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사기꾼 유상봉, 대학교수에게 “돈 주지 않으면 검찰에 폭로하겠다” 협박편지
함바사기꾼 유상봉, 대학교수에게 “돈 주지 않으면 검찰에 폭로하겠다” 협박편지
  • 송승환 기자
  • 입력 2016-02-22 09:46
  • 승인 2016.02.22 09:46
  • 호수 1138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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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 온 편지 공개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희대의 사기꾼’ 함바브로커 유상봉(70·구속기소)씨의 옥중 편지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구속 수감된 유 씨가 고위 공직자들에게 “돈을 달라”는 내용으로 보낸 협박 편지를 최근 본지가 입수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검찰에 폭로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호에 이어 공개하는 편지 내용은 30여년 동안 공직생활을 해온 한 광역자치단체의 고위 공직자 A씨와 청와대 출신 중앙정부 전직 관료이자 현재 수도권 소재 유명사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B씨에게 배달된 편지에서 발췌한 것이다. A씨와 B교수는 1년여 동안 무려 30여 통이 넘는 협박성 편지에 시달려왔다. B씨는 “잘못된 만남 이후 돈을 내놓으라는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려 정신병을 얻을 정도였다. 대학교수직을 포기할까도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 유상봉의 옥중편지 6

○○님께
2010년 11월 함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저에게 서운하게 했었던 사람들에 대해서만 진술했었고, ○○, ○○지역에서 저를 도와준 분들에 대해 절대 이야기 하지 않았고, 특히 ○○님에 대해 함구했습니다. 구속돼 있는 처지에서는 저도 살아야 하고…○○들이 저에게 서운하게 대했기 때문에 제가 그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서 저의 서운함 때문에 여러 사람이 저와 같은 입장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만…
사실 제가 ○○님께서 걱정하실까 봐서 끝까지 모든 사실을 숨기려고 했습니다만 제가 더 이상 여기에 갇혀 있게 되면 다른 큰 사건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님께 제가 처해 있는 현실을 사실대로 말씀드린 것이 오니…
(2014년 8월 24일 편지에서 발췌)


# 유상봉의 옥중편지 7

○○님께
기다리면 도와준다는 희망으로 버티어 왔습니다. 이제는 아무런 희망이 없고 모든 게 절망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선 저를 좀 살려주십시오. 수도권 (함바) 현장 5곳만 (수주하도록) 도와주십시오.
기다리고 있으면 도아주겠다고 해서 희망을 갖고 기다렸습니다.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꼭 제 목숨을 살려주세요. 만약 안 된다고 하면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 결단을 내리겠습니다.
○○님 댁에 양주 및 와인 8박스를 보내면서 남대문에서 1박스에 300만원 씩 2천400만원에 가져왔는데 대금결제를 못 했습니다. 처 김OO 농협계좌 001-12-15XXXX로 송금해주세요.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2014년 9월 30일 편지에서 발췌)


# 유상봉의 옥중편지 8

○○님께
더 이상 시간이 없으니 편지를 받은 즉시 K건설사 문제를 좀 해결해주시고, 지난 번 편지 보냈던 내용에 대해서도 꼭 도와주세요.
저는 무엇 때문에 편지가 반환됐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만약 고의로 ○○님이 제 편지를 받지 않기 위해 편지를 반환했다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이 두렵습니다. 잘 판단해보시고 꼭 도와주길 바랍니다. 정말로 그런 일이 있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2014년 8월 21일 편지에서 발췌)


# 유상봉의 옥중편지 9

“존경하는 OOO님께 드립니다. 정말 진실이 통하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하는데 진심으로 제가 원하는 그런 사회입니다. 지금 당장에는 제 말뜻을 잘 모르실수도 있습니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주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XX현장 급식 운영권 수주를 위해 OOO사장님과 만남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또 OO지구에서 LH가 발주한 OO건설현장 급식 운영권에 대해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OOO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OO와 계약했던 건설현장 급식 운영권이 계속 유효하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꼭 도와주시길 바라고 OOO를 급히 좀 만나주세요.”
(2013년 11월 25일 편지에서 발췌)


# 유상봉의 옥중편지 10

“존경하는 OOO님께.
지난 6월19일 부산 검찰에 의해 다시 구속되었습니다.
OOO님과는 부산 검찰에서 만나뵙게 되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그런 일이 아니겠습니까.
조금만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셨다면 정말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2014년 8월 17일 편지에서 발췌)


# 유상봉의 옥중편지 11

“OOO님께 드립니다.
부산구치소에서 수용생활 하다가 합수단 조사받기 위해 서울남부구치소에 있다가 인천지검에서 조사받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주시기로 했던 4000만원을 급히 제 처 김OO 농협계좌 001-12-15XX XX로 1억원을 보내주십시오.
서로간의 좋은 만남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치이오니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그동안 많이 기다렸고, 여러 사람들의 얼굴 때문에 모든 예의를 다 갖춰 드렸습니다.
정말 많이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5년 4월 1일 편지에서 발췌)


# 유상봉의 옥중편지 12

“OOO님께 드립니다.
사건 해결을 위해 1억원만 도와주기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쓰지 않겠습니다만 이미 저에게 8000만원을 주었으니 이번주까지 1억원만 더 해 주세요.
저도 이제 OOO님과의 모든 관계를 이것으로 끝내려고 합니다. 더이상 시간이 없으니 제 처 김OO 농협계좌 001-12-15XXXX로 1억원을 보내주십시오.
입금하시고 010-9XXX-5XXX로 전화주시면 모든 진정서는 취하하겠습니다.
꼭 이번주까지 부탁합니다.
(2015년 5월 3일 편지에서 발췌)

끝나지 않는 악마의 덫?


지난 2011년 6월, 전남 순천시의 한 야산에서 자살한 남성이 발견됐다. 그는 농림부 장관을 역임한 순천대 임상규 총장이었다.


그리고 차량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악마(惡魔)의 덫에 걸렸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유서 속 악마는 건설현장 식당을 뜻하는 ‘함바’ 사업권을 둘러싼 로비 사건의 주범인 사기꾼 유상봉씨였다. 당시 경찰-관료-정권 실세까지 전방위 로비를 펼친 유상봉씨. 총경급 이상의 경찰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됐고, 로비사슬은 청와대와 정치권까지 뻗쳐나가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검찰은 거악을 뿌리 뽑았다고 자평했고, ‘희대의 사기꾼’ 함바브로커 유상봉 사건은 서서히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갔다.


그리고 최근 유상봉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옥중에 갇혀있는 유상봉씨가 전·현직 고위공직자와 최측근들에게 ‘옥중 서신’을 무차별적으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로비자금으로 200여억 원이 쓰였다는 사실과 유 씨가 로비 대상으로 삼은 전·현직 정권 실세들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 경찰 관계자까지 수백명에 달하는 인물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songwin@ilyoseoul.co.kr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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