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특별수사…후폭풍 예고
檢,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특별수사…후폭풍 예고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2-29 09:45
  • 승인 2016.02.29 09:45
  • 호수 1139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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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업 대거 고발 시민단체 등 “살인죄로 처벌하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특별수사단을 구성, 가습기살균제를 제조·유통한 기업들을 수사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을 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의 전·현직 임원 29명을 추가로 고발하는 등 처벌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이번 검찰 수사가 롯데, 홈플러스, SK케미칼, 이마트, 애경, GS마트, 다이소, 세퓨 등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들로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첫 수사 옥시레킷벤키저…구속기소 요구 1인 시위 돌입
SK케미칼·이마트·애경·다이소 등 가해기업 지목

앞서 2011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143명이 숨진 일명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피해자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기업을 고발한 바 있다.

다만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햇수로 6년이 지난 현재 2011년 가습기살균제로 희생당한 피해신고가 줄을 이었고, 원인미상 폐손상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밝혀졌음에도 가해기업에 대한 특별한 조치나 처벌은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살펴보면 2015년 12월말까지 환경부에 접수된 3차 피해신고자와 2016년 1월 한 달 동안 환경보건시민센터에 접수된 추가피해 신고자를 합하면 사망자 83명을 포함 총 954명이다. 1·2차와 합하면 사망 226명 등 모두 1484명으로 늘어난다.

서울지방검찰청 가습기살균제피해 특별수사단은 정부의 1·2차 조사에서 나온 사망자 143명을 비롯한 530명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전담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조사하는 첫 단계인 셈이다.
사건의 중심이자 첫 고발 대상은 옥시레킷벤키저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2년 1차 고발, 2014년 2차 고발, 2015년 3차 고발에 이어 4차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한 상태다.

4차 고발장은 가장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살인기업 옥시레킷벤키저의 현재 대표이사인 방글라데시 국적의 아타울라시드샤프달 등 전현직 임원 29명을 피고발인으로 적시하고 있다.

전체 피해자의 약 80%를 차지하는 살인제품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은 1998년 당시 동양화학의 계열사인 주식회사 옥시가 첫 판매를 시작했다. 2001년 영국의 다국적기업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했는데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에 대한 안전성점검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계속 판매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2005년 6월에는 주식회사 옥시레킷벤키저로 바뀌었고, 2011년 12월에는 유한회사 옥시레킷벤키저로 바뀌어 갔지만 해당 제품은 계속 판매가 확대됐다.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옥시 측은 회사이름을 RB코리아로 변경했다고 하지만 법원등기상에는 여전히 옥시레킷벤키저로 되어 있다.

아울러 이들은 “1998년 옥시가 처음 제품을 판매했을 당시부터 판매가 금지된 2011년까지의 14년, 그리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가 계속되는 2016년 2월 현재까지 법원의 등기부에 올라있는 옥시레킷벤키저의 등기임원을 조사했다”면서 “모두 29명을 찾아냈는데 이중 14명은 한국인이었고, 나머지 15명은 외국인이었다”고 밝혔다.

아직은 시작단계

직책은 대표이사, 이사, 감사로 대표이사 5명, 이사 21명, 감사 3명이다. 대표이사 5명 중 한 명은 한국인이고 4명은 외국인이다. 2005년까지는 한국인 강모씨, 2010년까지 미국인, 2012년까지 인도인이 맡았다.

2013년 국정감사에 불려나온 인도 국적의 샤시쉐커라파카는 2015년 1월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재 대표이사인 아타울라시드샤프달은 방글라데시 국적으로 2014년부터 역임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피해자들은 “우리는 이들 옥시레킷벤키저의 전현직 임원 29명을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주범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피고발인으로 적시하여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하는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29명의 전·현직 임원을 고발하는 이유는 “옥시레킷벤키저는 자사 제품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으로 사망자 226명 중 약 80%인 180여 명을 죽이고 1000여명을 다치게 한 살인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내 가습기살균제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의 판매이익을 가장 많이 가져간 자들이 당연히 책임도 크다는 설명이다. 요구 사항은 ▲ 옥시레킷벤키저의 4명 현직 임원은 물론이고 외국인 11명을 포함한 25명의 전직 임원들도 소환조사해 엄벌할 것 ▲ 현직 외국인 임원 4명과 14명의 한국인 전직 임원 등 18명에 대해 모두 출국금지 조치를 취할 것 ▲ 책임자 중 외국인 11명은 전직 임원이므로 이들은 외국에서 소환해 조사할 것 등을 담고 있다.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로 희생당한 가정의 가족들은 내 손으로 사서 넣어준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이 죽고 다쳤다는 자책감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은 가해기업의 책임자들을 살인죄로 구속 처벌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특별수사팀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무고한 국민과 소비자를 죽게 한 살인기업의 책임자들을 구속 처벌하는 수사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향후 확대범위는? 

주목할 것은 지금까지의 수사는 시작하는 단계일 뿐, 향후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해당 사건의 대표적인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여타 관련기업들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알리고자 하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움직임도 뚜렷하다. 이들은 2011년 8월31일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알려진 이후부터 현재까지 4년6개월 동안 끊임없이 이 사건의 가해기업과 국가의 책임을 촉구하고 피해대책 및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환경보건운동을 지속해왔다.

2012~2013년 2년 동안 광화문 사거리에서 200회가 넘는 일인시위와 기자회견을 이어갔고 2014~2015년에는 국회 앞에서 100여 차례 일인시위를 계속했다. 2015년 11월부터는 여의도 환승센터 앞 옥시레킷벤키저 본사가 입주해 있는 IFC건물 앞에서 매주 월·화 24시간 항의농성, 매주 수·목·금은 일인시위를 해오고 있다.

4차 고발을 진행한 뒤 지난 24일부터는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살인기업 구속처벌을 촉구하는 무기한 일인시위를 시작했다. 일인시위 목적은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단이 피해자를 발생시킨 모든 가해기업의 전·현직 임원을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살인상해죄로 구속 처벌하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가해 기업은 첫 번째로 고발한 옥시레킷벤키저를 비롯해 롯데, 홈플러스, SK케미칼, 이마트, 애경, GS마트, 다이소, 세퓨 등이다. 시민단체는 “가습기살균제사건의 책임 기업 모두의 전·현직 임원들을 하나씩 차례로 고발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1월부터 신규피해접수를 중단한 환경부의 기업봐주기 행정을 바로잡기 위해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그리고 소비자보호원 등 관련기관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선포했다.

결국 검참이 해당 기업들을 모두 조사, 혐의가 입증되면 처벌을 끝내야만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로부터 가해 기업으로 지목된 기업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검찰이 이들을 향해 어떤 칼날을 드리울지 역시 지속적으로 지켜볼 부분이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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