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한국으로 건너온 뒤 성매매를 한 태국 여성 수백 명과 이들을 알선한 브로커가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조직적인 ‘원정 성매매’로, 이들 태국 여성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트랜스젠더도 40여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이 사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랜스젠더 40여 명 포함한 태국 여성들 성매매
중국, 마카오 등으로 나가는 한국 여성도 늘어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6일 태국 여성들을 한국으로 데려온 뒤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브로커 조직 총책 A(29)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의 한 마사지업소에 여성들을 소개시켜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소의 업주 등 36명도 역시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현재 일부 태국 여성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돼 강제출국 조치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여성들이 원정 성매매를 할 수 있었던 건 ‘관광비자’.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 조직은 이들을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하게 한 뒤, 수도권 일대 36개 마사지 업소에 알선했다. 알선 대가로 1인당 150만 원, 총 11억 원에 이르는 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관광비자는 사증(비자)이 면제(B-1)돼, 최근 외국인들의 불법 입국의 손쉬운 도구로 주목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초부터 성매매 혐의로 단속된 태국 여성들이 사증면제로 입국한 경우가 많은 것을 수상히 여기고, 이에 대한 내사를 하던 중 브로커 조직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태국 현지에서 브로커가 활동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태국 여성과 국내 조직이 직접 연락하는 방식으로 범행수법이 고도화했다”며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에 통보했으며, 앞으로 지속적인 단속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류 열풍 악용
이번 사건은 브로커 조직원들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악용한 범죄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 등 브로커 조직은 태국 여성들이 K-POP의 영향으로 한국 연예인들을 직접 보기 원한다는 점을 악용, 이들을 상대로 한 대규모 브로커 조직을 만들었다. 실제로 태국을 비롯한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특히 한류 열풍이 뜨겁다.
이들은 태국 현지 브로커에게 소개 받은 태국 여성들이 인천공항에 입국하면, 직접 공항으로 나가 단기 합숙소로 데리고 왔다. 이후 조직은 이들에게 성매매 방법, 단속 시 대처 등을 알려준 뒤 성매매를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원정 성매매의 경우 브로커들이 직접 해외 현지로 가 여성들을 데리고 왔었지만, 최근엔 SNS 및 인터넷 게시글을 통해 태국 현지의 브로커와 교류한 뒤 여성들을 소개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모바일 메신저도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선 원정 성매매가 조직적·지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8일 경북 구미지역의 오피스텔 방 4개를 임대한 뒤 태국인 여성 4명 등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검거된 B(26)씨 역시 인터넷 사이트에 태국인 여성들의 사진 등을 올려 영업을 해, 이에 대한 단속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필리핀으로 원정 성매매를 가는 ‘황제관광’의 경우, 모바일 메신저 중 하나인 카카오톡을 통해 남성들이 필리핀 여성들의 사진을 보고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원정 성매매를 온 경우 역시 인터넷 사이트, SNS 등을 통해 여성들의 성(性)을 광고하는 방식으로 성매매를 알선해 온 것이다.
‘원정 성매매’ 해외로
원정 성매매는 이번에 적발된 태국 여성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 여성들도 일본, 중국, 호주 등 돈벌이를 위해 해외로 성매매를 나가는 경우가 여러 번 적발됐기 때문이다. 약 1년 전 미국, 일본 등 ‘원정 성매매’가 적발된 국가 외에 성매매를 하려는 한국 여성들이 마카오로도 진출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당시 이에 대한 원인으로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에서 한국 여성들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지난해 1월18일 구속한 성매매 알선 혐의(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의 브로커 C(31)씨 조직. 당시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벌인 성매매 과정은 이번에 적발된 A씨 등과 비슷했다.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모집한 뒤, 현지 브로커 등과 정보를 교류해 원정 성매매를 감행한 것이다. C씨 등은 마카오 호텔 근처에서 투숙객 및 카지노 이용객들에게 직접 성매매 여성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마카오에선 시간당 85만 원에서 최대 210만 원이 성매매 대금으로 거래되는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성매매 여성들에게 ‘목돈’을 만질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중국,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도 원정 성매매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워킹 홀리데이를 빙자해 호주 등지로 간 한국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성매매를 한 사실이 적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현재는 상대적으로 먼 거리의 미국, 호주보다 이동하기 편리한 중국, 일본, 마카오 등으로 원정 성매매를 간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비자가 따로 필요 없는 마카오의 경우도 이에 속한다.
특히 일각에선 강남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경찰의 단속을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강남 성매매 리스트’의 파장이 커진 것 역시 ‘원정 성매매’를 더욱 증가시켰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 유학생 D(여·26)씨는 “과거 호주에서 성매매를 하는 한국 여성들을 정말 많이 봤고, 대부분 인터넷 구인 광고를 통해 그 일을 하게 됐다고 들었다”며 “브로커 조직이 광범위하게 움직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하지만 현재는 중국에서 한국 여성들이 성매매를 많이 한다고 중국 유학생 친구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의 발언 역시 이를 뒷받침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엔 브로커들이 호주로 한국 여성들을 성매매 업체에 알선한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가까운 중국, 마카오로 많이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한국 여성들에 대한 중국 남성들의 선호도가 높아 중국으로 나가는 여성들이 과거부터 있었고, 현재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