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는 아나운서하면 안되나?”
“미스코리아는 아나운서하면 안되나?”
  • 김민주 
  • 입력 2005-09-05 09:00
  • 승인 2005.09.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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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 이쁘면 된다?“ 최근 미스코리아 출신 미인들이 잇따라 공중파 방송사의 아나운서로 입사하면서 새삼 ‘미스코리아의 방송인 변신’에 관심이 높다. 특히 일각에서는 ‘아나운서를 뽑는 과정에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이점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특혜시비(?)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방송사측은 ‘아나운서가 된 미스코리아 출신은 극히 적은 숫자이기 때문에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이 점에 대한 네티즌의 의견은 분분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인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과 ‘방송업계의 꽃’인 여성 아나운서라는 두 가지의 영광을 한꺼번에 거머쥔 만큼 말이 없을 순 없는 듯하다.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들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의혹의 실체는 무엇일까.‘미스코리아’와 ‘여성 아나운서’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아무 상관이 없어보이는 이 둘의 관계에 최근 이상한 공식이 성립되고 있다. 바로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미스코리아 대회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공식은 최근 각 방송사의 아나운서 공채 시험에서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들이 적잖게 배출되면서 더욱 그럴싸한 공식이 되고 있다. 이와함께 아나운서 공채에 대한 공정성 여부 논란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미스코리아가 아나운서 교두보?

미스코리아 출신이면서 방송 아나운서로 처음 발을 내디딘 주인공은 현재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부인인 장은영씨(35)다. 연세대 신방과 재학 시절이던 지난 91년 미스코리아 선에 뽑힌 장씨는 94년 KBS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하면서 방송인으로 변신했다. 입사 후 그는 ‘지성과 미모’를 앞세워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후 94년 미스코리아 진에 오른 고려대 정치학과 출신 한성주가 96년 SBS 아나운서 공채에 당당히 합격하면서 그 뒤를 이었다. 이때부터 미스코리아는 아나운서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생겨났다.한성주씨 이후 한동안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의 등장이 뜸하다고 생각될 즈음인 지난해에는 2001년 미스코리아 선이었던 서현진이 MBC 아나운서에 합격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달 무려 1,090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SBS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한 김주희 역시 2005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 이로써 공교롭게도 대표적인 공중파 방송 3사에 모두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가 자리하게 됐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아나운서는 뉴스 진행을 기본으로 하면서 딱딱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뉴스를 전달하는 앵커의 역할만 전담하는 것이 아니고, 시사프로그램은 물론 연예·오락·음악 프로의 MC까지 맡는 등 활동 영역을 다양하게 넓히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아나운서들에게는 ‘준 연예인’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어 다닌다. 이렇다 보니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연예인 같이 화려한 면과 지적이고 세련된 아나운서의 모습을 동시에 원하는 여대생들에게 인기 1위의 직업으로 꼽히고 있다.

미스코리아 타이틀 오히려 불편했다!

일각에서는 “미스코리아란 타이틀 때문에 특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의혹들은 공채에 뽑힌 당사자들이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살펴보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 우선 최근 당선된 SBS의 김주희 아나운서는 어릴 때부터 아나운서가 꿈이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는 방송반 활동을 했고, 연세대학교영문학과에 진학해서도 신문방송학을 부전공했다. 또한 쉽지 않은 공채에 통과하기 위해 무려 3년 동안 9번이나 고배를 마신 뒤 10번째에 합격했다는 것. 또한 지난해 당선된 MBC의 서현진 아나운서는 1년 동안 아나운서를 준비하면서 수 차례 패배를 경험한 뒤 부산 MBC에 입사해서 아나운서의 꿈을 이룬 후 지난해 MBC 본사 공채에 합격한 사례다. 특히 서 아나운서는 “아나운서가 되는데 미스코리아란 타이틀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했다”고 밝히면서 특혜의혹을 일축했다. 한성주 아나운서도 미스코리아 당선 후 2년간의 준비기간을 통해 아나운서에 합격, 장은영 아나운서도 미스코리아 당선 후 3년만에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주위에서 뭐라고 평가하든 당사자들은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과 상관없이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듯하다. Jossang이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들은 외모가 남들보다 좀 더 탁월해서 뽑힌 것 같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불신을 표시했고, kyung7903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 역시 “과거 한성주 아나운서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입학때부터 특혜 의혹이 많았기 때문에 아나운서 역시 빽으로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해 과거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에 대한 높은 불만을 드러냈다. 덧붙여 “진행하는 말솜씨도 서투르다”며 “무조건 예쁘다고 아나운서가 되면 방송의 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이밖에 네티즌 일각에서는 보통 1천대 1의 높은 경쟁을 뚫어야 하는 아나운서 시험을 위해 미스코리아 대회를 하나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불신 vs 인재’

반면, 이와 정반대의 의견을 가진 네티즌들은 “지적 수준이 높은 것은 당연하고, 외모까지 검증받았으니 ‘지성와 미모’를 겸비한 더할 나위 없는 인재가 아니냐”고 말해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들에 대해 의견이 분분함을 볼 수 있었다. 역대 수없이 많은 아나운서들 중에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일부 소수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언론에 과대하게 집중 조명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특별한 감투’를 두 개나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혹들은 앞으로 이들이 아나운서로서 어떻게 인정받고 평가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민주  kimm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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