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vs 이한구의 목숨 건 전쟁
김무성 vs 이한구의 목숨 건 전쟁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6-02-22 11:44
  • 승인 2016.02.22 11:44
  • 호수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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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커다란 암초에 부딪혔다.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김 대표의 뜻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전략공천 허용과 100% 국민여론조사 확대를 내세우면서 당 대표는 공천에 개입하지 말라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김 대표 측은 이 위원장 해임건을 최고위에 회부할 수 있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당 대표도 공천을 안 줄 수 있다고 이 위원장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공천권을 두고 친박 비박간 본격적인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봤다.  

- 이한구 우선추천강행 내가 물러나든 대표가 물러나든
- 비박계, “김무성 대표 상향식 공천 관철의지 있나
 
▲ 사진=정대웅기자
포문은 기습적으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열었다. 이 위원장은 216“17개 시도별로 최대 3곳씩 우선추천지역을 선정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사실상 전략공천을 통해 물갈이를 하겠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모든 광역 시도에서 최고 1곳 내지 3곳까지는 우선추천지역을 정치적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한 재료로 활용하겠다면서 최종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위원장은 대구경북과 서울 여권 강세지역인 강남·서초라인에 우선추천지역으로 삼겠다는 뜻도 밝혔다.
 
새누리당 최대 54개지역
진박 공천
 
이 위원장의 발언에 따르면 선거가 벌어지는 지역 최소 49곳에서 최대 54개가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한다는 의미로 현역의원 교체가 50여명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전략공천은 없다는 소신을 수없이 밝힌 김무성 대표는 당장 발끈했다. 김 대표는 같은 날 이 위원장 개인의 생각일 뿐 당헌·당규에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또한 국민에게 수백번 약속한 국민공천제는 절대 흔들릴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며 그 누구도 국민과 약속한 이 국민공천제를 흔들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비공개 회의자리에서 선거에 지는 한이 있어도 이한구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이렇게 한다면 공관위를 해산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 위원장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분명한 것은 당 대표는 아무 권한이 없고 공관위는 최고위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그러지 않으면 공천관리가 안 된다고 맞섰다. 이어 과거에도 당 대표 공천을 안 준 적이 있다. 공천에 관여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가 공천 룰에 관여할 경우 당 대표에게도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어 이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최고위가 거부해도 우리 공관위가 3분의 2이상으로 의결하면 우리 결정대로 하게 돼 있다며 김 대표의 주장을 전혀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 위원장이 물러설 뜻이 없다는 것을 인식한 김 대표측은 일단 이 위원장 방안을 공관위에서 막겠지만 강행하려 할 경우 공관위원장 해임 안건을 최고위에 회부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공천결정을 내린 후보자의 공천장에 김 대표가 도장을 찍지 않는 극단적인 방안까지 거론됐다. 또한 비박계 현역의원들이 다수인 점을 감안해 의총을 개최해 이 위원장을 압박하겠다는 복안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런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비박계 의원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비박계 한 인사는 비박계 현역의원들은 공관위 11명 중에 외부인사가 6명인데 어떻게 단 한 명도 당 대표가 비박계 인사를 심지 않고 모두 친박으로 구성됐느냐김 대표가 진정으로 상향식 공천을 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여당 내에서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10명의 공관위원 중 비박계 인사로는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과 황진하 사무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친박 성향으로 분류하고 있다. 무엇보다 외부인사 총 6명으로 친박 성향이 강하다.
 
김순희 교육과학교를위한학부모연합 상임대표,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최공재 차세대문화인연대 대표 등 4명은 친박계 인사로 꼽히고 있다. 김 대표와 한 대표는 지난 18대 대선 및 당내 후보경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고 최 대표는 고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박 실장은 박 대통령 지지세력인 뉴라이트계의 대표적 활동가다. 결국 이 위원장이 최고위 부결 시 공관위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하겠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셈이다. 심지어 여권안팎에서는 외부인사 구성에 이한구 위원장과 BH(Blue House, 청와대)의 합작품이라는 말이 나도는 배경이다.
 
공관위·최고위 비박계 압도
코너 몰린 무대
 
그렇다고 새누리당 최고위 역시 김 대표의 우군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김 대표를 비롯해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김태호·이인제·김을동·이정현·안대희 최고위원에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 최고위 9명 중 김 대표와 안대희 최고위원을 제외한 모두 친박계로 분류된다. 친박계가 공관위나 최고위에서 수적으로 압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 비박계 한 인사는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지지를 받은 것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며 내세운 상향식 공천 약속 때문이었다그런데 이 위원장이 높은 정치적 불신 때문에 현역의원 교체지수가 높은 지역에 대해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명분에서 김 대표가 주도권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18, 19대 공천에서 전략 공천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다. 특히 19대 총선때는 친박계의 방해로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설까지 나돌았지만 급기야 백의종군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당 안팎으로 현역 의원 감씨기비판에 상향식 공천에 대한 의지조차 없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명분에서조차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명분에 앞서고 청와대 뜻을 받들고 있는 이 위원장의 의도대로 20대 총선에서 전략공천 및 100% 국민여론조사가 현실화될 공산이 높은 상황이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과 강남 벨트에서 친박계 인사들이 선전할 공산이 높게 됐다. 특히 현 정부에서 요직을 맡아 대중 인지도를 높인 소위 진박인사들이 주 대상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대구 동구갑에 출마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비롯해 대구 서구의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대구 중남구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대구 달성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등이다. 친박계가 주장하는 물갈이론의 대상인 현역 의원들은 국회의원 재임동안 당권관리에 만전을 기한 만큼 당원 30%’, ‘국민 70%’가 훨씬 유리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안이 관철될 경우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지역구 후보 경선에서 친박이 대거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번 20대총선 후보자 공모 결과 총 829(남자 750, 여자 79)으로 평균 경쟁률이 3.381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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