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 ‘조용한 전쟁’
스마트폰 시장 ‘조용한 전쟁’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6-02-29 11:26
  • 승인 2016.02.29 11:26
  • 호수 1139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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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스마트폰 휴대단말기(이하 휴대폰) 소비트렌드가 변하하고 있다. 프리미엄폰만 고집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중저가폰 또는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산 저가폰의 성능도 개선되면서 2~3년전만 해도 10대 중 1대에 불과하던 중저가폰의 비중이 이제는 3대를 넘어서고 있다. 이 비중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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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불경기 여파…중국산 이미지 개선

“이 전에 쓰던 휴대전화는 프리미엄 단말기였는데 이것(저가폰)과 비교하면 성능도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저가폰의 가격, 디자인이 더 맘에 들어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 휴대폰 소비자 A씨(직장인·36세)

“유심 칩을 갈아 끼우면서 사용할 수 있어 선호하는 편이다. 부모님께 권해드리고 싶다.” - 휴대폰 소비자 B씨(여·29세) 100만 원대 고가스마트폰 시장이 활개를 치던 과거와 달리 알뜰소비 바람이 불면서 중저가 제품을 사용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저가폰 어떤 게 있나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잇따라 중저가 브랜드를 늘리며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품질 상향 평준화와 프리미엄폰 시장 포화 속에서 자연스레 중저가폰 시장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도 중저가폰 수요를 부채질했다.

스마트폰 산업은 애플의 아이폰이 처음 등장한 2000년대 중반부터 불과 수년 전까지는 일부 고가폰 위주로 수요가 발생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여러 기술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업체 간 평준화를 이뤘다.

비슷한 사양에 더 낮은 단가를 자랑하는 부품이 속속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LG유플러스를 통해 출시된 화웨이의 10만 원대 저가폰 ‘Y6’가 꾸준히 팔리면서 국내 이동통신업계와 전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LG유플러스 등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출시된 Y6는 일주일간 총 5000대가량 판매됐고, 일일 판매량 또한 늘고 있다. Y6는 5인치 HD 디스플레이, 1GB 램, 2200mAh 탈착식 배터리를 장착했다. ‘070 인터넷 전화’로 전환해 쓸 수 있고, 데이터 소모 없이 들을 수 있는 실제 라디오 기능도 있다.

특히 출고가가 국내 스마트폰 중 가장 저렴한 15만4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LG유플러스는 가장 싼 월 3만 원대 데이터 요금제를 선택해도 13만4000원의 공시 지원금과 2만 원의 추가 지원금을 지급해, 공짜로 기기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 그랜드 맥스는 보급형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월 누적 판매량 70만 대를 돌파했다. 설현폰으로 주목받은 루나는 중견기업인 TG앤컴퍼니와, 폭스콘 제조폰이라는 다소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15만 대 가량 판매된 것으로 전해진다.

팬택도 중저가폰으로 부활을 모색한다. 팬택은 중저가 사양의 신형 스마트폰 ‘V950’를 3월 베트남에서 출시한다. 국내 신제품은 오는 6월께 선보일 예정이다.

팬택은 2014년 11월 SK텔레콤 전용 ‘베가 팝업 노트’를 출시한 이래 경영난으로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의 국내 중저가폰 모델의 경우 이통사 단독폰으로 내놓을 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며 “군더더기를 뺀 중저가폰 반응이 좋은 만큼 제조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폰뿐 아니라 올해 이동통신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알뜰폰이다.

 이달 초 우체국 알뜰폰에서는 기본료 없이 한 달 50분 무료 통화를 제공하는 A제로 요금제와 월 4만 원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됐다. 같은 날 SK텔링크는 가입비를 폐지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수는 일평균 8000명대로 전년대비 16배가 넘게 폭증했다.

인기 끄는 이유는

 중저가폰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고가 모델이 대세로 자리잡은 시장이었다. 갤럭시, 아이폰, G시리즈 등 플래그쉽 스마트폰이 강세였다. 다만 이 폰들은 수십만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발품만 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니즈는 고가폰에 매몰됐고 저가폰은 ‘찬밥’ 신세였다. ‘저렴한 폰’이라는 다소 부정적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알뜰폰 역시 마찬가지다. 알뜰폰이 도입된 초반에는 ‘저가 서비스’라는 인식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떨어졌다. 하지만 굳이 고가폰을 사지 않아도 될 만큼 중저가폰의 성능은 손색이 없어졌다.

그러면서 가격은 고가폰의 절반 이하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시행된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이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알뜰폰의 돌풍 역시도 단통법 시행 후 좀 더 가계통신비를 절감하려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 이사는 “올해에도 세계 경기가 여전히 어려워서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는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드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고가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는 애플과 중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업체 사이에서 올 한 해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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