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넘어선 다문화 선수 시대 개막
순혈주의 넘어선 다문화 선수 시대 개막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6-02-22 10:48
  • 승인 2016.02.22 10:48
  • 호수 1138
  • 5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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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마그너스 선수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전 세계적으로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종목마다 출신 국가나 문화를 뛰어 넘어 타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적을 초월해 선수들이 원하는 국가를 찾아가 귀화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동계스포츠 선수 자원이 턱없이 모자라는 종목의 경우 귀화 또는 혼혈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 날이 멀지 않았다.

최근 겨울 스포츠를 중심으로 다문화, 다국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015 동계체전 4관왕에 오르며 설상종목 유망주로 떠오른 김마그너스는 지난 13일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제 2회 동계청소년올림픽 스키 남자 크로스컨트리 프리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한국 스키 종목에서 처음으로 나온 금메달이다.

주목할 점은 김마그너스는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선수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아버지의 나라 노르웨이의 국기가 아닌 ‘KOREA’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설원을 질주하며 당당히 대한민국 선수임을 입증했다. 김마그너스는 노르웨이와 한국의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선택했다.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의 이미현도 비슷한 경우다. 해외입양아 출신인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을 꿈꾸고 있다. 이미현은 태어나자마자 돌도 되기 전에 미국으로 입양돼 20여년간 재클린 글로리아 클링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한스키협회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자 그는 지난해 12월 한국 국적을 회복,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아직 이미현은 국제스키연맹(FIS) 랭킹 60위로 당장 세계 정상을 노리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꿈나무 육성팀 소속 선수로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뒤 국제대회 경험만 더 쌓으면 몇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개최국 자동진출권을 확보해 사상 최초로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르는 남자 아이스하키는 이미 캐나다 및 미국 국적 선수 4명을 귀화시킨 데 이어 추가로 선수 2명의 귀화를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외국인 선수 6명은 지난 12~13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16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 세계적인 강팀 노르웨이와 덴마크를 상대로 접전을 이끌며 대표팀 전력 강화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킨 바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공상정은 당시 귀여운 외모로 화제를 모았지만 귀화선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더욱 쏠렸다. 공상정은 대만 화교 3세지만 올림픽 출전을 위해 한국행을 선택했다. 그의 아버지인 공번기 씨는 여전히 대만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겨울스포츠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순혈주의가 깨지게 되면서 체육계에도 다문화 열풍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민들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국적으로 출전한 안현수 선수를 경험하면서 순혈주의에 대한 고집을 한풀 꺾었다.

또 앞서 한국계 풋볼스타 하인스 워드가 2006년 미국 프로풋볼(NFL) 챔프전인 슈퍼볼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43야드 터치다운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자 한국계 혼혈 의 성공신화가 한반도를 들썩이게도 했다.

물론 아직 온전히 정착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가 한국 국적 취득을 추진하고 있지만 약물 전력 이외에 육상 경기인들의 반발로 귀화가 지체되는 것도 아직은 다문화 선수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겨울 스포츠가 다문화 선수들에 대해 문호를 적극 개방하는 계기가 된다면 체육계 선수층의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일각에서는 변화에 맞춘 진지한 고민과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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