 설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약 15년여가 지나서야 그의 입을 통해 밝혀졌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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