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개혁파의 ‘브레인’
한나라 개혁파의 ‘브레인’
  • 김종민 
  • 입력 2004-05-18 09:00
  • 승인 2004.05.1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나라당의 신진세력 뒤에는 당의 진로 등에 대한 이론적 틀을 제시하면서 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형준 당선자가 있다. 일부에서는 그를 한나라 개혁파의 ‘브레인’이라고 칭하기도 한다.그러나 동아대 사회학과 정교수(사회학박사)이기도 한 박형준 당선자를 지켜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왜 하필 한나라당이었을까’가 가장 의아해하는 부분이다.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대학 시절 몸과 머리로 독재정권에 저항한, 고려대 78학번 ‘운동권’ 출신이기 때문이다. 80년 5월 교내에서 시위를 하다가 최루탄에 맞아 오른쪽 눈을 다쳐, 오른쪽 눈의 교정시력이 0.1 이하일 정도로 시력을 잃은 상태다.

특히 ‘고대문화’의 편집장을 하면서 학생운동의 이론적 틀을 제시, 좌파적 성향의 학생운동의 근간을 제시했고, 1987년 좌파 성향의 학술단체인 한국사회연구소(한사연)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그는 마르크스주의를 벗어나 정보화,세계화에 눈을 뜨게 되면서 생각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바로 이런 점을 들어 사람들은 그를 ‘개량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와 관련 박 당선자는 “80년대 후반 ‘창작과 비평’, ‘현실과 과학’ 등 진보적 학술지를 통해 일어났던 여러 사회과학 논쟁에도 참여해 비교적 일찍 소장 논객으로 이름이 알려졌다”며 “이 논쟁들에서 나는 일관되게 운동권의 새로운 사고를 주장했다.

80년대 초의 닫힌 상황에서 이 땅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경도되었던 마르크스주의나 사회주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정보화, 세계화라는 새로운 경향에 대해 눈뜰 것을 주장했던 것도 그때”라고 회상했다.박 당선자는 또 “이 논쟁에서 많은 비판도 받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나를 비판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그 당시 내가 주장했던 방향으로 옮겨왔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한나라당행’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에 대해 “역사적 과오는 있지만 한나라당에는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이 담을 수 없는 발전세력의 전통이라는 또 다른 그릇이 있다. 한나라당을 건전한 보수세력으로 재편하는 것은 열린우리당의 집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한나라당과 그의 인연은 오래됐다. 김영삼 정권 초기였던 93년, 당시 박세일 교수가 추진했던 교육 개혁 등 청와대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했다. 그리고 이각범 교수가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그를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으로 정식 위촉했고, ‘세계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국가 전략으로 만드는 일에 적극 참여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발표한 ‘세계화 구상과 전략’의 최종 집필을 맡기도 했다.하지만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도 남다르다.한사연 활동당시 초선이었던 노무현 의원을 위해 강연에 나서는 등 도움의손길을 내밀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이 되면서 DJ와 손을 잡은 노대통령과는 자연스럽게 소원해졌다.이같은 인연 때문인지 “관념은 80년대 민주화운동에 머물면서 실제 국가 경영은 그것만으로 안 되다 보니 ‘좌측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혼란을 지난 1년간 초래했다고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충고섞인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제는 집권세력 전체가 민주 대 반민주 구도라는 역사적 기억을 뛰어넘어 국가 경영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편 ‘한때 온몸으로 저항했던 박정희 정권, 그 후광을 입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박근혜 대표와 함께 일하게 된 심경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박 당선자는 “학생의 시각으로 봤던 박정희 정권과 학자적 시각으로 돌아본 박정희 정권은 분명히 달랐다”며 “박정희 정권이 이룬 산업화와 국가발전은 분명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못박았다.박 당선자는 이어 “또한 박정희 정권과 박대표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런 식으로 ‘연좌제’를 적용한다면,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박대표는 박대표 나름대로의 정치철학을 갖고 한 정당을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민  kjm9416@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