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최근 스타벅스코리아는 프로모션 상품으로 내놓은 머그컵 디자인이 한 도예작가의 작품과 유사해 표절 논란이 일어났다. 미국 레녹스의 한 제품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재계에서 이런 표절 논란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식품업계, 화장품업계 등에서 숱하게 일어난 바 있다. 특히 화장품업계는 이러한 ‘미투제품’이 많은데 ‘저렴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는 일도 있다. [일요서울]은 각 업계에서 벌어진 표절 논란 사례와 그 문제점을 되짚어 봤다.

화장품업계, 미투제품 사랑 받는 경우 多
표절 논란이 불거진 스타벅스코리아(이하 스타벅스) 제품은 지난 2월 발렌타인데이 프로모션으로 출시된 ‘핑크 러브버드 머그’다. 이 제품은 도예작가 김예헌씨가 만든 ‘엄마새·아기새 컵’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두 제품은 모두 한쪽 날개를 손잡이로 사용하고 있고, 반대쪽 날개는 접은 모양을 하고 있다. 눈, 코 위치와 전체적인 컵 모양도 유사하다.
김예헌 작가는 “2015년 4월부터 ‘엄마새·아기새’ 머그컵을 수제로 제작해왔다”며 “제작과정과 사진이 개인 블로그에 전체 공개돼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디자인이 스타벅스에서 출시됐다”고 밝혔다.
표절 의심을 받은 스타벅스의 제품은 국내에서만 판매되는 프로모션 제품이다. 디자인 역시 국내 디자인팀이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스타벅스는 미국 레녹스의 ‘버터플라이’ 제품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새로 출시될 머그컵 디자인이 나비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레녹스의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표절 논란이 계속되자 스타벅스 측은 “표절이 아니다”며 “흔하게 디자인 대상이 되는 동물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제품에 대한 오해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한 관계자는 “핑크 러브버드 머드는 2014년부터 디자인을 시작했다”며 “새의 특성인 부리, 날개 부분에 대한 표현을 확대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레녹스 제품과의 유사성 의혹에 대해서도 “2013년부터 매년 봄마다 출시됐던 제품이다”며 “레녹스의 제품이 언제부터 출시됐는지는 알지 못하나 나비라는 공통점 외에는 비슷한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논란이 일어나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개인 디자이너의 주장은 존중하나, 한국디자인진흥원이나 경영대회에 나온 적이 없는 디자인이어서 해당 작가의 작품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예헌 작가는 “엄마새·아기새 머그컵은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며, 순수한 개인의 창작물이다”면서 “2010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또 “외장하드에 있는 수많은 작업 사진들과 판매 이전에 출품했던 공모전 접수 파일 등 2014년 이전부터 만들었다는 증명을 할 수 있으니 주먹구구식 대응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 이런 표절 논란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식품업계, 화장품업계 등에서 숱하게 일어난 바 있다.
특히 스타벅스의 경우 이번 사례와는 반대로 표절을 당한 쪽에 속한 일도 있다. 락앤락이 2014년 출시한 ‘별자리 텀블러’ 제품이 스타벅스가 2013년에 출시한 제품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락앤락 측은 “표절이 아니다”고 밝혔고, 스타벅스 측은 “양사의 제품이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나 상도덕 차원의 문제로 인식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식품업계의 경우 지난해 미국 맥도날드가 선보인 패키지는 우리나라 유학생이 디자인했던 버거밀 패키지와 똑같아 해외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뚜레쥬르도 지난해 크리스마스 상품으로 내놨던 패키지의 그림이 영국 작가 짐 필드의 그림을 모방해 논란이 됐다.
당시 짐 필드는 “내 작품을 바꿔 만든 이 케이크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메시지를 통해 항의를 했고, 뚜레쥬르의 사과로 일단락됐다.

화장품 업계도 마찬가지다. 화장품업계는 미투제품 생산이 많은 제품군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화장품업계는 미투제품이 ‘저렴이’라 불리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저렴이’는 제품 성능이 유사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가르키는 말로 사용된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은 ‘매트표물라 아이브로우 펜슬’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해외 유명 브랜드인 슈에무라의 하드포뮬러의 장단점 등 면밀한 분석을 거쳐 대항마로 내놨다”고 밝혔다. 가격 역시 6배가량 더 싸다고 전했다.
이를 받아들이는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너무 대놓고 따라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라는 반응이 공존한다.
이 같은 상반된 반응이 회사와 소비자 간의 싸움으로 번지는 사례도 나타났다.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는 ‘어퓨’는 립펜슬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나스에게 전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나스’는 립펜슬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이어 ‘ㅅㅇㅁㄹ에게 전해라’는 문구와 함께 또 다른 신제품 출시를 알렸다.
소비자들은 어퓨가 말한 ‘ㅅㅇㅁㄹ’를 ‘슈에무라’ 브랜드로 해석했고, “너무 대놓고 미투상품을 만든다고 말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나스와 슈에무라를 잇따라 언급하는 홍보가 지나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본 것이다.
앞서 에이블씨엔씨가 ‘미샤’ 브랜드 성장 과정에서 수입 고가 브랜드 상품을 따라한 미투 전략을 구사한 바 있어 어퓨 역시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같은 지적에 어퓨는 “ ‘ㅅㅇㅁㄹ에게 전하라고 하니…거품 뿜는 분도 계시네요. ㅅㅇㅁㄹ 이게 뭐예요? 뭔데 그렇게 거품을”이라는 추가 게시글을 올려, 소비자와의 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해당 논란은 어퓨 측의 사과로 일단락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어퓨 관계자는 “사과문에서도 밝혔듯 경솔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투제품, 표절 내용과 관련해서는 “나스와 슈에무라 제품을 표절한 제품이 아니다”면서 “홍보에 두 브랜드를 이용한 것은 출시하는 제품군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펀(Fun)’ 코드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저렴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붙여 부르는 이름에 대해서 어퓨 측이 대답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전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