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천경자 '미인도' 위작 시비 여전…위조범 증언 진실일까?
故 천경자 '미인도' 위작 시비 여전…위조범 증언 진실일까?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02-29 10:01
  • 승인 2016.02.29 10:01
  • 호수 1139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 화백 별세 후 차녀 친자소송…법원 인정 땐 유작 권리 행사 가능

▲ 고 천경자 화백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천경자 화백의 대표작 미인도가 천 화백이 별세한 뒤에도 여전히 위작 시비에 휩싸여 있어 화제다. 천 화백의 둘째딸인 김정희(62) 미국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는 미인도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위작임을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위작임을 밝히지 않으면 수사를 의뢰하고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통보문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김 교수가 최근 천 화백의 법적 친자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 교수는 천 화백이 연인 사이였던 김남중 씨와 결혼해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 화백은 생전에 네 명의 자녀를 뒀다. 첫 남편 고 이형식 씨와의 사이에서 장녀 이혜선 씨와 장남 이남훈 씨를 낳았고, 이혼 뒤 김남중 씨와 만나 김 교수와 동생 김정우 씨를 낳았다. 김남중 씨는 당시 다른 여성과 법률상 혼인 상태였던 까닭에 김 교수와 김정우 씨는 김남중 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올렸고 법률상 어머니도 천 화백이 아닌 김남중 씨의 부인으로 되어 있다.
 
김 교수는 어머니의 명예회복을 위한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기 전, 권리행사를 위한 공적인 지위가 필요해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상속재산 분쟁 때문은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자 관계의 입증은 출산했다는 증거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판례가 있다저와 정우는 어머니가 집에서 낳아 기르고 함께 생활했다는 사실을 자서전에 여러 차례 언급해 절차상의 무리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친자확인 판결이 나는 대로 미인도를 어머니의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저작권법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며 법원의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두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한 정식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유족의 지위가 있어야 하므로, 소송에서의 법적 기반을 확실히 하기 위해 친자확인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혼외자식신분이었던 김 교수가 법적자녀로 인정을 받을 경우 현재 장녀 이혜선씨가 독단적으로 결정해온 천 화백의 유품처리에 대해서도 공식 권리를 행사할 것으로 전망돼 상속재산을 둘러싼 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천 화백의 유품처리는 미술관 건립 의사를 밝힌 장녀 이혜선씨가 다른 형제들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으로 결정해왔으며 부산 부경대에 천 화백의 작품 및 소장품 4000여 점을 기증하기도 했다.
 
미인도 위작 사건은 지난 199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천 화백은 자기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 내 그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감정 등을 통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그림이 들어간 엽서, 달력 등을 제작 판매해 수익사업을 한 만큼, 만약 미인도가 진품이 아니라고 밝혀질 경우 지금까지 얻은 수익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형사상 책임도 지게 될 수 있다.
 
지난 1991411일 현대미술관 측이 미인도를 그린 위작범이 나타난다면 미술관이 전적으로 책임을 질 것이라고 기자회견에서 천명한 바 있다.
 
이후 1999년 고서화 위작 및 사기판매사건으로 구속된 위조범 권모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달력 그림 몇 개를 섞어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당시 천 화백은 눈동자에 금분을 썼는데 나는 싼 노란 물감으로 채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위조범과 미술관의 말 중 어떤 것을 믿겠느냐며 위조범의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 씨의 증언만으로는 권 씨가 실제 위조범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수사했던 검사의 증언으로도 권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는 확정할 수 없어 검찰의 조사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