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1~2년차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종용했다는 의혹으로 홍역을 앓은 두산인프라코어(대표 손동연)가 이번에는 회사채 만기 도래로 또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한풀 꺾였다.
반면 경영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오너일가의 '배당잔치'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기업이미지에 대한 악화로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진퇴양난에 빠진 두산인프라코어의 돌파구는 있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회사채 상환 ‘비상’…경영책임 오너일가 배당잔치 '극명'
사측 “자금 문제는 심각한 오해… 딜 무산 가능성 희박”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또 내려갔다. 커지는 차입금 부담에도 이를 상환할 수 있는 돈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은 지난 15일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을 기존 수익성, 재무부담, 유동성 대응력 등이 전체적으로 하락해 ‘BBB/안정적’으로 하락시켰다.
한신평은 이번 신용등급 하락의 원인을 크게 2가지로 꼽았다. 우선 중국 및 신흥국 영업 부진 등에 따른 수익성 저조 등을 지적했다. 지난 2012년 이후 중국내 건설경기가 급격히 침체, 매출과 수익이 저하됐다는 분석이다.
2011년 2조 원을 상회하던 중국 내 매출이 지난 2014년 8633억 원, 작년 3분기 기준 3993억 원으로 급감했다.
류승협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작년 두산인프라코어의 당기순손실(연결기준)은 8595억 원으로 대규모를 기록했다”며 “이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영업부진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차입부담도 두산인프라코어 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이유다. 작년 말 순차입금은 5조522억 원으로 작년 9월 말 대비 약 2000억 원 줄었지만 여전히 현금창출력 대비 과도한 상황이다. 특히 작년 대규모 당기순손실에 따른 자본이 감소, 부채비율이 급증하는 등 악재들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길호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작년 하반기에 프랑스 자회사 몽따베르 등의 매각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으나, 여전히 높은 차입규모로 효과는 미비했다”며 “9000억 원에 육박하는 당기순손실에 따른 자본감소로 부채비율이 지난 2014년말 264%에서 작년말 267%로 높아진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8150억 원(별도기준)에 달하는 회사채다. 상반기 1650억 원, 하반기에는 6500억 원을 막아야 한다.
게다가 지난 2012년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7년 밥캣 인수 때 차입한 자금 상환을 위해 영구채를 발행했는데 올해에만 180억 원을 배당해야 한다. 2017년 이후에 채권을 회수하지 않으면 영구채 배당률은 현재 3.25%에서 8.25%로 급증한다. 2020년부터는 배당률이 10%가 넘고 500억 원 이상이 배당금으로 나가야 하는 처지다.
급기야 최형희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은 지난달 18일 투자자들에게 “현재 SC PE와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고, 현재 실사 과정을 거쳐 본 계약 체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대규모 M&A 딜의 특성상 일정 지연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고 편지를 보냈다.
이어“시장에서 우려하듯이 이번 딜이 장기 지연되거나 혹은 무산되어 두산인프라코어의 자금 사정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추측은 심각한 오해입니다. 이번 딜이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을 투자자 분들께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는 각오를 적었다.
당시 두산인프라코어가 공작기계사업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SC은행 계열의 SC PE와의 매각 협상이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최 부사장이 이례적으로 장문의 투자레터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여전히 두산인프라코어에게 긍정의 시선을 보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오너일가가 배당잔치를 벌인 사실이 알려지고 있어 모 기업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두산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4550원을 결정했다. 전년보다 550원 늘어난 배당금 총액은 912억원이다. 이중 절반 가량이 두산 오너일가(지분 44.05%)의 몫이다.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 41억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36억원을 가져간다. 박용만 회장의 아들 박서원 부사장도 21억원을 받는다.
배당이 10% 이상 늘면서 두산 오너일가가 낼 세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주목된다. 배당을 일정기준 이상 늘린 상장기업의 주주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깎아 주는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 기존에는 약 31%의 세율을 적용을 받았지만 이 제도에 따라 분리과세(25%)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세제 혜택을 받게되면 두산 오너일가는 배당금이 더 늘어나는 효과를 보게된다.
그렇다면 밥캣을 인수하며 승승장구하던 두산인프라코어에 위기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막나
두산그룹은 2000년 대우중공업의 기계사업 부문을 인수해 두산인프라코어를 만들었다. 당시 두산은 주력사업을 중공업 쪽으로 바꾸는 중이었다. OB맥주 등 식음료 위주의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1996년부터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등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1998년 외환위기를 무사히 넘기며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세계 최대 굴착기 시장인 중국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중국 현지 업체들이 낮은 가격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 판매량은 현저히 떨어졌다.
두산인프라코어가 2007년 인수한 미국의 건설장비 제조 업체인 밥캣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49억 달러에 밥캣을 인수했다. 10억 달러만 자기자본이고 나머지는 빚을 냈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이어진 세계 불황으로 건설시장을 얼어붙었고 밥캣의 실적도 떨어졌다. 이후 모 기업이 두산이 나서 밥캣 인수 등으로 진 빚을 갚느라 경영이 휘청거렸다.
실제로도 두산인프라코어의 2011년 매출액(연결 기준)은 8조4630억 원이었다. 그해 영업이익만 7084억 원에 달했던 두산인프라코어는 이후 미끄럼을 타며 내려왔다. 2013년 매출액(7조7368억원) 8조원대가 무너졌고, 2014년 매출액(7조6885억원) 역시 전년보다 감소했다. 주력시장이던 중국에서 올해 굴착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견줘 반토막(43%감소)이 나버렸다.
두산인프카코어는 중국 공장의 굴착기 생산 능력을 지난해 3만7860대에서 올해 1만2150대로 줄였다. 이렇게 줄이고도 현재 중국 장쑤성 쑤저우 등에 있는 공장의 가동률은 22%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이번 두산인프라코어의 문제가 지칫 모 기업으로 불통이 튀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변식을 모색하던 모 기업 두산이 최근 면세점 사업권 획득으로 또 다시 소비재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악재를 만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재계 한 전문가는 “희망퇴직 문제로 기업이미지 악화를 초래한 회사가 이번에는 실적악화로 도마에 오르게 되면 결국 모 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면서 “110여 년 두산의 저력이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발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