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사람들
마약 사범 전체의 1/4,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리기도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절도범 누명을 쓰고 억류됐던 A(31)씨가 지난 4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A씨는 무려 한 달이 넘게 태국 현지에서 억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21일 오전 태국에서 휴대전화를 절도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검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혐의로 A씨에게 출국금지 처분이 내려졌고 한 달이 넘게 귀국하지 못했던 것. 당시 A씨는 경찰서 유치장에 16시간 동안 갇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이후 A씨는 지난 4일 오전 7시10분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에 도착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사건은 A씨는 크루즈 여행 중 발견한 휴대전화를 한국 관광객 일행의 것인 줄 오인하고 가이드에게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자신이 가이드에게 휴대전화를 건넨 이후 이 전화의 주인이 나타나 A씨를 절도범으로 지목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함께 관광을 한 한국인 일행 및 태국 현지인들이 A씨의 무죄를 주장했으나 현지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법원에 보석금으로 한화 300만 원으로 내고 풀려났다.
이번 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해외에서 한국인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감·억류된 경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검거돼 한국으로 입국하지 못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현지 법원에 보석금을 내야만 풀려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안전장치 및 대책 등 자국민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해외에 수감되거나 구금된 한국인 현황과 관련한 외교부 자료 ‘해외 우리국민 수감자 현황(국가별·죄종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총 1247명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에 수감·구금된 한국인이 459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중국(366명), 미국(254명), 필리핀(36명), 호주(27명) 순이었다. 이들 중 마약 혐의로 수감·구금된 비율이 307명으로, 전체(1247명)의 약 25%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살인(176명), 사기(170명), 기타(126명), 절도(112명) 순이었다.
물론 이들 중 실제 범죄를 저질러 수감·구금된 경우도 있지만,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필리핀에서 약 3년간 유학생활을 한 A(여·26)씨는 “몇 년 전 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일어나던 40~50대의 남성을 필리핀 경찰들이 막아섰다”며 “그 이유는 ‘신원조회’를 하기 위함이었는데,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는 등 이 남성을 경찰들이 에워쌌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지목한 남성의 혐의는 마약을 주머니에 몰래 넣었다는 것이었고, 이후 이 남성은 마약소지자로 몰렸다”며 “당시 교민사회에서 말이 많았다. 결국 이 남성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긴 했지만, 필리핀 경찰들이 한인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기 위해 범죄자로 모는 경우가 많다는 건 워낙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고 덧붙였다. 수감·구금된 일부 한인들 역시 억울하게 누명을 썼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다른 유학생 B(여·27)씨 역시 “동남아에 있는 일부 경찰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유한 한국인들에게 보석금을 얻기 위해 범죄자로 모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마약소지나 절도의 경우 역시 범죄자로 몰리기 쉽다. 이를 악용해 한인들에게 출국금지 처분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하며 A씨의 발언에 동조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는 답변서를 통해 ▲ 체포·구금된 경우 해당 재외국민, 관계당국 등과 접촉해 신원 및 사류를 파악하고 ▲ 체포·구금된 한국인들이 제3국 국민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 및 재판을 주재국 관계당국에 요청하며 ▲ 필요시 변호사 선임절차 등 사법제도 정보에 대해 조언하는 등 법률지원을 알선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해외에 수감·구금된 한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A씨는 “당시 필리핀대사관에 근무하던 관계자에게 해외에 있는 한국인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보호를 요청했지만, 그 관계자로부터 들은 내용은 ‘한 사람만을 생각하기에는 우리 국민이 아주 많기 때문이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이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는 것이었다”며 “답변을 들었을 때 해외에 잠시 머무르는 한국인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개탄했다.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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